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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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조행기> 낚시 숙제가 주는 의미 (1)

입질!기다림. IP : cd94c2dc0baa6f1 날짜 : 2003-06-19 21:54 조회 : 2977 본문+댓글추천 : 0


*일시 : 2003년 6월 14일
*장소 : 영천시 금호읍 소재 대창보
*미끼 : 지렁이
*조과 : 엄청 큰(?) 붕어 3마리
 
 찌를 보니 물에 잠겨 붕어가 물고 가고 있었다.
 "물었다. 당겨라!"
 녀석은 낚싯대 앞에서 돌멩이를 쥐고 딴짓을 하다가 챔질을 한다.
 수면에 떠올라 방향을 트는 모습이 보인다.
 붕어는 당겨 오다가 앞 수초에 걸려 초릿대는 반원을 그리고 있었다.
 "한 마리 잡았다!"
 "엄마! ○○가 진짜 한 마리 낚았다."
 낚싯대를 받아 줄을 쥐고 살살 당겨내니 두 치 정도의 붕어였다.
 바늘을 빼고 녀석의 손바닥 위에 놓아주자 팔딱거리는 붕어를 쥐고 누나에게 내밀었다.
 누나는 고함을 지르며 뒷걸음을 친다.
 살림망에 작은 돌멩이를 넣어 물에 던져 잠수시킨 다음 고릿줄을 받침대에 걸어 두었다.
 "자, 이젠 여기 넣어라."
 붕어를 담는 걸 보고 지렁이를 꿰어 낚싯대를 다시 투척했다.
 "자, 아저씨 손 봐라. 찌가 내려가거나 쑤욱 올라오면 낚싯대를 번쩍 들지 말고 이렇게 앞으로 순간적으로 당기는 거야."
 내 낚싯대를 앞으로 당겨 챔질하는 동작을 보여 주었다.
 한 대를 펴놓은 내 낚싯대는 미동이 없는 걸 보니 붕어들의 만찬이 끝난 모양이다.
 다시 미끼를 달지 않고 그냥 둔 채 담배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면서 녀석의 찌를 보니 또 입질이 들어오고 있었다.
 "찌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지. 자, 찌가 올라오는 게 보이지? 당길 준비! 하나, 둘, 당겨! 그래, 잘했어."
 붕어가 바늘에 걸려 빠르게 움직이는 동작에 따라 낚싯줄이 수면을 가르고 있었다.
 "그래, 공기를 먹인 후 붕어가 앞으로 당겨 왔을 때 풀에 걸리지 않게 낚싯대를 살짝 들어 봐라.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챔질과 당겨내는 동작이 처음보다는 좋아진 것 같았다.
 다시 붕어를 손으로 쥐고 바늘을 빼는 강의를 했다.
 가지바늘 채비에 지렁이를 한 마리 쥐고 바늘에 꿰는 방법을 보여 준 후 남은 바늘에 직접 미끼를 꿰어 보게 하였다.
 지렁이가 움직이는 게 영 생각대로 안 되는 모양이었다.
 "지렁이는 손을 물지는 않는단 말야. 겁낼 필요 전혀 없단다."
 "손이 더러워지는데요."
 "야, 이녀석아. 손을 바로 아저씨처럼 씻으면 되지."
 녀석은 낚싯대를 휘둘러 채비를 안착시킨다.
 몇 번 시범을 보였지만 보리타작하는 도리깨를 휘두르는 폼이다.
  "선배! 땀 좀 닦아요. 캔맥주 드릴까요? 아니면 음료수?"
  "응, 캔맥주 줘."
 지렁이 만진 손을 씻고 거품이 보글거리는 맥주를 받아들고 한 모금을 마셨다.
 날씨가 흐리고 후덥지근하며 바람 한 점 없는 물가에서 마시는 맥주는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낚싯대 앞에 앉아 있던 녀석은 누나가 조개가 있다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깡충거리며 뛰어간다.
 "ㅇㅇ야!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
 같이 맥주를 마시던 후배가 소리를 질렀다.
 맥주 한 모금을 더 마신 후 고추장이 가미된 쥐포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선배! 이제 5학년, 3학년 둘이 저렇게 철이 없는데 난 쟤들 데리고 어떻게 평생을 살아야 할 지 막막해......"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네. 든든한 직장도 있겠다...... 흘러간 세월이 빠른 것처럼 다가올 세월도 빨리 가는 거야."
 "결혼 12년 동안 정말 아이들 데리고 같이 야외에도 몇 번 못 나왔어요."
 "왜?"
 "성격 때문에. 쉬는 날은 맨날 바둑이나 두고......"
 "야, 이 사람아. 나도 우리 아이 저만할 때 자네 부군이랑  똑같아서 우리 마누라가 불평을 많이 했어."
 "지금은 아이들이 같이 따라나서지는 않죠?"
 "그럼, 자기들 일정에 맞춰 학교 오가고 제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하지 뭐."
 "지금 생각하니 모든 게 아쉽고 야속하고 너무 모자라는 게 많은 것 같아요."
  화장을 하지 않은 후배의 핏기 없는 얼굴의 눈망울에 맺혀진 구슬 같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못 본 채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 모금의 맥주를 마시고 오렌지 한 조각을 집어들었다.

 금요일 오후, 점심식사를 마친 후 사무실에 들어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책상 위에 있는 내 전화를 받지 않으니까 모바일존 영역에 있는 핸드폰 번호로 넘어온 모양이었다.
 대학 여자 후배의 전화였다.
 "요즘 어때? 건강은?"
 "별일은 없고요. 선배님께 부탁 좀 하려고요."
 "난데없는 부탁은 무슨?"
 "토요일에 낚시 가세요?"
 "이번 주는 내가 출근을 해야 하는데, 뜬금없이 웬 낚시 이야기는?"
 "다름이 아니고, 아이들 학교 숙제가 아빠하고 낚시 갔다온 이야기를 발표해야 한다는데......"
  "그래? 알았어. 그럼 이번 토요일 오후에 내가 낚시 사부노릇을 할게. 뭐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전화를 끊었다.
 토요일 아침.
 평소 차 뒤 트렁크에 실어 놓던 낚시장비를 아내가 운전을 하다가 긁어놓은 차 문짝 수리를 위해 꺼내어 창고에 넣어두었는데, 비 때문에 정비공장에 맡기기도 못하고 그냥 타고 다니다가 낚시 사부가 되기 위해서 다시 차에 싣고 낚시복을 챙겨 출근을 했다.
 구내식당에서 갓 구워 낸 부추부침이 맛이 있어 한 접시를 추가로 더 받아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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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박중사 03-06-20 00:24 IP : 60ddd5f9dd00543
아이고 입질!기다림님두 전염이 되셔서
뚜비 꼰티뉴어드로 가심니까요? ㅎㅎㅎ
2편 퍼떡 올리 주시이소예
건강하시구 즐거운 나날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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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낚시꾼과선녀 03-06-20 11:01 IP : 60ddd5f9dd00543
무슨 연애소설 읽는 묘한(?)기분이 들려고 합니다.
낚시꾼이 이렇게 글을 잘 쓸수 있는건지......
참 흥미있게 읽어지고...2편 기다려지네요.
오전내로 안올려지면 제가 이어갈까요?(ㅋㅋㅋ)
박중사님!
입질!기다림님,박중사님 좋은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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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지산맨 03-06-20 14:13 IP : 60ddd5f9dd00543
오랜기간 등장하지 않았지만, 역시 글 솜씨는 녹쓸지 않았구려.
다음 글이 무척이나 기대가 됩니다.
중간보고를 하겠다더니 소식이 없길래 왠일인가 궁금했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구먼요.
잘 읽었고, 다음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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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어뱅이 03-06-20 14:46 IP : 60ddd5f9dd00543
입질님 글 솜씨는 익히 알고 있습니다.
읽으면 언제 읽었는지 모르게 다 읽고 맙니다.
잔잔하고 조용하면서도
가슴에는 작은 파문을 일으킵니다.

그래서, 빠뜨리지 않고 꼭 읽습니다.

뚜삐꼰띠뉴뜨는.....
시간상 어쩌지 못하나 봅니다.
기다려 봅시다.
대물을 기다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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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로장생 03-06-20 15:16 IP : 60ddd5f9dd00543
입질!기다림님.
항상 님의글을 잘보고 있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혹시 이분이 무슨 소설가 아닌가 하고 의심(?)을
해보기도 합니다.
항상 님의 글이 우리생활과 밀착되어 가까이서 전해오는 순수함과
자연스러움에 언제나 편안하게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상황을 집에서는 알고 있는지요.
여우와 토끼는 집에 놔두고 ........
아무리 후배라도 그렇치, 남의 처자식을 대동하고 오붓하게 야외에서
낚시를 한다, 삐루 마셔가며 그것도 애 숙제 핑계로 ??????
혹시 집에서 알면 눈티반티 작살(?)...... ㅍㅎㅎㅎㅎㅎㅎ
아이고 재밌서라 ㅎㅎㅎㅎㅎ
한편의 드라마 보는것과 마찬가지로 2편이 무지무지 궁금합니다.
빨리올려 주시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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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회원 03-06-20 15:23 IP : 60ddd5f9dd00543
조행기 잘읽었읍니다
수고하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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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질!기다림. 03-06-20 15:33 IP : 60ddd5f9dd00543
흐린 날의 토요일오후 시간에 남편을 여의고 아쉬워하며, 가슴앓이를 하는 후배 식구들을 데리고 물가에서 앉았습니다.
철없는 꼬마들의 행동에 후배는 그저 눈물을 흘리고.........
박중사님, 낚시꾼과선녀님, 지산맨님, 안동어뱅이님, 불로장생님, 새물찬스님!
사실 사람이 사는 게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대구로 들어오면서 그저 그녀가 일상으로 돌아와 어린 병아리를 키우며 빨리 일어날 수 있도록 빌었습니다.
모든 분들이 편안하시고, 상처 입은 분들은 빨리 회복하시길 진심으로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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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리 03-06-20 21:06 IP : 60ddd5f9dd00543
조행기 쓰시르라 고생 하셨내요.
덕분에 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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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모리 03-06-20 21:54 IP : 60ddd5f9dd00543
입질!기다림님 안녕하셰요 휘모리입니다
참으로 안따까운 후배님을 두셨군요
참된 낚시인은 물가에서 고기만 낚는게 아니라 자신의 인격도 수양 한다고 합니다
님의 따스한 마음이 아름답읍니다 . 실의에 빠진 후배에게 용기를 주고픈 그 마음은 벌써 월척입니다
건강하시고 저 또한 후배님이 현실에 잘 적응하시길 바라겠읍니다
소설이 아닌 사실인것 같아 초면에 몆자 적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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