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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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경산 자인 가곡지(가곡산장)
나홀로 출조가 편안한건 사실이지만
위험 요소가 곳곳에 산제해 있고
또한 혼자서 밤을 지세대보면 온간 잡스런 상상으로
도저히 낚시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상태를 몇 번 경험하고는
혼자 출조를 꺼리게 됐습니다.
그래도 오늘은 고즈넉이 혼자서 밤을 새우고 싶은 맘이 들어서
용기를 내어 나홀로 출조를 강행합니다.
그렇게 출발을 하면서도 내심 저수지에 나 말고
딱 한사람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져 봅니다
자인면 소재지에 들어서면서 갑자기 뭔가가 빠졌다는 생각에
뒷자석을 확인해 보니 카메라가 보이지 않네요.
불야불야 다시 집으로 돌아와 카메라를 챙기고
기왕 온 김에 저녁도 해결하고 야식으로 미숫가루를 준비해서 출발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체 됐습니다.
마음속으로 정해 뒀던 대창의 신당지에 도착해보니
자그만 저수지에 온통 꾼들로 북새통입니다.
작년에 찾았을 때 단 한번도 이런 상태는 없었는데
오늘 노조사님들의 월례회가 있은 듯 노인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신당지를 급히 빠져나와
장마기간 비 때문에 대를 접었던, 그래서 미련이 남는
자인 가곡지(천마지와 원지 사이에 있는 저수지)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가곡지에 도착하니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단 한명의 꾼도 보이지 않네요.
이 저수지는 꾼들의 흔적은 많은데
특이하게도 요사이 꾼들의 발길은 보이지 않는 곳입니다.
우안 산자락이 포인트 이지만 오늘 혼자서 밤을 새울 경우
십중팔구 밤을 꼬박 지새우기가 불가능할 것 같아서 길 쪽에 대를 편성했습니다.
대를 편성하면서 누군가 한 사람만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또 듭니다.
상류에서 바라본 가곡지 전경, 월척님들이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좌대가 조금씩 사라지고 있지만 아직은 경산 일대 저수지에서는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올 초 경산시의 좌대 철거 작업으로 더러는 없어졌지만 골짜기에 있는 좌대는 시 인력으론 역부족인 듯합니다. 더 이상의 좌대 신설은 없어야겠는데요. 경산 일대 낚시점장님들의 참여 당부드립니다. 특권과 반칙이 난무하는 세상살이 아닙니까? 여가 활동으로 즐기는 낚시만큼은 반칙이 사라지기를 바래봅니다.
평상이 보이는 건너편에는 낚시를 한 흔적이 많은데요. 올 봄에 많은 분들로 붐볐다고 합니다. 건너편(우안)에 산자락 포인트에 앉고 싶었지만 도저히 밤을 보낼 용기가 나지 않아서 여기서 대를 편성합니다.
상류전경입니다.
좌대 위에는 누군가 쳐 놓은 파라솔과 낚싯대도 보입니다.
그리고 좌대 앞을 뗏장밭은 가히 환상적입니다.
하지만 이 좌대 하나가 얼마나 많은 포인트를 죽이고 있는지를 좌대 주인은 알고 있을까요?
총 6대를 편성했습니다.
맨 우측 뗏장과 인접한 3.0칸대는 구멍이 작아서 데스크에서 준비해간 청강도로 작업을 해서 구멍을 조금 더 키운 상태입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청강도에 주걱을 달아서 겉보리를 정확하게 투척할 수 있다는 것이 잘 미끼지 않는데요. 사실 겉보리를 손으로 투척할 때마다 엉뚱한 곳에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청강도가 나왔을 때 저는 낫보다는 주걱에 훨씬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요. 오늘 드디어 제가 원하는 국소 포인트에 주걱을 활용하여 정확하게 겉보리를 투척하게 됐습니다.
사진은 3.0칸대를 겨냥해서 주걱에 겉보리를 실어서 포인트에 뿌리는 과정인데요 보시다 시피 혼자서 카메라를 들고 작업을 하다보니 사진이 조금 어설픕니다. 두 손을 다 사용하시면 별 무리 없이 쉽게 원하는 곳에 겉보리를 실어 나를 수 있습니다. 단,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주걱에 담지는 마십시오. 무거워서 청강도가 처칩니다. 사진에서 보는 정도가 아주 적당하고요, 한 곳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많은 겉보리가 필요치도 않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여섯 대에 겉보리를 뿌리면 겉보리 한 봉지로도 충분합니다. 국소 포인트에 밑밥을 집중하여 뿌려두고 나니 한밤의 기대감은 더 높아만 갑니다..
대편성을 마치면서 겉보리를 원하는 곳에 뿌려뒀다는 흐뭇한 마음과
오늘 이 밤을 어떻게 보낼까하는 불안한 마음이 교차합니다.
무심결에 조우에게 전화를 해서 혼자 있기가 무서운
가가 막힌 저수지에 앉아 있다고 해 버렸습니다.
조우는 어부인 눈치를 보느라고 힘들 것 같다고 했지만
저는 올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왜냐면 이미 마음이 콩밭에 가 있을게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잠시 후 근처에 와있다며 위치를 자세히 묻네요. 푸하하(어부인께는 정말죄송합니다)
위치를 알려주고 나서 찌를 주시하고 있으니
낮에 수초작업을 살짝 해둔 뗏장과 붙은 맨 우측 3.0칸대 찌가 빠꿈이 고개를 들더니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우아한 찌오름이 시작됩니다.
아~! 얼마만에 보는 입질인지 모를 정도로 기억이 가물한 멋진 입질이 이어지고
한참을 감상하다가 멈칫하는 순간 바로 챔질했습니다.
묵직함이 손끝에 전해오고 이미 마름위로 올라온 녀석을 강제집행해서 손에 넣으니
여덟치는 넘어 보이고 아홉치는 안되어 보이는 올해 최대어는 분명합니다.
달이 떠오르는 걸 보면서 달처럼 환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방금 낚은 녀석을
달에 비추어 봅니다.
달이 뜨는 모습과 지는 모습입니다. 뜰때와 질때가 기울기가 다르죠?
조우가 도착해서 좌대에 한번 올라가 보더니 기가막힌 포인트라고 감탄을 하네요.
그러면서도 좌대에 앉지는 않고, 제가 앉은자리 우측에서 짧은데 3대를 편성합니다.
뒤에서 낚싯대 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2년전에 낚시에 입문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선수가 되어 있습니다.
후레쉬 없이 정확하게 투척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전에 찌를 들쭉날쭉 물 밖으로 내 놓곤 했는데
이제 보니 찌를 물속에 살짝 잠겨두는 모습이 영락없는 고수의 폼세입니다.
절로 감탄을 하면서 올해 월척 3수를 했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조우의 참여로 이제은 밤이 두렵지 않게 됐습니다.
찌만 올려주면 된다!
이제 염병할 상상도 하지 않아도 되고
오로지 찌만 올려주면 된다!
잔챙이들의 성화가 없어서 눈의 피로는 거의 없어서 좋은데
찌를 밀어 올려 줄 법한 3.0칸대는 자정을 넘어서는데도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래도 초저녁에 낚은 붕어로 인해 기대치는 아직 남아 있는데
단지 옆에서 미동하지 않은 찌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을 조우에게는 미안한 생각이 절로 듭니다.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새벽2시 조우가 집에 가겠다고 하네요..
허걱, 속으론 안돼라고 했지만 도저히 잡을 수가 없습니다.
여태 같이 저수지를 지켜준 것만으로도 고맙지요..
조우가 떠나가고 나 홀로 10여분이 지났을까요..
갑자기 몇해전 tv로 방영됐던 여름특집 귀곡산장이
오늘은 가곡산장(가곡지)으로 바뀌고
얼마 전에 벽송님이 들려준 산제지에서의 총각귀신도 떠오르더니
급기야 목없는 처녀귀신을 비롯해 온 갓 잡다한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합니다..
도저히 낚시를 하지 못하고 차량으로 이동해서
라디오 볼륨을 한껏 올려놓고 눈을 감으니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메탈 종류였는데
음악소리가 마치 귀신을 부르는 듯합니다.
도저히 저수지에 있지를 못하고 차를 몰아 저수지를 빠져나왔습니다.
큰 길에 도착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곧장 인접한 원지(먼못)에 도착해서
길가에 꾼들이 있는가 확인하고는
길 가장자리에 차량을 세우고 눈을 감을 수가 있었습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런 유치한 상상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저수지에 혼자 있으면 반드시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이 병을 고쳐야 진정한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힘들 것 같아 보입니다.
한밤의 호들갑으로 심신이 지쳤는지
아침 6시가 넘어서야 저수지에 다시 올라왔습니다.
가곡지 상류 야산에 햇빛이 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밝은 빛을 대하니 어젯밤의 소동 따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평온해 집니다.
건너편에는 방금 도착한 초보조사님 두분이서 지렁이로 잔챙이와 씨름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고향을 방문한 형제가 모처럼 낚시대를 잡았다고 하네요
살림망을 준비해 오지 않았나 봅니다.
제가 초저녁(21:30)에 낚은 녀석으로 계측결과는 25cm입니다.
아래 비늘사진 좌측은 햇빛을 받고 우측은 햇빛을 막고 찍은 결과입니다.
토종은 채형 자체가 아름다울뿐만 아니라 비늘 또한 무지 아름답지요?.
이름 모를 꽃과 잠자리(잠자리 이름도 모릅니다)
건너편 초보조사님들 쪽에서 제가 앉은 포인트를 담아봤습니다.
<<img src=http://www.wolchuck.co.kr/pic2/dduk/img/gagok/gagok-13.jpg border=10>
가곡지 아침 8시, 저기 잘생긴 초보조사님 두분을 남겨두고 빠져나왔습니다.
* 일 시 : 2003. 8. 9(토) 18:00 ~ 8. 5(일) 07:00
* 장 소 : 경산 자인 가곡지
* 찬조출연 : 조우(조담당)
* 날 씨 : 맑음(달있음)
* 앉은자리 : 제방좌측 중상류
* 수 심 : 2.3칸디준(80cm내외), 3.0칸기준(1m정도)
* 미 끼 : 콩
* 입질시간대 : 초저녁
* 채 비 : 유동채비(원줄5호, 목줄 케브라4합사 ,감성돔 5호바늘)-월척기준
* 대편성 : 6대(월척), 조우(3대)
* 조 과 : 1수(월척2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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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낚시 혼자선 너무 적적 하죠....
안전을 위해서라도 혼자 다니지 마이소..
나도 겁이 좀 많아서,, 전엔 안 그랬는데..으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