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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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나의 대물낚시 여행 3

탈퇴한회원 IP : 9ccb80000b2ff4a 날짜 : 2003-07-16 15:53 조회 : 2801 본문+댓글추천 : 0

하나 둘 사모은 낚싯대가 30대가 넘는다.
그 중 어리버리한 놈들을 빼면 19대 정도는 실전투입이 가능하다.
용성 수퍼포인트 1.5를 필두로 장독대 4.0 까정 다양한 종류의 낚싯대로
구색을 맞추긴 했지만 497을 걸어내야 하는 대물꾼으로서는 아직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에 차질 않는다.
하긴 뭐 낚싯대만 많으면 뭣하나. 무겁기만 하고 고기는 하나도 못잡는데....
방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이 많은 낚싯대에 줄이라도 다시 매려고 하면
서너 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그러나 모든 준비를 마쳤을 때의 그 기분이란 캬~~~~~~

쥐꼬리 만큼이나 짧아진 한여름 밤에 대물과의 만남이 결국 수포로
돌아가는 시간이 다가오면 으례히 어떤 길을 택해 돌아갈 것인가 고민 아닌
고민을 하게 된다.
고속도로는 너무 지루하고 단조로와 마냥 졸리기만 해서 여엉 내키지 않는다.
조금은 더 돌아가고 멀더라도 국도로 이리저리 구경삼아 가는 게 더 운치 있고
좋다.
특히 비가 오고 난 후의 그 맑고 푸릇한 느낌이 온몸을 젹시는 숲속으로 난 길로의
드라이빙은 장거리출조의 또 다른 매력이다.
휴게소라도 하나 나오면 더욱 좋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으니 말이다.

이른 봄 부터 주구장창 의성권으로 출조를 하였더니 의성ic에서 부터 다인까지는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언제나 그렇듯이 철수길의 28번 도로 옆 '수계지'는 나를 보고 비웃는 것 같다.
'바보 같은 님아, 어차피 꽝칠 거 무에 그리 헤매고 다니나 차라리 여기서 밤낚시를 해보지.....'
온밤을 수계지에서 보내긴 쪼매 거시기 하지만 밤새 꽝치고 올라갈 때엔
차라리 저기서 밤낚시를 하는건데 하는 미련이 진하게 남는 곳이다.

무엇엔가 홀린 것인가 그 많은 길을 놔두고 기어이 월악산을 가로질러 가보고
싶어진다.
지도를 살펴보니 그리로 가는 길이 분명하게 나타나 있다.
옳다꾸나 한번 가보자.
초행길에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제대로 된 이정표를 만나기란 대물낚시 만큼이나 어렵다.
이리로 들어갔다 다시 돌아나오고 저리로 들어갔다 씩씩거리며 나오길 수도 없이
반복해야 겨우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지도에 나온대로 분명히 제대로 찾아왔는데 어랍쇼? 길이 딱 끊겨 있다.
이거 잘못왔나 싶어 다시 왔던 길로 돌아나왔지만 영 이상하다.
이제 오기가 발동한다.
기어코 내 그길을 찾아 가리라.
행여나 다른 길로 빠질까 싶어 두 눈을 부릅뜨고 다시 찾아갔더니
조금 전에 왔던 바로 그 길이다.
아이구 이게 뭐야. 참 돌아삐리겠네.
다만 달라진게 있다면 아까는 대형버스에 가려 산 속으로 향하는 길이 안 보였는데
지금은 버스가 없어지고 대신 안 보이던 길이 눈 앞에 나타난다.
뭔가 홀려도 단디 홀린 모양이다.
조그마한 초소 같은게 있는데 사람은 없다.

일단 차를 세우고 다시 지도를 살펴보니 옳커니, 바로 여기가 '하늘재'라는 곳이다.
그래, 이길로 계속가면 월악산을 관통해서 애초에 가려고 했던 길로 갈 수 있겠구나.
어여 가보자.
울퉁불퉁한 산길을 내려가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점점 길은 험해지고 비좁아서 돌아나가긴 이미 틀려버렸다. 
차라도 빠지는 날엔 견인도 불가능하고 꼼짝 없이 산에 갖혀버릴 것만 같다.
산 속이라 핸드폰도 무용지물.

아!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한참을 온 것 같은데 도대체 그 끝을 알 수가 없다.
내가 왜 이런 곳에 다 와 있는거지?
뭐에 홀렸나?
헤어나지 못할 사지로 점점 빠져드는 것 같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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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다워리 03-07-17 11:13 IP : 60ddd5f9dd00543
드디어 산신령님이 비터를 하나 하사 하시는구나~~
좋겠다~~..꼴~깍!
으흐흐흐흐!! 부러버!~~
난 언제쯤?~~
추천 0

2등! 박중사 03-07-17 12:39 IP : 60ddd5f9dd00543
사람 미치고 폴짝뛰게 만드는군요
울고 싶을 때가 바로 이때가 아닌가 싶네예
이런 경험 안 해 보면 모릅니다.
저두 많이 해 봐서 이해가 갑니다. ㅎㅎㅎ
산신령님 만나셨는지 다음편 기대됩니다.
건강하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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