겨울비.

새벽부터 투둑 거리더니, 겨울비 치고는 이젠 제법 내립니다. 이런 날엔 진한 블랙도 좋겠지만, 핫초코라떼나 카푸치노가 더 당기기도 하지요. 이 비가 그치면 혹여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를 조행을, 따뜻한 방에 누워 미리 시뮬레이션으로 세세하게 짚어가며 그려봤습니다. 산이수로 3,4번, 연구수로 병목자리, 연호수로 그 돌무더기, 문수포 수로 중하류권, 문내수로와 인근 배추밭 소류지, 산수지, 사교지, 오호지, 용전지, 산호지, 마고지, 청룡지, 해창지 좌안 연밭, 포항지 회진방향 도롯가, 축내지 무너미 근처 부들밭, 수동지, 죽청지... 정도만 1차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이 정도 강우량이면 해안가 수심 얕은 간척수로 지류에서는 입질 보기 어렵겠고, 대신 산수지, 오호지, 용전지, 마고지, 해창지, 포항지 등 수심이 조금 나오는 곳에서 중상류권 수초대나 중하류 맨바닥과 접경지대를 노린다면 1박으로는 힘들겠지만, 2~3박 낚시면 허릿급 정도는 두세 마리 나올 수도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지금 내리는 것이 비가 아니고 눈이라면, 장화를 신고 낚시대 서너대 들고설랑 눈밭을 뛰어다녀도, 사람들이 그러려니 하면서 이해를 해주겠지만, 이렇게 음산하고 스산한 곧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꽃이라도 꽂고 뛰어다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하얀집에 격리수용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축내지나 해창지가 급 당기는 것이 암만해도 포항지를 접고 둘 중 한군데를 일욜 쯤 노려봐야 겠습니다. 오늘 김장을 담급니다. 장날이라 양념에 넣을 민물새우를 5마넌 어치 구입했는데, 미끼로 쓸 만한 실한 넘으로 100여 마리 정도 몰래 빼돌려 짱박아둬야 겠습니다. 쉿! 어머님께 걸리면 등짝을 맞을 수도 있으니 재빠르게 처리해야 합니다.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