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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빈자리

IP : a42a736f799ce81 날짜 : 조회 : 5514 본문+댓글추천 : 0

아내가 어이없이 우리 곁을 떠난지 4년. 지금도 아내의 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어느 날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챙겨주지 못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 날 저녁, 아이와 인사를 나눈 뒤 양복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놓고 침대에 벌렁 누워 버렸습니다. 그 순간 뭔가 느껴졌습니다.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 만한 라면이 이불에 퍼 질러진 게 아니겠습니까? 컵라면이 이불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 방에서 동화책을 읽던 아이를 붙잡아 장딴지며 엉덩이며 마구 때렸습니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하며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아들 녀석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아빠가 가스렌지 불을 함부로 켜서는 안 된다는 말에, 보일러 온도를 높여서 데워진 물을 컵라면에 부어서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하나는 아빠 드리려고 식을까봐 이불 속에 넣어 둔 것이라고... 가슴이 메어 왔습니다. 아들 앞에서 눈물 보이기 싫어 화장실에 가서 수돗물을 틀어놓고 엉엉 울었습니다. 일 년 전에 그 일이 있고 난 후 저 나름대로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아이는 이제 7살, 내년이면 학교 갈 나이죠. 얼마 전 아이에게 또 매를 들었습니다. 일하고 있는데 유치원에서 회사로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 나오지 않았다고... 너무 다급해진 마음에 회사에서 조퇴를 하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찾았죠. 동네를 이 잡듯이 뒤지면서 아이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그런데,그놈이 혼자 놀이터에서 놀고 있더군요. 집으로 데리고 와서 화가 나서 마구 때렸습니다. 하지만 단 한차례의 변명도 하지 않고 잘못했다고만 빌더군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날 유치원에서 부모님들을 불러놓고 재롱잔치를 한 날이라고 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아이는 유치원에서 글자를 배웠다며 하루 종일 자기방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글을 써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고 아이는 학교에 진학했죠. 그런데 또 한 차례 사고를 쳤습니다. 그 날은 크리스마스 날. 일을 마치고 퇴근을 하려고 하는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우리 동네 우체국 출장소였는데 우리 아이가 주소도 쓰지 않고 우표도 부치지 않은 채 편지 300여 통을 넣는 바람에 연말 우체국 업무에 지장을 끼친다고 온 전화였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또 일 저질렀다는 생각에 불러서 또 매를 들었습니다. 아이는 그렇게 맞는데도 한마디 변명도 하지 않은 채 잘못했다는 말만 하더군요. 그리고 우체국 가서 편지를 받아 온 후 아이를 불러놓고 왜 이런 짓을 했냐고 하니 아이는 울먹이며 엄마한테 쓴 편지라고 하더군요. 순간 울컥하며 나의 눈시울이 빨개 졌습니다. 아이에게 다시 물어 보았습니다. 그럼 왜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편지를 보냈느냐고. 그러자 아이는 그동안 키가 닿지 않아 써오기만 했는데 오늘 가보니깐 손이 닿아서 다시 돌아와 다 들고 갔다고.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엄마는 하늘 나라에 있다고. 다음부턴 적어서 태워 버리면 엄마가 볼 수 있다고. 밖으로 편지를 들고 나간 뒤 라이타불을 켰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무슨 내용인가 궁금해 하나의 편지를 들었습니다. "보고 싶은 엄마에게: 엄마, 지난주에 우리 유치원에서 재롱잔치 했어. 근데 난 엄마가 없어서 가지 않았어. 아빠한테 말하면 엄마생각 날까봐 하지 않았어. 아빠가 날 막 찾는 소리에 그냥 혼자서 재미있게 노는척했어. 그래서 아빠가 날 마구 때렸는데, 얘기하면 아빠가 울까봐 절대로 얘기 안 했어. 나 매일 아빠가 엄마생각하면서 우는 것 봤어. 근데 나는 이제 엄마 생각 안나. 아니 엄마 얼굴이 기억이 안나. 보고 싶은 사람 사진을 가슴에 품고 자면 그 사람이 꿈에 나타난다고 아빠가 그랬어. 그러니깐 엄마 내 꿈에 한번만 나타나. 그렇게 해줄 수 있지, 약속해야 돼." 편지를 보고 또 한번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아내의 빈자리를 제가 채울 순 없는 걸까요, 시간이 이렇게 흘렸는데도... 우리아이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났는데 엄마사랑을 못 받아 마음이 아픕니다. 정말이지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만 합니다... 아빠 몰래 훌쩍 커버린 아이의 맘 씀씀이가 오히려 가슴을 저미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글을 읽으면서 온전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준 우리의 부모님, 아내, 남편, 아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세상에 많은 가정에 아픔보다는 기쁨이 넘쳐나길 기원해봅니다. 행복하세요.

1등! IP : c7d0bceae2030b5
휴~우!

가슴이 아려 뭐라고 해야 좋을지.........

부디 건강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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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IP : 8c8189467903048
10 여년전에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고 알고있네요

또 읽어 보아도 눈가에 눈물이 글썽여지네요

좋은글 다시한번 읽게 해주시네요

오늘 왠지 아이들 맛난거 사줘야겠네요
추천 0

3등! IP : 446f3d434a21f82
너무나 아프고 가슴이 저려오네요.....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께워주는 글입니다.

아이에게 행운을 기원 드려 봅니다.
추천 0

IP : cd21cbba02c140f
가슴이 미어지는 사연입니다.
힘들고 어려워도 아웅다웅 함께 살다보면 분명히 좋은 날이 옵니다.
그렇지요.
당연하다고 무관심 하지말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갑시다.
추천 0

IP : 5c7c2e6a130b3cf
그냥 놀자님..마음을 밝게하고 글쓰려 하는데 눈물이 나오는군요~!
아무렴..그냥놀자님 만큼 절실히 아플까요...ㅡ,ㅡ

저도 늦둥이 첫째가 이제4살됏네요~!
님글이 남일 같지가 않아요!!!~
낼 모레면 제나이 50세인데 언제 키우나 하는 생각들때도 있고..
이시간도 아이랑 씨름하는 집사람에 소중함이 더해 지는군요!~

제 생각에는 좋은분과 하루빨리 재혼하셔서..
아이에게 따스한 가정 만들어 주시는게 어떨지..조심스럽게 글올려 봅니다!~
제 집사람도 초등학교 교사라 편모편부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 이야기 들어보면..
아이들이 조금은 위축되고 힘들어 하더군요~!
아이랑 행복하게 사시기 바랄께요!!~!

그냥놀자님!!~아이 문제로 상담하실일 있으시면 집사람이 교사생활20년 가까이고
상담학석사 과정도 밟았으니..도움이 조금은 될거 같아요!~
같이 의논 하셔도 좋으니..부담없이 언제든 연락주시구요~!
기운내시고 화이팅 하시자구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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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6c78b6e875406f
안녕하십니까? 그냥놀자님
먼저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내의 빈자리 어언4년 당사자가아닌 사람들이 느끼는세월은 4년이겠지만 그냥놀자님께서
4년이란세월은 40년을 무색하게 만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무엇보다도 아드님의 마음씀씀이가 대견하고 아름답습니다
아빠를 걱정하는 아드님의 생각에 고개가 떨구어 지는군요
그냥놀자님 용기 잃지마시고 아드님을 생각하셔서라도 하루하루를 화이팅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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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9f8d957fd9992f5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어린녀석이 속이 깊군요.

그냥놀자님이 아드님에게 지신겁니다..

앞으로 매보다 사랑으로 감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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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ace1137767fe674
--------------------- 여기까지 -----------------------------------



댓글들이 조금 이상하게 흘러가네요 ㅎㅎㅎㅎ


그냥놀자님 이야기가 아닌데 ..............

좋은 글은 맞습니다만 앞으로 퍼오신 글은 ----- 펌 -----

정도는 써주시는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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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5c7c2e6a130b3cf
휴,,그럼 다행이죠..^^~~!
여하튼 누구에 이야기 떠나 짠한글이군요~!
가슴아픈일들 없으시길..!~
건강하시고 화목한 가정 만들어 나가시죠!~
제가 가장으로 부족햇던점을 반성할 기회로 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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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57ab5cff2cf0cdf
좋은곳이군요
이곳은..

따뜻한 가슴을 가지신 횐분들이 많으시네요.
저역시 어쩔때는 어느순간 "간다는 말한마디 못하고 어리디어린
토끼같은 아이들 놔누고 홀연히 떠났을때를 생각하면
막 주룩 주룩 눈물이 흘러내려요 ㅠㅠ"

좋은 따뜻하고 가슴아린 얘기 잘보고 갑니다.
있을때 잘 해야겠습니다.
추천 0

IP : 198f4764052db68
집집마다 우물이 있어 누구나 물을 마시고 싶을 때는 얼마든지 길어 먹을 수 있는데
우리집만 우물이 없는 것 같은...
어찌 채워 지겠습니까?

그러나,
그만한 아이라면 잘 자라,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고 남을 겁니다. 그럼요, 그렇고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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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906cd419ff0df6d
눈물이 났는데
한참을 먹먹해 했는데
도철아빠 "10년전 예기"에서 어?하다
"--여가까지__"에서
크~
펌이라 쓰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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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51f39fb187eeddd
펌글이라도 가슴이 찡합니다

올은 집사람에게

"사랑한다"는 4글자만 쓴 편지를 띄워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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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020581df5044076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로 순간 창피했어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 하게 하내요
추천 0

IP : c7910ece949da74
이런글은 글을 퍼오셨다는 얘기를 하셔야지

많은 회원분들께서 그냥놀자님의 사연으로 오해하실수 있으십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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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bdf57bff32847e
눈물이 납니다.

속 깊은 아들, 짝잃은 외기러기 아빠

아내의 빈자리가 너무 크군요.

부디 건강하시고, 앞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일만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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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9b932d34a27aded
가슴 아픈 사연 이네요....글을 읽으면서 줄곧 아들녀석이 참 대견스럽고 또 한편으로 너무 안타깝네요..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하니 ..그분한테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할지.....눈시울이 뜨거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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