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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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친구따라 낚시가기.

안동어뱅이 IP : d63f2a507b317f1 날짜 : 2003-08-05 15:50 조회 : 3049 본문+댓글추천 : 0


금요일은 아들놈이 휴가라고 포항으로 왔기에 대보에 갔다.
해맞이공원에서 밤바다를 바라보며 등대불도 바라보며 소주를 한잔하고, 토요일 새벽에 방파제에서 망상어와 볼락을 20여 마리 잡아서 방생을 하고, 도구해수욕장에서 손자를 데리고 놀다가 안동으로 갔다.

일요일 새벽4시부터 풍산 여자지, 가일지, 이개지를 두루 섭렵하여 잔챙이를 몇 마리 잡고, 저녁은 딸아이 생일이라 온 가족이 파티를 한다고 좋아하는 소주를 또 마시고.....

월요일은 피로회복 겸 목욕탕을 가고, 화요일이나 목요일은 물을 보러 가는 것이 나의  습관이 되었으므로, 오늘은 포항 온천으로 갈까? 창포 하와이로 갈까 망설이는 중이다.

휴대폰이 삐삐거려 열어보니 교수가 영천으로 밤낚시를 간다는 것이다.
조금 후 반디가 오더니 같은 말을 하면서 '어떻게 하느냐?' 고 물었다.
월요일은 쉬는 날이니 '못 간다!' 고 했다.

퇴근시간.
사무실을 나서는데 짜라라~~ 짠짜라!! (어뱅이  폰소리  : 로망스)
"형님요! 우리는 지금 금광지로 가니더. 오던지 말던지 알아서 하소!"
나의 그림자 임삿갓이다.
"누구랑?"
"손 부장 하고요". (손부장은 중학교 1년 후배, 임소장하고 같이 근무한다)

대구에 있을 때는 언제나 같이 밤낚시를 다녀서 내가 있는 곳은 임삿갓이 있으므로 그림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삿갓이 아니고 콩밭 매는 아줌마가 쓰는 모자를 쓰고 삿갓이란다.
포항에 온지 4달이 지나도록 대보와 포항의 거리가 너무 멀어? 그런지 아직 한번도 같이 가지를 못했다.

"너거 끼리 다 자 무라!"
오늘은 목욕탕에서 푹 쉬리라 마음먹었다.
시동을 걸고 정문을 나와 식당으로 갔다.
"아저씨요, 여기 퍼떡 밥하나 주소!"
그러면서도 저수지와 목욕탕을 오락가락하던 내 마음이 급한 걸 보니 한쪽으로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보리밥을 나물에 비벼서 국수처럼 마시고 물을 입에 물고 나오면서 휴대폰을 때린다.
"나도 간다. 터 하나 잡아놔라!"

차를 세우고 저수지를 바라보니 건너편 산아래 파라솔이 3개다.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어 고함을 지르니 손을 흔든다.

가방을 매고 등산화를 신고 저수지로 들어서니 온통 뻘밭이다.
낮에 내린 소나기 때문에 진흙탕이 된 길을 비틀거리며 들어가니 이미 좋은 자리는 없다.
수심을 물으니 1~1.5미터라 한다.
땟장이 잘 어우러졌는데, 다른 곳은 땟장이 없고 멀리 마름만 떠 있다.

다시 상류로 되돌아와 수심을 재니 3미터가 넘는다.
여름 밤낚시에 수심이 3미터라.....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입구로 다시 되돌아 나와야 하는데 일행이 있으니 그냥 대를 내린다.
'릴에서도 월척이 나오는데, 뭘 그래....'

3대는 떡밥 채비에 옥수수, 3대는 누드찌 스펙트라 가지채비에 옥수수.
귀찮으니까 옥수수만 넣기로 했다.
아직 의자를 제자리에 놓지도 않았다.
어뱅이는 언제나 의자를 맨 나중에 놓는 버릇이 있다.
의자를 먼저 놓으면 대 편성이 의자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멀리 3.2대의 군계일학 긴 찌가 하늘까지 올라온다.
챔질을 않고 가만히 구경만 한다.
어뱅이는 첫입질은 끝까지 바라보는 습관이 있다.
그래야 그 저수지 입질의 특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챔질을 6치가 너무 귀엽다.

붕어를 잡고 뽀뽀를 하고 물 속에 놓아준다.
어뱅이는 첫고기는 무조건 방생을 하는 습관이 있다.
월척도 그럴까?
잘 모르겠다.
아직 첫입질에 월척을 잡아본 경험이 없다.
하기야 1년에 월척을 몇 마리 잡지도 못하면서.....
작년에 4마리, 올해는 1마리.
그리고 계속 헤매고 있어 망태를 가지고 다니지 않은지가 오래다.

또다시 비가 내린다.
의자를 당겨서 마음을 가다듬는다.
여기는 초봄과 늦가을 살얼음이 얼 때 잘된다는 교수님의 말이 생각나서 그냥 친구따라 강남 온 기분으로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본다.

비는 그치고 다시 모기들의 무차별 공격이 시작되고, 구름 속으로 터진 하늘에 별을 바라보다 어느 듯 밤12시가 되었다.
잔챙이는 6마리는 임삿갓이 직접 만든 저수지에 넣겠다며 가져갔다.
젖은 파라솔, 낚시대, 받침대, 가방.
흙물이 튀어 엉망진창이다.
하나 둘 대를 접고, 나오는 길은 또 엉망진창.
넘어지고 자빠지고 엎어지고 식당마당에 도착했다.
서로가 어둠 속에서 허허 웃는다.
뭐가 그리 좋은가?

"형님요, 우리 내일은 기북으로 가니더, 같이 갑시더."
"너거 끼리 다 자 무라!!!! 난 안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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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낚시꾼과선녀 03-08-05 16:04 IP : 60ddd5f9dd00543
"너거 끼리 다 자무라 !1!! 난 안 간다!!!"
그러시며 또 가실려고...
친구따라 강남가고
친구따라 낚수가고...
엊그제 고인이 된 정머시기 회장보단 훨...좋아보입니다.
나도 가볼까...살얼음이 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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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외붕 03-08-05 16:17 IP : 60ddd5f9dd00543
안동어벵이님!
고생을 무척 많이 하셨습니다.
항상 후회되지만 2시간만 지나면 병이 또 도지지 않습니까.
꾼들은 다 그런가 봅니다.
고향 대선배님이신데 인사가 늦어 죄송합니다.
앞으로 많은 지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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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놀래미 03-08-06 12:03 IP : 60ddd5f9dd00543
허허허....
낚수병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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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 03-08-06 15:46 IP : 60ddd5f9dd00543
조행기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가 이렇게 구수하게
느껴지는 것은 뵙지는 못했지만 옆집 아자씨 같이 여러번 뵈었는 분 처럼
저 자신도 님 가까이 가 있는것으로 착각이들 정도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즐낚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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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 03-08-06 16:54 IP : 60ddd5f9dd00543
어뱅이님 벌써 손자까지 두신 할아버지신지 미쳐 몰랐네요!
벌써란 표현이 맞는건지, 아님
연세보다 훨씬 젊어보이신다고 해야 할지...ㅎㅎ

어뱅이님 만의 습관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역시 전 아직은 멀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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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회원 03-08-06 17:19 IP : 60ddd5f9dd00543
안동 어뱅이님!
돌~붕어님은 누가 같이 가자카는 사람없어 못[池]가고
용하님은 낚싯대가 없어 못[池]가고
박중사님은 도숫물이 더좋아서 식당에서 못[酒池]파고
그래도 안동 어뱅이님은 같이가자는 분이 있어서 좋으십니다.
다음부터는 군소리 마시고 빼지마시고 그냥 달라 붙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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