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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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빗속의 가물치와 준척

樂時 IP : d26cc2411fa89ec 날짜 : 2003-05-26 15:58 조회 : 3673 본문+댓글추천 : 0

5월24일 주말입니다.
하루 종일 날씨가 찌부둥합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 합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는데도 주말 오후 내내 비는 오지않습니다.
마음은 온통 물가에 가 있는데도 개인적인 볼일때문에
누구와 출조 약속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주말오후가 지나칩니다.
다섯시가 되어서 볼일이 끝납니다.

그냥 주말이면 혼자서 맘 편하게 어디로든 다녀와야만
후회없는 휴일을 보낼 수 있습니다.
주말 나드리가 없는 날에는 휴일에라도 물을 보고 와야만
마음이 편해집니다.
어쩜 붕어를 좋아하고 樂時를 사랑하는이들의 공통된
마음일런지도 모릅니다.
늘 그러하듯이 樂時를 즐기는이들, 특히 월급쟁이들의
주말은 참으로 기대와 꿈들이 큰가 봅니다.
누구와 언제 어디로함께 할 사람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직장동료 L과 함께 오후 다섯시반에 대구에서 출발합니다.
북대구 IC를 거쳐 중앙고속도로에 다다릅니다.
점점 차가 속도를 더합니다.
조수석에 앉은내가 천천히 가자고 하지만 운전하는
L은 알았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속도게이지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소나기를 만납니다.
그냥 맘속으로 소나기이길 바랬는지도 모릅니다.
잠시 우리 맘을 알기라도 했듯이 그냥 지나치는 비입니다.

의성IC에 도착합니다.
두개의 낚싯방에는 손님들로 가득합니다.
새우와 캐미라이트 사는데 시간이 참으로 길게만 느껴집니다.
비가 오든 말든 주말을 즐기려는 꾼들의 마음은
역시 똑같은 맘 들인가 봅니다.

안계면에 도착합니다.
또다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김밥이랑 음료수 간식거리들을 간단히 준비하여
구천면에 도착합니다.

5월3일 조행기를 올렸는데 못이름과 동(리)표기가 없어서
자유게시판 1478번으로 이동된 바로 그 못입니다.
의성군 구천면 내산리소재 작은 소류지 입니다.
못이름은 정확히 모르고 그저 과수원못이라고 합니다.
못이름이 말해주듯이 제방을 제외한 곳이 과수원입니다.
함께간 L이 이곳에서 며칠전에 붕어8-9치 네수
잉어 4짜 한수 가물치 세수를 낚았다고 해서 다시 들린곳입니다.
그 당시에 배수를 하고있던 중이었는데도 그만한 조과는
꽝 칠 염려는 없다고 생각되어 다시 찾은곳입니다.

며칠 사이에 물이 더 많이 빠지긴했지만 다행히 우리 맘을 아는지
배수는 하고 있지 않아 맘이 한결 더 부풀어집니다.
난 제방 한가운데 수초넘어, L은 과수원중간 수초넘어에
열심히 낚싯대를 펼칩니다.
다시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그러다 다시 멈춥니다.

파라솔 치고 낚시가방이랑 태클박스등을 비맞지 않도록
다시 한번 확인하고 미끼를 달아 넣을려니 비가 다시 내립니다.
1.9 2.1 2.7 2.9 3.3칸의 낚싯대를 좌로부터 일렬로 배열합니다.
굵은 새우 한 마리씩 꿰어서 아예 캐미라이트까지 꺽어 던져 넣습니다.

비맞지 않고 모든 준비를 다 끝내놓고 나서 비가와 다행입니다.
맘 속으론 그래도 조금 오다가 말겠지하며 스스로를 위안 합니다.
배가 고픈지도 모르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이미 시계는 아홉시가
넘어 버렸습니다.
과수원 중간에 앉은 L이 아홉치되는 붕어얼굴을 보았다고 전해옵니다.
나도 그쪽으로 가지 않은걸 조금은 후회하며 열심히 캐미불빗을
주시하며 입질오기만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열시가 다 되어도 입질은 없습니다
입질도 없고 비는 계속내리고 배는 고프고 집생각이 납니다.
부픈맘을 앉고 찾아온지 몇시간이나 됐다고
그새 맘이 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차안에 두고온 김밥을 가지고 내게로 L이 옵니다.
이쁜 입질 두번 받았는데 챔질이 너무 급해서인지 아쉬었다며
김밥이랑 음료수 간식들을 던져주고 급히 자리로 돌아갑니다.
비는 그칠줄 모르고 계속내립니다.
김밥 말을 땐 구수한 참기름 냄새로 엄청 맛 있을듯 했는데
때 지난 저녁으로 먹는 김밥이 참으로 맛없습니다.

김밥 반정도 먹었을 때 제일긴대 3.3칸에서 어신이 옵니다.
사람 맘을 순간적으로 어지럽게 합니다.
수초에 걸리지 않고 빼낼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월척이란 꿈을 갖어 봅니다.
그렇게 어신은 왔지만 입질은 너무나 약합니다.
입안에 김밥도 다 넘어가지 않은 채로 찌가 올라오길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그렇게 맘 졸이길 10여분뒤에 올라온 붕어는 월척이 아닌 준척으로
7치정도되는 놈입니다.

비가 오건 말건 집생각이고 뭐고 다 잊어버립니다.
첫수를 했으니 이렇게 비오는 주말 밤이지만 월척을 만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모든걸 다 잊게 합니다.
건너편 L은 그새 9치되는 놈으로 또 한 수 올였다고 합니다.
더욱 기다림이 커지고 마음의 꿈이 커집니다.
그러나 찌는 고정입니다.
빗줄기를 맞으며 그냥 그자리 거기서 움직일 줄 모릅니다.

시계는 12시가 다 되어갑니다.
그 순간 제일 짧은 1.9칸대 코앞의 찌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반마디 물속에 잠긴채로 그냥 그대로 있다가 조금씩 조금씩 움직입니다.
불빛이 밝아집니다.
손에 묵직함이 느껴집니다.
짧은 대라서 더욱 손맛이 좋습니다.
8치정도의 붕어입니다.
새우가 낚싯바늘에 그대로 달려 있습니다.
약간 흐느적거리는 새우를 그냥 그대로 그자리에 다시 던져 넣습니다
그러고 10여분이 흘렀는데 또다시 1.9칸대의 찌가 움직입니다.
이번에 아주 쉽게 찌가 올라 옵니다.
7치되는 놈입니다.
이제는 다른 찌는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코앞의 그 찌만 바라보게 됩니다.

하지만 더이상의 입질은 없습니다.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내립니다.
눈꺼풀이 무거워집니다.
비가 그치면 차안에서라도 자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내일 일요일은 모임에서 부부동반으로 포항에 나드리 가기로
약속 되어있기에 조금이라도 잠을 잘수 있으면 좋으련만
비는 계속 내립니다.
차에까지 가려면 옷이 다 젖을테고 젖은옷 입고 남의차에서
잠을 자기도 그렇고 그냥 47인찌 넓은 파라솔 밑에서
졸다 말다 그렇게 밤을 보냅니다.
생일선물로 받은 넓다란 파라솔아래서 선물해준 님의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합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그렇게 조용히 시간은 흘러만 갑니다
건너편 L도 조용합니다.
둘이서 비내리는 이 작은 못을 지키고 그렇게 앉아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서서히 사물의 그림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계는 새벽4시가 조금 넘어섭니다
여느때 같으면 물안개가 장관을 이룰 시간이기도 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낚싯대 하나하나 미끼 점검을 합니다.
다시 새우를 갈아 꿰어서 제자리에 던져넣고 마음을 새로히 해봅니다.
물에 손을 담가봐도 밤새 비가내렸지만 수온은 내려가지 않은듯 싶어
더욱 희망을 가져봅니다.
하지만 다섯시가 되어도 여섯시가 되어도 찌는 움직일 줄 모르고
내리는 비만 맞고 있습니다.

어느새 일곱시가 됩니다.
서서히 철수를 생각할려는 순간
제일긴 3.3칸의 찌가 반쯤 올라오더니 끌려갑니다.
챔질하는 순간 전해오는 무게가 장난이 아닙니다.
순간적으로 차고나가는 힘도 대단 합니다.
수초가없는 맹탕으로 차고나가서 다행입니다.
눈앞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버티는 놈을 간신히 밖으로 올려보니
팔뚝만한 가물치 입니다.
가물치 있는곳에는 붕어가 없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그만큼 가물치의 힘에 눌려 붕어가 자리를 함께하지 못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비는 밤새도록 단 한번도 그치지 않고 내리더니 빗방울이
점점 더 굵어집니다.
가물치를 끝으로 철수를 결정합니다.
굵은 빗방울속에서 철수를 합니다.
건너편에서 밤을 새운 L의 살림망 역시 가물치 한마리
준척 4마리의 조과가 다 입니다.
물빠진 소류지 밤새도록 내린 빗속에서의 조과치고는
그리 나쁜조과는 아니다 라고 스스로에게 위안합니다.
무엇보다도 밤새도록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밤을낚은 조과가 그래도 가장 큰 조과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대구로 돌아 오는 차 속에서
"그못에 월척이 없는거아닐까요?"
하며 L이 묻습니다.
"월이야 마음속에라도 있으면 됐지뭐"
"몇번이고 도전해 보면 얼굴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내 대답속에서도
월을 만나지 못한 아쉬움은 큽니다.

일요일
낮에도 쉴 줄 모르고 비는 계속내렸습니다.
피곤한 몸으로 포항에서 바다회만 먹고 왔습니다.
일요일 저녁 9시쯤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는데
마눌님 왈 "코좀 골지마라"
"그러게 왜 밤은 워서 고생이야"
"아직도 이팔 청춘인 줄 알어"
"나이 오십에 몸 관리 좀 해라"
.........................................
끝도 없이 이어지는 잔소리를 뒤로 하고 눈을 뜨니
오늘 아침입니다.
추천 0

1등! 부들45 03-05-26 16:34 IP : 60ddd5f9dd00543
허~~허
우중낚시에 그정도면 훌륭하네요
수고 하셨습니다
9치가 올라올 정도면 월도 있습니다
계속 한곳만 파 보세여
그러면 만날수 있습니다
추천 0

2등! 탈퇴한회원 03-05-26 17:41 IP : 60ddd5f9dd00543
붕어 그림 좋습니다
건강 관리 하시면서 낚시하이소
"월척"은 곧 만날수 있을것입니다
추천 0

3등! 탈퇴한회원 03-05-26 23:21 IP : 60ddd5f9dd00543
화이팅~~입니다
추천 0

머슴 03-05-27 09:33 IP : 60ddd5f9dd00543
고놈의 가물치 참기름에 달달볶아가지고서리.......
한나절 낮은불로 푸~~~~~~ㄱ 고아먹으면 좋겠네요^^
추천 0

물사랑 03-05-27 11:04 IP : 60ddd5f9dd00543
청산옥수에 몸을 묻고

좋은벗과 더불어

좋은밤을 낚으니

절로 인생이 살찌누나!


낚시님 빗속에 좋은밤을 낚으셨군요.
수고 하셨습니다.
추천 0

박중사 03-05-27 17:39 IP : 60ddd5f9dd00543
낙시님 비오는 날 좋은 시간 보내신 것 같네예
제가 보니까 구천에서 단밀쪽으로 조금 가다
길옆에 있는 작은 못인것 같네예
몸 관리 잘 하시면서 항상 즐거운 시간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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