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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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4일간의 대물낚시 여행 4편(의성 만천지)
저 멀리 달아나버렸다.
만천 휴게소에서 밥을 한상 받아먹었더니 힘이 펄펄 난다.
이제 해는 중천에 떠서 그야말로 찌는 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미 옷은 땀에 쩔어 시큼시큼한 냄새가 난다.
비상용으로 갈아 입을 옷 하나를 더 가져오긴 했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 난다.
갈아 입는 도중에 흠뻑 땀에 쩔어 버릴 텐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아껴두었다가 마지막날 서울 올라갈 때 갈아입어야겠다.
차 트렁크를 여니 그동안 주워담은 쓰레기 봉지가 여러 개가 나뒹굴고 있다.
이 역시 비에 젖고 물에 젖어 썪음썪음한 냄새가 폴폴 풍긴다.
은빛상어 같은 내 애마가 우째 이모양 이꼴로 변했는 지 기가 찬다.
한 2년 동안은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손세차만 할 정도로 애지중지 키웠던 녀석인데 어쩌다 주인이
대물낚시 한답시고 사방팔방으로 싸돌아다니는 통에 졸지에 똥차로 전락해버렸으니
천하에 못된 주인이로고......
차에서 하나 둘 짐을 내려서 다시 또 이고지고 산 밑 부들밭 공략을 위해 보무도 당당하게
걸음을 내딛는다.
짐만으로 보면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대물꾼 아닌가!
동네 아주머니도 이 엄청난 짐보따리에 고기 다 잡아가는 줄 알고 안색이 파랗게 변해버리는데........
덜그덕덜그덕 삐걱삐걱 통통 하는 대물꾼 행차소리에 황소개구리들 앞다투어 물 속으로 뛰어든다.
헛 참 고놈들 사람 볼 줄 아는구만.....
휴~~~
드디어 오늘 공략할 부들밭 앞에 도착.
이 땡볕에 어줍잖은 작업을 할 생각을 하니 하늘이 노랗다.
그러나 이미 결심은 섰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다.
오!
천지신명이시여!
이 대물꾼 뚝새 저 철옹성 같은 부들밭을 고저 낭창대고 디립다 무거운 수초낫과 갈쿠리 이 두 가지
비기를 이용하여 집중공략코자 하오니 굽어 살피시어 이 치열한 공성전에서 승전보를 울릴 수
있도록 해주시고, 달이 기울 때를 기다려 적장 하나를 이쪽으로 보내주십시오.
이두메지나 4호 바늘로 단 1합에 쓰러뜨려 후세에 길이 빛날 전공을 세우고자 함이니
거두어 주소서.
비장한 각오로 입을 꼭 다물고 낚시가방에서 비기를 꺼내들었다.
무식한 수초제거기와 청룡언월도 비스무리한 수초낫, 삼지창 비스무리한 갈쿠리를 가방 이쪽저쪽을 뒤적여
꺼내고 마지막으로 동네 대장간(철물점)에서 어렵사리 구한 숫돌도 꺼내 놓았다.
그새 녹이 슬어버린 수초낫을 서슬이 퍼렇토록 갈고 또 갈았다.
스샥 스샥......
수초낫을 들어 날이 제대로 섰는 지 바라보니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살기가 돈다.
됐다 이만하면 적군은 삽시간에 초토화시킬 수 있을지어다.
으랏차차차차차........
이놈들아 내 칼을 받아랏...... 싫음 말고....
단칼에 나가떨어지는 적들의 시체가 산을 이룬다.
이내 물은 검푸른 색으로 변해버린다.
그야말로 부들이 추풍낙엽 처럼 쓰러진다. 아래 사진 하단부 참조.
에구 더워라.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한 구멍 파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다섯 군데를 어는 세월에 다 마칠 것인가.
이거 뒤지게 작업해봐야 오늘 밤에 입질 볼 가능성은 있을 지 도무지 의심스럽다.
승산이 없는 작업인 것 같지만 이왕 시작했으니 이젠 물러설 수 조차 없다.
비지땀을 흘리며 약 3시간에 걸쳐 작업을 한 끝에 이런 모양의 부들밭 작업을 마쳤다.
으하하하하......
작업이 끝난 부들밭을 바라보니 드디어 해냈다는 자부심과 함께 회심의 미소가 피어난다.
오 놀라워라.
정녕 이것이 나의 작품이란 말인가!
좋아 오늘밤 달이 기울 때를 기다리고 이젠 곤히 잠을 청하자.
옆 조사님께 자리를 좀 봐 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거목이 쓰러지듯 엎어져 디비잤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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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이 어딘지 아르켜 주신다면 꼭 복수을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