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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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조행기> 낚시 숙제가 주는 의미 (1)
*일시 : 2003년 6월 14일
*장소 : 영천시 금호읍 소재 대창보
*미끼 : 지렁이
*조과 : 엄청 큰(?) 붕어 3마리
찌를 보니 물에 잠겨 붕어가 물고 가고 있었다.
"물었다. 당겨라!"
녀석은 낚싯대 앞에서 돌멩이를 쥐고 딴짓을 하다가 챔질을 한다.
수면에 떠올라 방향을 트는 모습이 보인다.
붕어는 당겨 오다가 앞 수초에 걸려 초릿대는 반원을 그리고 있었다.
"한 마리 잡았다!"
"엄마! ○○가 진짜 한 마리 낚았다."
낚싯대를 받아 줄을 쥐고 살살 당겨내니 두 치 정도의 붕어였다.
바늘을 빼고 녀석의 손바닥 위에 놓아주자 팔딱거리는 붕어를 쥐고 누나에게 내밀었다.
누나는 고함을 지르며 뒷걸음을 친다.
살림망에 작은 돌멩이를 넣어 물에 던져 잠수시킨 다음 고릿줄을 받침대에 걸어 두었다.
"자, 이젠 여기 넣어라."
붕어를 담는 걸 보고 지렁이를 꿰어 낚싯대를 다시 투척했다.
"자, 아저씨 손 봐라. 찌가 내려가거나 쑤욱 올라오면 낚싯대를 번쩍 들지 말고 이렇게 앞으로 순간적으로 당기는 거야."
내 낚싯대를 앞으로 당겨 챔질하는 동작을 보여 주었다.
한 대를 펴놓은 내 낚싯대는 미동이 없는 걸 보니 붕어들의 만찬이 끝난 모양이다.
다시 미끼를 달지 않고 그냥 둔 채 담배를 꺼내 물었다.
라이터로 불을 붙이면서 녀석의 찌를 보니 또 입질이 들어오고 있었다.
"찌에서 눈을 떼지 말아야지. 자, 찌가 올라오는 게 보이지? 당길 준비! 하나, 둘, 당겨! 그래, 잘했어."
붕어가 바늘에 걸려 빠르게 움직이는 동작에 따라 낚싯줄이 수면을 가르고 있었다.
"그래, 공기를 먹인 후 붕어가 앞으로 당겨 왔을 때 풀에 걸리지 않게 낚싯대를 살짝 들어 봐라.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챔질과 당겨내는 동작이 처음보다는 좋아진 것 같았다.
다시 붕어를 손으로 쥐고 바늘을 빼는 강의를 했다.
가지바늘 채비에 지렁이를 한 마리 쥐고 바늘에 꿰는 방법을 보여 준 후 남은 바늘에 직접 미끼를 꿰어 보게 하였다.
지렁이가 움직이는 게 영 생각대로 안 되는 모양이었다.
"지렁이는 손을 물지는 않는단 말야. 겁낼 필요 전혀 없단다."
"손이 더러워지는데요."
"야, 이녀석아. 손을 바로 아저씨처럼 씻으면 되지."
녀석은 낚싯대를 휘둘러 채비를 안착시킨다.
몇 번 시범을 보였지만 보리타작하는 도리깨를 휘두르는 폼이다.
"선배! 땀 좀 닦아요. 캔맥주 드릴까요? 아니면 음료수?"
"응, 캔맥주 줘."
지렁이 만진 손을 씻고 거품이 보글거리는 맥주를 받아들고 한 모금을 마셨다.
날씨가 흐리고 후덥지근하며 바람 한 점 없는 물가에서 마시는 맥주는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시원한 청량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낚싯대 앞에 앉아 있던 녀석은 누나가 조개가 있다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깡충거리며 뛰어간다.
"ㅇㅇ야! 물에 들어가면 안 된다."
같이 맥주를 마시던 후배가 소리를 질렀다.
맥주 한 모금을 더 마신 후 고추장이 가미된 쥐포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선배! 이제 5학년, 3학년 둘이 저렇게 철이 없는데 난 쟤들 데리고 어떻게 평생을 살아야 할 지 막막해......"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네. 든든한 직장도 있겠다...... 흘러간 세월이 빠른 것처럼 다가올 세월도 빨리 가는 거야."
"결혼 12년 동안 정말 아이들 데리고 같이 야외에도 몇 번 못 나왔어요."
"왜?"
"성격 때문에. 쉬는 날은 맨날 바둑이나 두고......"
"야, 이 사람아. 나도 우리 아이 저만할 때 자네 부군이랑 똑같아서 우리 마누라가 불평을 많이 했어."
"지금은 아이들이 같이 따라나서지는 않죠?"
"그럼, 자기들 일정에 맞춰 학교 오가고 제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하지 뭐."
"지금 생각하니 모든 게 아쉽고 야속하고 너무 모자라는 게 많은 것 같아요."
화장을 하지 않은 후배의 핏기 없는 얼굴의 눈망울에 맺혀진 구슬 같은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못 본 채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 모금의 맥주를 마시고 오렌지 한 조각을 집어들었다.
금요일 오후, 점심식사를 마친 후 사무실에 들어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책상 위에 있는 내 전화를 받지 않으니까 모바일존 영역에 있는 핸드폰 번호로 넘어온 모양이었다.
대학 여자 후배의 전화였다.
"요즘 어때? 건강은?"
"별일은 없고요. 선배님께 부탁 좀 하려고요."
"난데없는 부탁은 무슨?"
"토요일에 낚시 가세요?"
"이번 주는 내가 출근을 해야 하는데, 뜬금없이 웬 낚시 이야기는?"
"다름이 아니고, 아이들 학교 숙제가 아빠하고 낚시 갔다온 이야기를 발표해야 한다는데......"
"그래? 알았어. 그럼 이번 토요일 오후에 내가 낚시 사부노릇을 할게. 뭐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어."
전화를 끊었다.
토요일 아침.
평소 차 뒤 트렁크에 실어 놓던 낚시장비를 아내가 운전을 하다가 긁어놓은 차 문짝 수리를 위해 꺼내어 창고에 넣어두었는데, 비 때문에 정비공장에 맡기기도 못하고 그냥 타고 다니다가 낚시 사부가 되기 위해서 다시 차에 싣고 낚시복을 챙겨 출근을 했다.
구내식당에서 갓 구워 낸 부추부침이 맛이 있어 한 접시를 추가로 더 받아서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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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비 꼰티뉴어드로 가심니까요? ㅎㅎㅎ
2편 퍼떡 올리 주시이소예
건강하시구 즐거운 나날이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