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값

얼척이란 사이트를 알게되고

거기에서 자게방을 기웃거리며 다양한 지식을 취득해온지도

어언 252일이나 되었다.

 

자게방 특유의 재기 넘치는 글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소중한 

정보를 얻어왔던가

여러가지 귀중한 자료 중에서도 가장 중대며 심오한 지침은 

바로 다름아닌!  - 사짜이하 챔질금지령 -이 아닐 수 없다.

 

낚시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꾸어준 그 귀중하고 고결한 가르침이야말로

그간 무지하게 낚시를 해온 나날들을 단번에 개선시켜주었던 것이다.

이 법을 몰라서 아무 입질이나 획획 챔질을 해온 과거에

그 얼마나 많은 38과 39짜리 붕어를 불필요하게 괴롭혀 왔던가...

반성을 해 본다.

 

그래서 지난주도... 아니..그 이전주에도

찌톱 두어마디 올려주는 입질 따위는 처다보지도 않았다.

오로지 4짜의 농염한 입질만 관심을 가지고 기다려주었다.

(그래서 꽝쳤다.)

 

그런데 마침 오늘

알바생에게 주어진 특별한 하루의 휴식시간.

낚시를 안할리 없어서 즉각 가방을 메고 달려갔는데

물가에서 얼마간 앉아있으려니 아랫그림처럼 찌가 부울쑥~

솓구치는게 아닌가

찌의 몸통까지 보이며 배시시 몸을 떨더니

급기야

마치 김연아의 피겨를 보듯이

제자리에서 찌가 뱅그르 돌기도 하고 아주그냥

생으로 쑈를 해대는 것이었다.

 

 

챔질을 하지 않을리 없다.

이것이야말로 4짜붕어 특유의 터프하고 강력한 바로 그 입질이 아니던가.

 

휘리릭~~ 오른손으로 낚싯대를 힘껏 챘다.

(콱)

후킹에 성공을 하니

주위엔 한참동안 슈우욱~슉 하는 낚싯줄과 공기의 마찰음이 울려퍼지고

낚싯대는 마치 부러질듣 휘어진채로 발버둥을 치는 것이다.

 

얼마가 지났을까

붕어의 얼굴이 수면위로 솟아오른다.

 

 

오호~

보시라

 

이 4짜 붕어의 늠름한 자태를...

" 역시 4짜는 나를 좋아하는군 오랫만이다 사짜붕어야...ㅎ ㅎ ㅎ"

나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저 얼굴과 어깨를 보니 4짜붕어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거세게 저항을 하는 붕어를 위해 낚싯대를 움켜쥔 오른손에 

힘을 주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안전하게 뭍으로 끌어낸다.

 

마지막으로 뜰채를 들이대서 건져올리니

4짜붕어는 숨을 헐떡거린다.

 

그런데...

뭔가가 좀 이상하다

4짜가 

 

아닌가???

 

 

 

뭐야 뭐야이거

 

얼굴과 어깨까진 분명히

4짜였는디

 

이럴수가

36짜리 아닌가

 

하아

깜박 속았네요.

어찌하여 이토록

빵만 키웠을까

살란하느라 비늘 떨어진것 보소

"넌 빵값도 못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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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중대한 실수를 하여

4짜이하챔질금지령을 어긴뒤

즉각 방생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상 허무하고 조촐한 조행기를 마침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