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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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민물 조기와 영광 굴비

김태공 IP : 31c9127887718dc 날짜 : 2003-07-14 21:32 조회 : 4936 본문+댓글추천 : 0

보름달은 청춘남녀에게 설레는 마음을, 노처녀에게 긴 한숨을,
노인에게는 추억을, 타향살이 나그네에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력이 있을 것 같건만, 미국 생활 처음 몇 년 동안은 중천에 뜬
둥근 달 한 번 쳐다 본 기억이 없고 추석이나 구정도 모르고 지
나갔을 정도로 바쁘기만 했어도, 한 주일 쌓인 피로나 스트레스를
그 주말에 풀지 않으면 마음의 병이라도 생길 것 같았다.
심한 욕구 불만에 뭔가 때려부수고 싶은 충동이 일 때는 핸드건
겔러리(권총 사격장)나 먼 야외 라이플 사격장을 찾아가서 종일
표적을 갈겨 보지만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아니라, 이어프러그를
써도 청력에 많은 부담을 주는 것 같아 자주 이용하기는 어렵고,
손쉽게 할 수 있는 낚시를 주로 하게 된다.
그러나 빈대도 낯짝이 있다고, 마누라를 주말 과부로 만드는 것
이 미안해 진종일 잠이나 자는 것을 더 원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매번 동반을 권해보는 얄팍한 심사까지 생겨나고, 때로는 야비한
연극까지 하게 된다.
빈대도 낯짝이 없을 만큼 느껴질 때는 낚시 가기로 이미 작심
하고도 마누라에게 넌지시 사격이나 갈까하고 중얼거리면 청력에도
안 좋고 돈만 더는 사격보다는 낚시나 가라고 잔소리 아닌 복음
같은 말을 하면 미안한 마음도 훨씬 덜한 가벼운 맴으로 떠날 수
있다는 거다. 참으로 빈대 같은 얌체짓이다.
소문으로 듣기만 한 `조기 낚시'를 가기로 두 친구 낚시꾼과,
아니 야바위꾼과 약속을 했다. 모두가 마누라를 울리고 떠나니
빈대 아니면 야바위꾼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셋이서 한가지 똑
같은 마음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딸내미가 있다면
어디 낚시꾼에게 시집을 보내나 봐라하고 말이다.
조기 낚시라 했지만 바다에서 나는 한국의 영광 굴비가 아니다.
시카고서 동해(대서양)이던 서해(태평양)이던 자동차로 가는데 만
2~3일은 걸릴 판이니 바다 낚시는 엄두도 못 내고 살아 왔다.
무엇보다 우리 남한 땅덩이 만한 호수(미시간)가 바로 옆에 있으니
바다라 해서 누가 시비 걸 일도 없다. 물이 짜지 않을 뿐이지...
그래서 `민물 조기'라고 생각하면 되고, 더 정확한 이름은 스몰
마우스 화이트 베스(White Bass)이다.
한국 꾼들이 조기라고 이름 붙인데는, 우선 그 고기를 꾸었을 때
살이 굴비처럼 결을 따라 떨어지고 생김새도 조기를 빼 닮았지만
맛으로 치면 우리 나라 굴비와 비교한다는 것은 감히 하극상이요
불손하고 신토불이에 외람된 일이다.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위스콘신 주로 들어가 맥주로 유명한 도시
밀워키를 지나 푸레몬트까지 3시간여를 달려 한국의 늪 같은 수초
지대의 호수에서 밤낚시를 해야한다. 하로 밤 25불을 내고 보트를
빌리는데, 일행 중 보트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없어 난감했으나
낚시집 주인의 시범과 설명에 의하면 줄을 당겨 시동을 걸고 출발,
그리고 최고 속력을 소걸음에 맞춰 놓아 위험성은 하나도 없다.
원하는 곳에 자리를 잡아 시동을 끄고 닻(anchor)을 내리고 미끼
(bait)로 살아있는 구더기를 꾀고 잡아 올리기만 하면 된단다.
주의 할 것은 잡은 고기에서 Hook를 뺄 때 배 안에 있는 전기용접
시에 쓰는 큼직한 장갑을 끼라는 것과 어둑해진 후에는 보트의
시동을 걸어 자리를 옮기지 말라는 것이다. 곧 알게 된 것이지만,
장갑이 없이는 바늘을 뺄 수 없을 정도로 고기가 날카로운 지느
러미를 곤두세우고 난리를 친다.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미국꾼들이
잡아 올리자 망치로 고기를 기절시키는 이유를 알만했다.
그리고 그들이 다음 미끼를 꾀는 동작 중 여분의 구더기를 자기
입술에 물고 있는 것을 보고는 기절 초풍 소름이 끼쳤다.
하기사 우리 어릴 때처럼 뒷간서 꼬물꼬물 기어가는 것을 본적이
없을테니 더럽고 징그럽다는 생각을 못하는가 보다.
그 모습을 본 후 우리도 구더기를 만질 때 끔찍했던 생각이 많이
없어졌고, 매우 고무적이고 감사하고픈 심경까지 되었다.
무엇보다 구더기를 입에 물고 노는 미국인들이 그때처럼 천진난만
하고 귀엽게 보일 때가 없었다. 구더길 입에 물고 노는 주제에 ...
그날 밤 백여 마리를 잡고 우린 영광굴비로 계산을 하면서 두둑한
주머니를 생각하며 파안대소했다. 또한 구더기가 고로코름 효자
노릇을 할 줄이야 예전엔 미쳐 몰랐다.
f-ysle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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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방촌 03-07-14 21:48 IP : 60ddd5f9dd00543
오옷, 전혀 색다늘 경험(!) 입니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내용을 이렇게 월홈에서 보게 되다니,
글 잘 봤습니다. 자주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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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탈퇴한회원 03-07-14 21:49 IP : 60ddd5f9dd00543
고맙 감사 ,
지금난 멀리 미국땅에 서있는 느낌입니다 ,

계속 연재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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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트레일러 03-07-14 22:08 IP : 60ddd5f9dd00543

안녕 하세요(하이!).
근디 외국낚시는 조선 낚시보다 재미 없다는디.???
어찔러나 ,암턴 낚시율도 잊힐겸 많이 많이 잡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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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퇴한회원 03-07-14 22:27 IP : 60ddd5f9dd00543
역시 아직 우물안 개구리란 생각뿐입니다.
아직도 만평만 넘어서면 그 못이 그렇게 넓어 보일수가 없었는데..

조행기의 또 다른 장을 열어 주신 김태공님께 감사 드립니다.
근데 사진의 두 분중 어느 분이 김태공님이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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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사 03-07-15 16:49 IP : 60ddd5f9dd00543
이국의 좋은 풍경 구경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스를 구더기로도 잡는군요
미국에는 루어낚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생미끼 낚시도 하는군요.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해 주셔서 늘 고맙게 읽슴니다.
건강 하시고 행복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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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검객 16-01-12 15:53 IP : 89613bcd2f9b780
주로 호수에서 떡밥으로 잉어대낚을 하는데 가끔 바람쐬러 일리노이강에가서 낚시하다보면 지렁이 미끼에 많이 잡히더군요.

생김세는 정말 조기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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