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 화보조행기 - 작품조행기와 습작조행기가 화보조행기로 통합되었습니다(19.10.11)
· 동영상 조행기는 동영상 게시판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화보조행기] <조행기> 낚시 숙제가 주는 의미(3)

입질!기다림. IP : bb0dbc22b439306 날짜 : 2003-06-21 08:10 조회 : 2755 본문+댓글추천 : 0

그날도 토요일이었다.
 금요일 저녁에 병원에서 문상을 했지만 30대 초반의 젊은 사람의 돌연한 사망에 대해 망연자실하는 유가족들과 남편을 잃은 후배의 넋이 나간 표정 때문에, 미리 약속된 다른 일들을 유예하고 장례식에 참석을 하기로 했다.
 집 앞에서 택시를 타면서 아침부터 화장터에 가자는 소리를 못해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서
 "남부정류장 지나 장묘사업소 좀 갑시다."
했는데 기사의 표정이 순간 달라지면서
 "손님, 죄송합니다. 지금 콜 받아서 가는 중이라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차를 좀 이용해 주이소."
 "그럼 지금까지 타고 온 것은요?"
 "그냥 내리시면 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데 다른 말이 필요가 없었다.
 뭐 사람이 살다가 다 죽는데 뭐 그렇게 가려 가면서 살아야 하는지.
 다시 손을 들었다.
 기사의 얼굴을 쳐다보니 나이가 지긋해 보였다.
 "기사님! 장제사업소 좀 갑시다."
 기사는 아무 말이 없었다,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한참을 운행하던 사람이 갑자기
 "손님! 어디쯤에 납골당이 있죠?"
 황당함을 느꼈다.
 차라리 이럴 때는 직설적인 표현이 더 명확한 의사전달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기사님! 남부정류장 좀더 지나 좌회전해서 화장터에 가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후 도착할 때까지 서로간에 대화는 없었다.
 정문에 도착하자마자 미터기 요금보다 돈을 더 쥐어 주었다.
 수고했다는 인사말에 대답도 없이 차를 돌려 휭하니 사라져 간다.
 아니 세상에 안 죽고 사는 사람은 없을 텐데.
 담배를 물고 천천히 걸어가니 선후배들이 벤치에 앉아 있거나 서서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끼리 악수를 하고 손을 놓아도 표정들이 밝은 사람은 없어 보였다.
 후배들이 손을 끌기에 따라가서 자판기 커피를 한 잔 받았다.
 "엊저녁부터 병원에 계속 있다가 지금 온 거야?"
 "예."
 "장지는 어디라고 하더냐?"
 "경남 J시라고 하던데요."
 노모가 살아있고 형제도 있는 막내의 죽음에 유가족 모두가 얼이 빠져 경황이 없어 보였다.
 의식을 잃고 탈진한 후배는 밤늦게 링거 주사를 맞았다는 이야기를 후배를 통해 들었다.
 철없는 어린아이들을 보고 여자들은 빨갛게 된 눈에 또 눈물을 찍고 있었다.
 그때 안내 방송이 들려왔다.
 고인과의 마지막 이별을 위해 고별실로 오라는 이야기 였다.
 참석한 일행과 고별실로 입장을 했다.
 탈골된 뼛조각을 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인생의 종말은? 귀착점은? 눈앞에 보이는 저것이 전부일까?
 사람의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인데 뭇 군상은 항상 산다는 오만과 독선, 생존의 그 의미에만 깊숙이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나 역시 그런 부류이다.
 영정사진에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고 줄을 선 장례행렬에서 상주가 성인이면 그래도 담담한 마음인데, 상주가 어린아이이고 영정사진이 젊으면 보는 사람의 마음이 더 무겁고 갑갑해져 옴을 느꼈다.
 어느 젊은 엄마가 상복을 입은 채 초등학생 아들을 껴안고 반복하던 넋두리가 왜 그리 가슴속에 깊이 각인이 되던지.
 "이제 우린 아빠 없이 이렇게 살아야 된다."
 갑자기 콧등이 시큰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져 옴을 느꼈다.

-다음에 계속됩니다.-
추천 0

1등! 머쪄머쪄 03-06-21 09:00 IP : 60ddd5f9dd00543
키히힝~~~~훌쩍...
일본에서 생활할때, 제가 살던 집 바로 옆이 장의사집이였는데,
매일밤 그쪽을 지나치면서 오늘은 그집에 불이 켜있나? 꺼져있나?
하고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불이 켜있는날은 누군가가 좋은 세상으로 떠난것을 의미했기에
왠지 그날은 제 자신이 숙연해졌었습니다.
불이 켜있는날 그앞을 지나칠때면, 항상 그집을 향해 머리숙여 묵념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까운 누군가를 잃어버린다는 것은 내 의지할곳 하나가 줄어든다는
뜻이겠지요..
아침부터 숙연해지네요....키히힝....훌쩍
추천 0

2등! kumho1983 03-06-21 10:08 IP : 60ddd5f9dd00543
헝크러진 달빛하나 땟장위에 풀었는데
무심한 찌불하나 칼날처럼 섰구나
가녀린 애닲음에 고개들어 삼겼더니
흐려진 눈사위... 별빛으로 잠기누나......
추천 0

3등! 머슴 03-06-22 09:50 IP : 60ddd5f9dd00543
먼저간 사람인들 맘이 편했겠습니까........
저희 큰 고모부님도 일찍 떠나셨습니다.........
대학 수석졸업에... 최연소 과장........ 참으로 촉망받는 분이셨습니다...
직장상사의 차를 얻어타고 회식갔다오시다............교통사고로 그만.....
그때 큰놈이 초등학교 갓입학하고... 작은놈은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였습니다.... 이젠 그놈들이 커서 큰놈은 고2.. 작은놈은 중학교에 입학했죠...
세상은 아직 따뜻합니다....
주위의 관심과 위안이 있을때는요................
항상 그 가족에 따뜻한 관심을 가져 주세요......
힘드시더라도......
추천 0

박중사 03-06-22 14:50 IP : 60ddd5f9dd00543
왠지모를 아릿한 마음이 젖어들게 만드네요.
옛날 첫사랑이 없었어도 있었던 것 처럼...
이성간의 사랑이나 우정, 아니 우정
남자친구보다 더욱 감동적 일 수 있심다
잘 대해 주시고 건강하세요.
추천 0

무심공자 03-06-23 16:01 IP : 60ddd5f9dd00543
입질기다림님은 도대체 누구시길래 이토록....
찌릿한 문필들을 드리우시는지요...
언제 같이 소주잔에다 찌를 드리우고 입질을 기다려 보고 싶어 지는 군요...
간절하게 한번 뵙고 싶습니다.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