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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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조행기>낚시 숙제가 주는 의미(2)

입질!기다림. IP : 3a459137f3bb7d3 날짜 : 2003-06-20 20:45 조회 : 2233 본문+댓글추천 : 0

H읍 소재 H낚시점은 사장의 후한 인심과 부인의 친절한 커피 대접 때문에 낚시를 가거나 지나치면 한 번씩 들리는 집이다.
 작년에는 자주 들러 큰 물건을 팔아주지 못하고 미끼 정도만 구입을 했는데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아  편안함을 느끼게 했던 집이다.
 올해 첫 방문에 사장은 반가워하며 악수를 청해왔다.
 "아니, 요즘 왜 그리 뵙기가 힘들어요?"
 "그렇게 되었습니다."
 "커피 한 잔 하시겠습니까?"
 "예."
  대답을 하고 소파에 앉아 버릇처럼 담배를 빼물었다.
 종이컵을 받아들고
 "사업은 잘 되십니까? 올해 월척 얼굴은 봤습니까?"
 "그냥 몇 마리 정도."
 "사장님! 오늘은 낚싯대 하나 추천 좀 해주이소."
 "웬 낚싯대는요?"
 "후배 아들녀석의 숙제가 낚시 다녀와서 발표하기인데, 오늘 오후 2시에 여기서 만나 같이 출조를 해서 내가 사부노릇을 해야 하는데 실력이 없는 사이비라서......"
 "몇 칸 대 하면 될까요?"
 "초등학교 3학년이고 몇 번 낚시 가보긴 했다는데......"
 "사장은 커피잔을 들고 진열대 쪽으로 가더니 한 대를 가지고 왔다.
 "고급은 아니고 초등학교 3학년 정도면 한 두 칸 대로 하시죠."
 "그럽시다. 제자 받는 기념으로 내가 낚싯대 한 대를 장만해서 선물하고 받침대와 뒤꽂이는 내 여분 중에서 선물을 하고......"
 "아니, 아이들 아빠는 낚시를 안 좋아하는 모양이지요?"
 "글쎄요. 지금 장기 출장 중이라니까 오늘은 후배가 데리고 온다고 약속을 했는데 아직 시간이 남아 있네요."
 내가 출장이라 해놓고 스스로 머쓱해 하고 있는데(그럼 장기출장이지)
 "한번 들어보세요. 가볍긴 가볍죠? 고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메이커는 있잖아요."
 "참 가볍네. 사장님! 귀찮은 부탁 좀 합시다. 줄 묶고 채비 좀 달아주세요."
 사장은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린 후 날렵하게 매듭을 묶고 단 몇 분만에 멋지게 만들어 주었다.
 "사부가 낚싯대 선물하면 찌는 제가 선물할게요."
 "하하, 고맙습니다. 사실 낚시는 사부를 잘 만나야 되는데 난 사이비라 영 자신이 없어요.  오늘 꼬마손님 도착하면 인사시키고 내가 사장님께 부탁을 드릴게요. 이 동네 아파트에 사니까 가깝고......"
 휴대폰 신호가 울렸다.
 "벌써 도착하셨어요?"
 "오후 2시라고 했잖아."
 "그런데 뭐 좀 준비할까요? 맥주나 음료수......"
 "아니. 내 차에 맥주와 물은 실려 있어. 아이들 과자나 갖고 나오던지......"
 "알았어요."
 매장을 둘러보고 있는데 은빛 승용차가 내 차 곁에 멈추고 있었다.
 매장문을 열고 나가니 딸과 아들을 데리고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 나도 조금 전에 왔어."
 후배가 인사를 시키자 녀석 둘은 수줍어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많이 자랐네. 자, 안에 들어가자."
 장례식장에서 아이들을 만난 후 대여섯 달이 지났지만 아이들은 제법 더 자란 걸 느낄 수 있었다.
 사장님께 꼬마를 인사시킨 후 낚싯대를 받아 건네주면서
 "오늘 기념으로 낚싯대를 아저씨가 선물을 하고 찌하고 채비는 이 집 사장님이 선물로 주시는 거야. 자, 고맙다고 인사해야지."
 녀석은 낚싯대를 들고 고개를 숙이며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
 후배는
 "아니, 낚싯대까지 사주고 하세요? 미안하게...... 다른 건 살 거 없어요.?"
 "응. 미끼도 사두었고 낚싯대는 사부가 선물하는 거야. 뒤에 더 필요하면 이 집에서 준비하면 된다. 자, 그만 나가자."
 사장님한테 뒤에 꼬마조사가 오면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후 매장을 빠져나왔다.
 "낚시터가 여기서 멀어요?"
 "아니, 한 20분 정도 거리야. 내가 앞에서 선도할 테니 아이들 태우고 따라와."
 차에 먼저 올랐다.
 날씨가 흐려 덥지는 않았지만 일기예보는 오후에 남부지방에 소나기가 온다고 했다.
 지금 출발해서 한 서너 시간 하면 숙제할 내용은 만들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차창을 내리고 3차선으로 운행하다가 우회전 깜박이를 길게 넣으며 주행을 했다.
 강가에 도착 후 다리 진입로 부근 폭이 좀 넓은 곳에 주차를 했다.
 낚시 가방은 내가 메고 아이들에게 의자랑 소품들을 하나씩 맡겼다.
 "아! 여기에도 이런 좋은 곳이 있었네."
 "그럼, 아이들한테 흙을 밟게 하는 것은 정신건강에도 얼마나 좋은데...... 흘러가는 냇물과 온갖 풀과 야생화들......"
 "오늘 시간 빼앗는 것 미안해요."
 "쓸데없는 소리 한다."
 낚싯대를 펼 만한 곳을 찾아 아이들을 데리고 이동을 했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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