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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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를 거쳐 가장 따뜻함을 군(郡)의 자랑으로 내세우는 고흥, 그 산길로 접어듭니다.
나지막한 산길이 끝나는 동강면 삼거리에는 그곳을 경유하는 바다꾼, 민물꾼 할 것 없이
꾼이라면 누구나 처갓집처럼 자연스레 들르는 소문난 갈비탕 전문집이 하나 있습니다.
삼거리에서 하차, 구수한 냄새 쪽으로 코를 돌리시면 눈도 따라 돌아 쉽게 보입니다.ㅋ
이른 저녁으로, 적당한 값에 맛은 뛰어나고 그 양도 푸짐한 갈비탕을 먹습니다.
무심코 ‘특(特)’을 시켰다가 갈비를 몇 덩이 남겼을 정도로 그 양이 참~ 대단합니다.
주문할 때 주인이 씩 웃으면서 저의 배를 힐끔거린 의미를 그래서 알았습니다.^^
덩어리를 잘게 잘라서 먹으라고 친절하게도 가위를 한 사람당 하나씩 주는데요,
웬만큼 시장하시면 그냥 보통으로 시키세요.^^ 얘들은 둘 몫으로 한 그릇이요.~
새벽에 쪼르륵거리자 남겼던 그 덩어리가 생각나 더욱 배가 고팠습니다.ㅋ
점암면 강산수로의 그리웠던 갈대숲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갈대의 흔들림이 시야에 들어오면서 초보의 가슴도 기대감에 벅차 울렁거릴 것입니다.
무거운 장비를 들쳐 메고, 양손에 들고 여름철 내내 꾼들의 외면으로 무성히 자라서
밟혀서 생겼던 희미한 길마저 감춰버린 키다리 갈대숲속으로 무작정 들어갑니다.
돌부리에 결려 넘어지더라도 갈대가 푹신한 방석 못지않아서 크게 다치지는 않습니다.
갓 부화된 거북이 새끼들처럼, 물을 찾는 낚시꾼의 본능만 믿으면서 갈대숲을 헤치고
나아가다보면 시야가 탁 트이는 수로의 가장자리에 어느덧 도달하게 됩니다.
이때는, 고참도 신참도 반가움과 가벼운 흥분으로 가슴이 뛰기는 매일반입니다.
갈대와 부들은 방해가 되더라도 일부분을 제거하거나 그것을 피해서 대를 드리울 수가
있지만 한겨울에 물속에서 새순이 돋는 마름과 검정말 등 수생식물은 수온의 상승으로
퍼지기 시작하면 빠른 시간에 온 수면을 빼곡하게 덮어버려서 낚시가 불가능해집니다.
그 사이를 뚫어놓더라도 다음 주에는 어딘가 찾을 수 없게끔 헛수고가 되어버립니다.
따뜻한 시기에는 수로의 특성상 자생하는 무성한 갈대숲을 최적의 서식처로 여기는
엄청나게 많은 모기 때문에도 어렵지만 수면을 덮은 수초군 때문에 대를 펼 수가 없습니다.
추수가 끝날 즈음에 수초도 삭아들기 시작하고 밤기운이 하루가 다르게 사늘해지면서
모기의 지긋지긋한 행패도 줄어드는데 처서가 지나면 모기의 침이 비틀어진다고 합니다.
눈앞에서 우왕좌왕 떼를 지어 폼만 잡는 밉살스럽던 모기가 한편으로는 가엾습니다.
그래도, 한여름에 수없이 당한 분풀이로 모자를 벗어 힘껏 갈겨줍니다. 쌤통이죠.ㅋ
엄청 물리면서 살다보면 늦가을부터 꾼은 이렇게 모기에겐 못 먹는 감도 됩니다.
그러나 어딘가 철인(鐵人)이 있듯이, 성질이 불같은 모진 철모기(ㅋ)도 가끔 있어서
크게 한방 당 할 수도 있으니 완전한 방심(放心)은 겨울까지 금물(禁物)입니다.^^
적당한 거리에 갈대와 부들이 알맞게 어우러지고 삭은 수초더미가 드문드문 산재한
환상적인 명당자리에 초보를 앉히고 둘이서는 양 옆에 조교로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잔디밭처럼 앉기가 편한 풀밭에서 급경사로 이어지는 수면과의 거리는 반자 정도여서
갈 때마다 변하는 수로의 수위로는 낚시하기에 최적이고, 바람마저 정다운 산들바람 뿐,
드높고 맑은 가을 밤하늘엔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총총한 별들만이 무성했었습니다.
짧은 대 위주로 수심이 두자 내지는 세자 되는 지점에 두 개씩의 찌를 각각 세웠습니다.
불을 밝히자 어둠속에 감추어져있던 야광테이프 마디들이 빛을 받고서
놀란 듯이 깨어나 어두운 수면을 배경으로 밤하늘의 별처럼 산뜻하게 빛나기 시작합니다.
이제 그 하나의 별은 예신에 두 개가 되고 본신에 따라서 세 개, 네 개....로
꿈결같이 이어지면서 그지없이 순수한 낚시의 세계로 꾼의 혼을 몰입시킬 것입니다.
밤의 수면에서 보는 찌 올림은 꾼들이 가장 큰 매력으로 여기는 낚시의 한 묘(妙)입니다.
해질녘부터 간간이 보이던 붕어의 입질이 어두워지자 빈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에고, 이런~ 못 봤네.” “어라, 늦었네. 좀 빨리 챌걸,” “와~ 세다, 이번엔 큰 놈이다.”
초보는 흥에 겨워 끊임없이 재잘거리면서 삼매경(三昧境)에 젖어들었고....
“어. 뭐해! 채, 채” “에이, 좀 빨리 채지.” “저런, 옆으로 가는 것도 입질이야! 빨리 채.”
짝도 훈수하는 재미에 덩달아 도원경(桃源境)에 빠진 채 밤은 즐거움 속에 깊어갔습니다.
이제 그들에게 ‘라면’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몹시 배가 고픕니다. 제가 끓여야지요.ㅋ
불을 지피고 물을 끓이는 동안, 두 사람의 뒤태(態)를 실루엣으로 보면서
이처럼 수염자란 뭇 어른도 철부지가 돼버리는 낚시의 실체에 대한 상념에 젖어봅니다.
죽도록 사랑하던 이를 잃었다든지, 목숨 걸고 매달렸던 사업이 기대에 벗어났다든지...
슬픔, 좌절, 분노........... 등 백팔번뇌(百八煩惱)를
무엇이 이처럼 잔잔한 애정(哀情)으로, 연민(憐憫)으로 어루만져 줄 수가 있을까요.
이제 초보꾼은 모진 현실에 대한 좌절감에서, 잘못생각에서 물속을 걸어 들어갔더라도
수초에 걸어놓고 간 선배꾼들의 값진 찌만 건지고 씩씩하게 웃으면서 살아나올 것입니다.
인생은 아름답다고, 소박한 즐거움은 뜻하지 않는 곳에도 있었다고 여기면서.^^* -끝-
회원님들... 신정 때 못다 받으신 복, 요번 "설날"에는 모두들 다 꼭 챙기시기를 바랍니다.
즐거운 명절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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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그냥 점암에 있어서 점암수로라고 불렀었는데..십수년전쯤 당시로는 드물게 대물낚시를 구사한다고 그물깐다고 남들 지렁이 쓸때 참붕어나 새우 미끼를 쓰면서 이상한 놈 취급도 받으면서 월급이상으로만 망태를 가득 채우곤 했었고 난로 없던 시절 공사판에서 담배 두어갑 건네면 모닥불 피울 나무를 가져가기 좋게 잘라서 철사로 묶어주던 그때...
님 덕에 그때를 회상하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