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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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4일간의 대물낚시 여행 2편(의성 매곡지)

탈퇴한회원 IP : f93832ac4553ecc 날짜 : 2003-08-07 14:30 조회 : 6433 본문+댓글추천 : 0

이제 완연히 어둠이 내리고 더위도 한풀 꺾인 듯 하다.
상류쪽에 많은 분들이 포진했지만 소란스럽지는 않다. 천만다행이다.
개꾼 없는 세상!
이리 좋을 수가.....
개꾼하면 생각나는 것이 하나 있다. 언젠가 다워리님이 어느 못에 밤늦게 도착한 탓에 본의 아니게 개꾼행세를
한 적이 있었노라 하셨는데 그 얘기를 접한 뒤로는 개꾼들을 보면 자꾸 다워리님이 생각나니 이것 참
괴이한 일이다.
다워리님은 절대 개꾼이 아닌데.........
에혀~~~

부채살 모양으로 펼쳐놓은 찌불의 향연, 금방이라도 꿈뻑하며 찌가 올라올 것만 같다.
이야호, 멋져부리네~~~
저절로 탄성이 터져나온다.
바로 이맛이야. 내가 이 맛에 대물낚시하러 온다니깐..... 고롬.
옛날엔, 아니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케미는 들쑥날쑥 지멋대로 자릴 잡았는데 이젠 끝만 살짝 보일만큼만 물 밖으로
내어 놓고 있으니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나도 이제 서서히 초보꾼 티를 벗어가나보다.
나중엔 아예 케미를 물 속에 잠궈놓아야겠다.
너무 잠궈놓으면 찌불 보는 재미가 좀 반감되려나?

맨 왼쪽에 덤으로 하나 던져 놓은 1.5칸 대의 찌불이 살짝 올라왔다가 내려간다.
햐, 요것봐라.
방정맞게 까부는 게 아닌 우아하게 오르락내리락 하니 일순간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된다.
지난번 출조 때에도 다섯치 붕어가 앙탈하며 끌려나오지 않았던가.
새우를 달았으니 급하게 챌 필요는 없다.
고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맨치로 턱에 손을 괴고 앉아 저놈도 나처럼 대물사냥하러 나온 허접꾼일까
생각하며 2단, 3단 중후한 입질을 보여주기만 기다리면 된다.
아마도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 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렸다.
크헤헤헤.....
바보 같은 붕어 녀석....
이 대물꾼 뚝새가 두 눈 부릅뜨고 째리고 있다는 사실은 모를테지......
난 오늘 우측 두 번 째 3칸 대에 모든 희망을 걸었다.
밑의 그림 우측 상단에 보이는 이글거리는 불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maegok1-1.jpg
밤새 입질 구경하기 힘든 다른 못에 비해 그나마 매곡지는 심심찮게 입질을 해주는 넉넉한 성품을 가진
못임에 틀림 없다.
아직 대물이 나올 시간은 아닌 것인가 항상 마음 속에 꿈꾸던 그런 멋진 입질이 보이진 않지만
간혹 몇 cm씩 올리는 입질은 더러 보인다.
그러나 채지는 않는다.
예전 같으면 찌가 쑥 빠지도록 그냥 무식하게 챘을 법도 한데 이젠 그냥 놔둔다.
잔챙이 붕어는 더 이상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다시 미끼 갈려고 부산떨면 그것 또한 대물을 상대하는데 해로울 뿐이다.
우히히~~
대물낚시 1년만 하면 뚝새 만큼 한다?

밤은 점점 깊어가고 기어이 운명의 시간이 찾아왔다.
뒤돌아서서 담배에 불을 붙이고 살짝 시계를 보니 2시다.
예전엔, 자꾸 예전 소리 해싸서 읽는 분들께 죄송하지만 자꾸 옛날과 비교가 되서 하는 소리니
조금 성가시고 귀찮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예전엔 그랬다.
초저녁에 입질이 없다 싶으면 이내 꾸벅꾸벅 졸다가 동틀 무렵 잠이 깨서 아 오늘도 날샜다 이랬을 터인데
이젠 밤새 한숨 안 자고 쪼아댄다.
나으 이 집념, 이 고집, 이 성깔!
붕어들이 벌씨로 눈치를 챈 모양이다.
비록 적장이지만 사구칠 붕어 그놈 참 대단한 놈이 아닐 수 없다.
'뚝새한테 걸리면 무조건 죽음이니까 대구경북 각지의 붕돌이 붕순이 붕애들은 고저 몸을 사리고 뚝방 밑으로
전원 집결하여 은폐엄폐해 있다가 다음날 아침 동이 틀 때를 기다릴 것'
요래 서슬 퍼런 명령을 내려놨으니 내가 무신 재주로 월이를 생포할 수 있을 것인가.
오만가지 상상을 하며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으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측 2번 째 대의 찌불이 깜빡하는게
보이지 않는가.
손이 떨리고 다리가 떨리고 숨이 멎을 것만 같다.
아직 대엔 손도 내밀지 못했다.
드디어 왔구나.
그래,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자그마치 오늘로 42번 째 출조에 25,000km를 달려와 겉보리 수백 봉지, 새우 수천 마리, 휘발유 수천 리터,
통행료 90 여 만원을 초개 같이 버리지 않았던가?
어디 그 뿐인가?
차 빠뜨리기 십수 회, 발 빠지기 십수 회, 사지로 차 몰아넣기 등등.......
대물낚시 역사상 이래 막대한 물량 투입과 전투력 손실을 가져온 엽기 행각은 없었을 터!!
너 오늘 잘 만났다.
너 죽고 나 살자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또 한번 찌불이 꿈뻑 한다.
검객이 칼을 빼듯이 전광석화와 같은 동작으로 낚싯대 손잡이를 부셔져라 움켜잡고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찌를 노려본다.

에공에고...이게 빠져부렀네..
to be continued.....
추천 11

1등! 대붕이다 03-08-07 14:36 IP : 60ddd5f9dd00543
간결하고 빠져드는 뚝새님의 실력....
잘보고 갑니다..
추천 0

2등! 낚시꾼과선녀 03-08-07 14:39 IP : 60ddd5f9dd00543
흥미진진...
글을 읽고 있으려니 내가 뚝새님 되어 매곡지에 앉아있는 기분...
조행기는 이렇게 써야한다는 것을...
추천 0

3등! 탈퇴한회원 03-08-07 19:07 IP : 60ddd5f9dd00543
아직 까지 조황은 없네요
3탄에는 큰기대를 걸고 기다리는데 498이 있을런지 궁금하네요
추천 0

설촌 03-08-07 19:56 IP : 60ddd5f9dd00543
ㅋㅋㅋ...
역시나... 물론 없겠져....
추천 0

뚝새 03-08-07 22:03 IP : 60ddd5f9dd00543
대붕이다님, 낚시꾼과선녀님, 새물찬스님, 설촌님!
답글 감사드립니다.
특히나 설촌님은 정말 간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바쁘시다고 전해들었는데 늦가을에 도관지나 함 같이 갈까요?
새로운 골수팬 낚시꾼과선녀(낚시꾼과선녀2 포함)님!
저 아래에서 약속했던 걸 이제서야 지키게 되는군요. 지송^^
조만간 뵐 수 있길 바랍니다.
대붕이다님은 처음 뵙는 분이군요.
답글 감사하고요, 앞으로 자주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물찬스님!
뚝새못 잘 다녀오세요.
새우가 잘 듣는 지 꼭 확인하시고요.....
나중에 다시 한번 찍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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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워리 03-08-08 00:14 IP : 60ddd5f9dd00543
에휴~~ 내가 왜 이래 숨이 차노오!!!!!!!!!~~
헉헉!!... 헥헥!!!.. 빨리 담으로 넘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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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어뱅이 03-08-08 09:39 IP : 60ddd5f9dd00543
뚝새의 조행기에 붕어는 언제나 나올까?
어쩌면 이번에도 또 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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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둥버둥 09-01-02 09:32 IP : a3dc80dcad458e0
항상 가는 저수지인데~~좋은정보 가지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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