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 화보조행기 - 작품조행기와 습작조행기가 화보조행기로 통합되었습니다(19.10.11)
· 동영상 조행기는 동영상 게시판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화보조행기] 밤의 적막도 달빛에 물들고...

탈퇴한회원 IP : d1449b2eab47469 날짜 : 2003-08-12 01:46 조회 : 3115 본문+댓글추천 : 0

(먼저 글 관계상 존대어를 사용못함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디카가 아직 없어 그림도 없어서 올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올립니다...)

그리 흐리지 않은 날이었다. 오랜만에 떠나는 출조라 맘은 이내 물가에 가 있는듯하였다. 시간은 8월 9일 오후 3시를 막 지나고 있다..제법 지칠만도한 날씨였다..함께할 조우를 찾지못해 어쩔수 없는 혼자만의 고독과 또다시 싸워야만 한다...차를몰고 떠난지 20여분..도올님과 함게 둘러 보았던 도원지로 향했다..물빛은 그리 맑지는 않았지만 저번주 답사때보다는 조금 나아 보였다...수위는 아직 만수위에 있었고 대를 드리운 사람은 없었다..적막이랄까?..그옛날 들렸던 저수지의 전설때문일까?..언젠가 이곳에 낚시를 하던중 귀신을 봤다는 글이 인터넷상으로 떠돌아 한참 발길이 없었다고 한다....햇빛은 뜨거웠지만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으로 그다지 덥지는 않았다...저수지를 한바퀴돌아본후 그길을 다시 내려왔다...혼자 하기엔 너무 큰 저수지인것 같아 난 발길을 안평쪽으로 돌렸다...도리원읍을 경유해 안평쪽으로 한 10분쯤 달렸다...왼편의 작은 마을을 끼고 마을을 지나 그동안 다니며 봐 두었던 곳으로 핸들을 돌렸다...그러기를10여분 이윽고 저수지 둑에 이르러 둑밑에 차를 세우고 장비를 챙겨 가파른 둑을 올랐다...둑위에 올라 저수지를보니 적막 그자체였다..작은 물결하나 일지 않았고 바라만 약간씩 불었다..저수지의 규모는 약 3천~4천평 남짓되어 보였고 상류의 부들은 무언가 숨겨 놓은듯 고요하기 그지없었다...저수지를 한바퀴 돌아보며 포인트 선정에 나섰다..역시 생각대로 아직까지는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그도 그럴것이 한참을 들어 왔으니...저수지는 삼각형을 그리는 전형적인 계곡형이었고 둑 중간의 수심은 3.0기준으로 3m 정도의 안정된 수심을 보였다...둑에서 본 상류의 오른쪽은 가파른 직벽이었고 낚시자리는 두세곳의 자리가 나올것 같아보인다..
왼편의 상류는 완만한 경사를 보이며 물과 맞다아 있었고 수심은 3.0대 기준으로 1~1.5m정도를 보였다...물색은 적당히 탁했고 새우와 거머리가 타 저수지에 비해 조금은 많아 보였다...둑의 중간에서 일직선으로 보이는 상류에는 버드나무가 있었고 자리는 있었지만 바닥이 진흙이라 자리가 나오질 않았다 하는수 없이 둑의 왼편에서 생자리를 만들어 양쪽 모서리의 부들쪽을 공략하기로 했다..상류의 좋은 포인트가 몇곳있지만 바닥과 자리의 선정이 애메한 관계로 둑을 선택했다...자리를 만들고 장비를 정리한후 수심체크로 들어가 대편성에 들어갔다...왼쪽부터 3.2 , 3.0 , 2.7 , 2.5 , 2.9 , 3.0 , 3.1 로 편성을 마치고 모든대가 물속의 줄풀을 넘겨서 셋팅이 되었다...낚시하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낚시를 하다보면 나름대로 믿음이 가는 대가 있다...2주전 기지에서의 장비 소홀(수초제거기 부러짐)과 졸음으로 인한(전날 야간작업)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단단히 각오하고 올라온 터라 오늘은 무언가가 내 손을 떨리게 할뜻하였다...채비의 손질로 한층 믿음이 갔고 그에 반응하듯 어둠은 이윽고 하늘을 덮었다..하지만 8월이었고 죽은달이고 상현이라 그런지 달의 모습은 거의 보름달에 가까운 수준이었다..시간은 10시를 가리키었고 하늘을보니 그렇게 많아 보이던 별들이 어느새 구름사이로 수가 훨씬 줄어든듯하다...담배를 한개피 입에 물고불을 붙이는데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진다..하늘을 보니  구름사이로 달빛이 가려진다...
"행여 이때라도 좋으니 조금만 이라도 움직여다오 나의 사랑하는 찌들아"
담배의 첫한모금을 내뱃는순간 기분이 이상했다...왼편의 2.7칸에 작은 미동이 보인다. 미동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컸다. 잠시후 케미의 빛이 밝아지며 허공으로 떠오르는 작은 빛이 보인다...
"이런..." 잠시 멈추었다 그에 맞춰 나의 숨도 멎었다..빛이 멈추었다.손은 이미 대의 자루에 가있었고 시선은 돌려지지가 않는다...다시 움직인다. 올라오는 속도가 약간은 빠른듯하다..손에 힘이 들어가고  "좋아! 지금이야.."  하고 대를 앞으로 밀듯이 들어 올렸다...걸었다...바로 앞의 수초를 생각해서 속공이 필요했다. 거의 직각으로 올려진 대는 멋있는 유선을 그리며 활처럼 휘었다...밤의 적막을 깨는 이소리..
"철퍼덕"... 소리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듣는 소리였다...
가지고 간 줄자로 재어보니 26cm 를 가리킨다...그런데도 이리 힘이 좋다는 말인가...
내심 다음을 기대하며다시 탄약 장전....
달빛이 안보인다...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 산속이라서 달이 일찍 질거라 생각했는데...물위로 행여 그림자라도 비칠까봐 달을 45' 로 등지고 앉았는데...개척한 생자리라 좁기만 하다...다시 적막이 찾아왔다...옛날 군시절 해안방어 나가서 근무서던 생각이 갑자기 떠오른다...그때도 이랬는데...하지만 지금은 파도가 없다...노래가 절로나온다..그시절 노래가...아주 작게...

슬피우는 새소리에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는 노랫소리가 멈추었다...지금은 새벽 3시 30분...말뚝에 꽃아 놓은양 케미의 움직임이 없다...달이 일찍져서 어둠이 짙었고
안개도 한몪하며 다음날의 기상을 알렸다..커피한잔의 유혹에 그만 무릎에 힘이 들어가고 만다...무릎이 펴지려는 순간 오른편 둑에 부들옆으로 바짝붙인 3.1 대의케미가 사라진다...
"앗! 이런..." 순간 손은 대를 들어 올렸다. 무언가가 하지만 무언가가 방해를 한다..
대를 잡아당기는 힘이 아까보다는크다...부들에 걸린것일까? 자꾸 끌어당기는게 부들은 아닌것 같다.순간 귓전을 때리는 반가운 소리...
"철퍼덕..." 걸었다....궁금하다 나를 긴장시키는 이놈의 얼굴이...
빵은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몸매는 잘빠졌다 .
계측결과 27cm ..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월이 아니어도 좋다...미련이 없기에...

저멀리 여명이 밝아온다...황소개구리는 목이 않터졌는지 계속울어댄다...다시 적막은 시작된다...처음부터 그랬듯이...

오전 7시 10분 ...대를 접는다...적막과 싸워 이긴 내 자신이 자랑 스럽다...손을 떠난 놈들이 멋있게 유영한다...나즈막히 속삭여 본다..
" 잘살아 ..그리고 고마워.^^..""
안개가 거친다..하늘의 빛이 다시 세상을 비춘다..돌아가는길에 아침거리 장을 봐야겠다...

장소 : 도리원에서 안평가는길 중간 마을 지난 산속 소류지...
조과 : 26cm , 27cm  아릿다운 토종붕어...
먹이 : 콩, 새우, 옥수수 ( 두마리 모두 새우입질)
채비 : 원줄 그랜드맥스3호 , 목줄 케브라 합사3호, 다이찌 4호 바늘,유동
편성 : 좌로부터 3.2 , 3.0 , 2.7 , 2.5 , 2.9 , 3.0 , 3.1  총 7대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물론 청소는 칼같이 해놓았구요^^
앞으로 종종 글 올리겠습니다...처음쓰는글이라서 두서 없이 많이도 썼네요^^
늘 행복하시구요...모두 모두 월하시길....
추천 0

1등! 대붕이다 03-08-12 07:53 IP : 60ddd5f9dd00543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첨이라지만 어느 고수 못지않네요....
앞으로도 많은 활동 부탁할께요...
추천 0

2등! 낚시꾼과선녀 03-08-12 09:01 IP : 60ddd5f9dd00543
붕어잡는토끼님!
반갑습니다.
어느 조행기 못지 않게 흥미진진합니다.
두마리 붕어지만 당친 손맛 보셨습니다.
수고했구요...
워리 등장하는 조행기도 기다려봅니다.
추천 0

3등! 자몽 03-08-12 09:11 IP : 60ddd5f9dd00543
현장감 있는 조행기 잘보았습니다. 월척님은 무서워서 먼못까지 나와서
낸내 하셨다던데 ㅋㅋ.. 시간 나면 저도 한번 데리고 가주세요.
건강하시고요...
추천 0

외붕 03-08-12 09:11 IP : 60ddd5f9dd00543
안녕하세요. 붕어잡는토끼님!
님의 조행기 정말 자-알 읽었습니다.
진정한 낚시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흐뭇한 맘 감출 수가 없습니다.
또는 님의 필력도 대단하신 것 같구요.
수고하셨구요. 감사드립니다.
추천 0

은하수 03-08-12 12:35 IP : 60ddd5f9dd00543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혼자보내는 저수지의 적막속에서 낚시라
생각만해도 가슴 찡 합니다
그리고 붕어를 잡는토끼는 최근 한참유행한 엽기토끼 씨리즈에
올려도 되겠네요 히히!!
감사합니다


추천 0

이동남 03-08-12 14:49 IP : 60ddd5f9dd00543
저도 언젠가 혼자서 적막을 즐겨본 적이 있었는데
막상 처음에는 싫더니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을 즐길수 있었죠.
손맛까지 보셨다니 즐거운 시간이 되셨군요.
추천 0

검도붕어 03-08-12 19:43 IP : 60ddd5f9dd00543
재미난 조행기였습니다
특히
'다시 적막은 시작된다...처음부터 그랬듯이...'
이 부분은 정말 좋은 표현입니다^^*
근데 눈이 좀 아픕니다
좀 많이 뛰워쓰기를 하시면 더욱 편안한 조행기가 될것같은데 어떠세요?
월척 땡기는 모습이 어서 보고싶군요^^*
추천 0

붕어한마리 03-08-12 21:09 IP : 60ddd5f9dd00543
안녕하세요..붕어잡는 토끼님..^^
정말 잼나게 읽었구여..담에 디카 준비되면 화보 기대가 되네요..
글 쓰시는 솜씨가 붕어잡는 솜씨 못지 않으 신듯...^^
이쁜 붕어 방생까정....갑자기 냉장고에서 약되기를 기달리는 울집 붕어들한테 넘 미안해 지네요..^^
좋은 활약 기대 할께요~
추천 0

머슴 03-08-13 11:25 IP : 60ddd5f9dd00543
낚시하시는 모습이 눈앞에 선 합니다..........
어찌도 이렇게 구구절절이 머슴의 심금을 울리시는지....
아~~~~~~~~~~우~~~~~~~~~~~!!!!!!!!!!!!!!!!
낚시가고 싶어랑~~~~~~!!!!!!!!!!!!!!!!!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