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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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대창 소류지

크로마뇽인 IP : becaa4904f6e13d 날짜 : 2002-08-12 19:53 조회 : 6246 본문+댓글추천 : 0

금요일 저녁 대창소류지로 급히 차를 몬다.
비올 때, 이 못의 특급 포인트는 별로 아는 사람이 없지만 그래도 포인트에 앉아 있지 않길 차안에서 몇번이나 바라며 도착하니 바램대로 아무도 없다. 휴~, 안도의 한숨과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2000평 가량되고 평지지인 이 못은 강수시기 상류 유입구에서 끊임없이 새물이 유입되지만 물색이 적당히 흐릴 뿐 흙탕물이 아니라서 비온 뒤 손맛이 그리우면 언제나 달려가는 곳이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피해 파라솔 밑에서 설레는 마음을 달래며 어두워지기를 기다린다.

이윽고 기다리는 당기기 시간 9시, 비에 맞아 잠수한 오른쪽 2.1대 찌가 준비도 없이 두 마디 올린다. 더 올라오길 기다리는데 "나 잡아잡슈" 그대로 정지해 있다.
토끼처럼 커지는 눈, 갈등의 찰라 "팅" 손으로 전해오는 느낌이 돌에 걸린 것 같다.아무 생각도 없다. 첫번 입질에 실패하면 안된다는 강박감에 어떻게 챔질하고 당겼는지 모른다.
파라솔이 쓰러지고 온몸이 젖고 길 위로 끌고 나와 주둥이에서 바늘을 뺀다.

두 손으로 잡는대도 다 잡히지 않는다. 심장박동이 너무 빠르다.
'이러다 심장이 멈추는 게 아닐까, 아냐 낚시하다가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
그런데 뭔가 감이 이상하다. 붕어가 이렇게 크면 빵빵인데 길다. 후레쉬로 비추니 빌헬름 2세다 독일황제. 카이저 수염이 달린 잉어 45cm.
(집에 가져와서 카이저 수염이라고 하니까 동생이 하는 말 "이기 어디 카이저 수염이고 간신 수염이지") -_-;;

이럴 때는 주위에 사람들이 없는 것이 아쉽다. 왜냐구 물어신다면 자랑하고 싶으니까요.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는 걸 새삼 부끄럽게 여기면 파라솔 재정돈하고 자리를 잡는다.

이번에는 가운데 1.9대가 계단을 오른다.
1단, 2단, 3단 윽! 경험상 이런 찌올림은 대물 그냥 챈다.
"파박" 짧은 소리 뒤 뗏장에 박힌다.
나도 일으선다. 두 손으로 대를 잡고 뽑아낸다. 29cm쯤 되는 붕어.

다시 자리에 앉아 담배를 꺼집어 내니 젖어서 떡이 되어있다.
100m 9초, 차안으로 달려가 담배에 불을 붙여 역시 빠른 속도로 달려와 자리에 앉아 찌를 보는데 담배 필터 부분이 비에 젖어 끊어진다. 이 때 나오는 웃음이란......

그렇게 새벽 한 시까지 비와 붕어와 씨름을 하다 오늘은 2.3대가 조용하다 싶어 가장 왼쪽 위험지대로 채비 손상을 무릅쓰고 대여섯 번만에 수초구멍에 안착시킨다.

이런 과장 좀 해서 어항이다. 여기에 몰려있다.
뽑아낸지 몇 분도 안되어 옆으로 끌다 올리고 끌다 올리고 이 구멍에서만 7마리나 뽑아냈다.

새벽 세 시쯤 철수할 때까지 조과는 붕어 32cm 1수, 9치에서 4수, 8치에서 7치 12수, 잉어 45cm 1수, 가물이20cm 1수.

미끼는 콩, 2.6대에는 참붕어, 참붕어에서 가물이가 물고 올라왔습니다.
여기 가물이는 비가 오면 지가 붕어인 줄 알고 찌를 끝까지 올리고 눕혀서 애무(?)합니다.

이상 이번 큰 비에 수재를 당한 수재민에게 대단히 송구스러운 조행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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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안동어뱅이 02-08-13 09:11 IP : 60ddd5f9dd00543
월! 축하합니다. 비밀스러운 소류지는 영원히 보존되어야 합니다. 나만의 소류지로 간직하십시요. 즐낚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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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프로백수』 02-08-14 01:49 IP : 60ddd5f9dd00543
좋은곳 많이 아끼시고 가꿔주세요 글잘읽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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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명인 02-08-14 19:48 IP : 60ddd5f9dd00543
너무 좋은 조행기 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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