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더 친절할걸

공사 다 망해 근 한 달 만에 출조했습니다. 첫날은 천궁레져 사장넘이랑 동출. 이넘이 미쳤는지 낚시를 다 하더라, 이겁니다. 물론, 그러면 뭐 하겠어요. 헛챔질 두 번에 울면서 집에 갔습니다. 둘째 날. 자리를 옮겨 무너미 중간에 앉았습니다. 무너미 넘는 물 때문에 접근이 까탈스러운 곳이죠. 오붓하게 독조하기엔 더없이 좋은 자립니다. 저녁장에 입질 없으면 새벽엔 기대를 접어야 합니다. 대신, 아침장은 특수를 기대해도 좋답니다. 밤새 파라솔 아래에서 달게 잤습니다. 이른 다섯 시. 알람소리에 깨어 밑밥으로 옥수수 몇알을 뿌립니다. 46ㆍ42ㆍ40ㆍ44대 정면의 작은 섬. 부들이 울컹울렁, 대물이 붙은 느낌을 줍니다. 전립선이 찌르르, 떨리더군요. 36ㆍ32. 두 마리를 만나고 나니 아침입니다. 난로 가스를 교체하는 중, 뒤늦게 본신을 봅니다. 46대 찌가 키대로 솟아 동동거리고 있습니다. 챔질. 원줄을 타고 무지막지한 힘이 건너옵니다. 낚싯대 허리를 믿고 낑낑 버팁니다. 뜰채 반경으로 들어왔지만, 아직 모습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4짜 중후반으로 짐작됩니다. 팅 ! 띠바... 쪽팔려서 주위를 둘러봅니다. 다행히 아무도 없습니다. 얼척 기술고문, 체면은 챙겼습니다. 30부터 36까지 일곱 마리를 만납니다. 아침장 장사가 쏠쏠합니다. 이젠 개대물을 기다려 봅니다. 기척 없이, 모르는 분이 무너미를 건너왔습니다. 인사를 주고받고, 같이 찌를 노려봅니다. 이러언... 또 한 분이 다가옵니다. ㅡ,.ㅡ'' 살짝 성가신데, 살림망 좀 봐도 됩니까?, 라고 묻습니다. ㅡ 당연히 안 되죠 ! 나도 모르게 뾰족한 대답이 튀어 나갑니다. 이왕 내뱉은 말, 한마디를 더합니다. ㅡ 저녁장ㆍ아침장에 물소리 내는 거, 큰 실례입니다. 처음 왔던 분이 저를 다시 봅니다. 까칠한 대응이 아마 의외였나 봅니다. 손맛 보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살림망'께서 가십니다. 살펴 가시라고 인사를 드립니다. 조금 미안하지만, 그분은 이제 살림망 보자는 말은 안 하겠지요. 그래도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조금만 더 친절할걸. 붕어가 뭐라고 낚시가 뭐라고 나는 또 뾰족해진 걸까. 유유자적이 뭐 그리 힘들다고... 처음 온 분. 세 시간 정도 자기 낚시역사를 강의하십니다. 어수선한 아침장을 이만 접습니다. 다음엔 파라솔 대신 텐트를 치겠다는 결심을 하며... # 초절정 고수의 외로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