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 화보조행기 - 작품조행기와 습작조행기가 화보조행기로 통합되었습니다(19.10.11)
· 동영상 조행기는 동영상 게시판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 동영상 조행기는 동영상 게시판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화보조행기] 쌍계사 십리 벚꽃길 따라....(끝)
--------------
눈을 떠보니 아불싸 벌써 8시30분이다.늦은것이다.
낚시를 갈 생각이었다면 이렇게 늦게 일어 났을까...........
'여보!,늦었다 빨리 준비해라''알았어요'미안한 마음에 짐짖 서두르는체 하고는 얼른 세수하고 옷이며
이불이며 코펠등등을 챙겨 시계를 보니 벌써 9시30분이다.
집사람이 준비를 마치는 동안 동네 낚시 가게에 들러 싱싱한 지렁이 두통을 얼린 생수와 함께 트렁크에
쑤셔 넣고는 집으로 돌아와 집사람을 태우고 쌍계사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서대구 ic에서부터 정체가 몹시 심하다.
잠시 진입을 기다리다 그대로 성서 방향으로 직진했다.
여기서 그냥 기다리다간 날 저물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계산대로 비교적 빠른 시간내에 성서를 지나
남대구 ic에 진입할수 있었다. 예상과는 달리 화원 요금소는 쉽게 빠져 나왔다.88고속도로의 소통상태도
정상이었다.
달리면서 창밖을 보니 산이며 들은 본격적인 봄을 알리듯이 제법 나무들에 파란 새순들이 돋아 칙칙한 흑갈색의
산들을 연녹색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군데군데 무리지어 붉게 피어있는 진달래도 보인다.
그런 광경들에 집사람도 덩달아 한마디씩 하며 즐거워 한다.
생명들의 소생을 느끼게 해주는 이런 눈부심 앞에 설때마다 난 언뜻언뜻 오히려 슬픔을 느끼는건 왜일까?
역설적으로 세상만물의 아름다움 앞에서 영원할수 없는 인간의,나의 유한성이 순간적으로 대비 되어서일까?
아무튼 묘하게 아련 하면서도 처연한 아름다움과 부조화하는 그런 느낌들이 싫지는 않고 그냥 가슴속에서 삭아내려
수긍이 간다.그래...이순간을 이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아가자.출세도 명예도 다 부질없지....이렇듯 엉뚱한 변명들과
공상들을 늘어 놓다보니 거창휴게소다.잠시 쉴겸 집사람과 나무벤치 그늘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고는 이내 차에
올랐다.남원을 지나간다.출발할때는 광한루원에 들러 잠깐 구경도 하고 점심도 해결할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가 버렸다.구례를 지나 섬진강변 도로를 따라 벚나무들의 행렬이 시작 되는가 했더니 이게 웬일인가..........
아예 주차장이다.구례에서 화개장터까지 십여분이면 족한길을 무려 세시간 가까이 걸려 오느라 집사람과
교대로 운전을 해야했다. 가다서다를 반복 하다보니 다리가 너무 아팠기 때문에....
화개장터를 막 지나 도로변에 운좋게 차를 주차시키고는 집사람에게 걷자고 했다.
가지고간 pc카메라를 꺼내어 흐드러진 벚꽃아래 서서 폼잡고 서있는 집사람의 사진만 싫컷 찍었다.
- 어이구 넘이 볼까 부끄럽다. 다들 비싸 보이는 캠코더,디지틀 카메라로 사진들 찍는라 난리인데.....좀 괜찮은 카메라를 장만 해 놓을껄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
이따가 저녁을 먹기로 하고 우선 천막식당에 들러 장터국밥을 한 그릇씩 해 치우고는 집사람 손을 잡고 벚꽃 터널 속을,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한참을 걸었다.지나가는 사람들이 그런다.이곳은 딱 지금이 한창이라고.그러고 보니 꽃송이들이 참말로 탐스럽다.
이따금씩 제법 강하게 봄바람이 스쳐간다. 그럴때 마다 마치 눈송이처럼 꽃잎들이 흩날린다.그 흩날림 속에 연인들의 즐거운 웃음소리와,
아이들의 재잘거림, 또 집사람의 감탄하는 소리도 함께 날려 공중에 흩어지는것 같다.
이제 땅거미도 내려앉기 시작하는데 어둡기 전에 마산지에 도착하여 대를 펴겠다는 나의 야무진 계획은 이미 물건너 가 버렸지만
미련남은 이 중생은 집사람에게 은근히 물어 본다.
'여보 쌍계사 까지 걸으려면 아직 멀었지?꼭 가볼래?'
'아니, 나 절은 별로야'저녁먹고 저수지 가자'
'고마운 마눌님,땡큐!감사!'어이구~… 여기까지 와서 꼭 낚시를 해야하는 내가 참 한심 하다는 생각이 든다.저녁부터, 새로 생긴, 화개 장터와
그 건너편 남도 마을을 잇는 다리아래 백사장에서 본격적인 축제가 있다는데....이만하고 양보하는 마누라가 고맙다.
아무튼. 화개장터 차 세워둔 건너편 식당에서 메기탕 중짜로 포식을 하고는 물어 물어 마산지에 도착했다.
진입로 입구에 비상깜박이를 켜고는 회차할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랜턴을 들고 들어가 보기로 했다.
직선으로 곧게 뻗은 농로를 따라 한참을 가니 거대한 저수지가 보인다.
달도 없는 밤이라서일까, 모처럼 제법 큰 저수지의 어슴프레하게 일렁이는 물결을 보니 무서운 생각이 든다.물론 꾼은 어디에도 없다.
농로 끝에서 회차할수 있음을 확인하고 차로 다시 가려니 몹시 멀어 보이고 마음이 급하다.
차를 향해 랜턴을 비추며 오라는 시늉을 몇차례 해 본다.'차 몰고 들어와'나도 모르게 소리도 없이 입술만 뻥긋 거리며 랜턴을 몇번 더 흔드니
아이고! 고맙게시리 내 차가 움직인다.
집사람이 눈치를 챈 것이다. 이내 차를 꺾어 농로로 진입한다.순간 죽이 척척 맞는다는 생각이 들면서 흡족한 마음에 혼자 희죽거리며 웃었다.
차에서 내려 농로 끝을 본 집사람이 기겁을 한다.
그렇다 도로가 아주 점잖게 깊은 저수지 속으로 마치 빨려 들어가듯이 물 속으로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
나도 아까 먼저 그걸 보고는 오만 상상에 순간적으로 진저리를 치지 않았던가.........
내가 채비를 펼치는 동안 집사람은 카핑 준비를 한다.
내 애마 렉**은 2,3열 의자를 다 접으면 훌륭한 떠블 침대는 된다.하지만 난 낚시를 해야하니 잘 시간은 없겠지.....
깜깜한 늦은 밤이라 포인트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
갈댄지 억샌지를 대충 헤쳐놓고 늘 그렇듯이 사공대부터 펼치는데,이게 웬일인가.....수심이…. 수심이 얼만지도 모르겠다.
그냥 원줄이 다 들어가고 초리 바로 끝에서 멈춘다.어찌할까 하다가 고집스럽게 꾸역 꾸역.............,삼육, 삼공, 이오, 이공,일오,이렇게 다섯대를 편다.
채비를 마치고 차를 쳐다보니 실내등이 꺼졌다.
아마 피곤했던 모양이다.
이제 조용히,그러나 긴장된 눈초리로 물결에 일렁이는 케미를 바라 보았다.
금방이라도 저 검고 깊은 물속에서 대물이 물고 늘어질것만 같다.
그러나 십분이 지나도 이십분이 흘러도 소식은 없다.
안되겠다 우선 눈좀 붙이고 새벽을 노려야겠다고 마음먹고 일어 서려는데 이공대 케미가 깜박한다.으메!대물이다!
목구멍으로 골깍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한마디 올라 오는가 싶더니 이내 급격하게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왔구나!대물! 으라차차!!
힘차게 챔질과 동시에 대를 세우려는데......아이고 이게 뭐이래...가볍다.가벼워!!!
맥없이 질질 달려 나온놈이 빠각빠각 거린다.그 이름도 찬란한 빠가사리!
미련없이 취침을 하고 이른 새벽에 다시 돌아와 눈에 불을 켰다.
시간을 보니 다섯시 삼십분이다.망연히 새벽 저수지의 전경을 훑어 가는데 또다시 어제의 이공대 케미가 깜박 거린다.
에이! 빠가사리 ......그냥 저수지의 건너편을 쳐다보는데 나의 오른쪽눈 아랫부분 뭔 희미한게 자꾸 위로 커지는것 같은 느낌이다.
아래를 쳐다보니 이공대 찌가 제법 많이 올라와 있다.이게 올라 오는중이여?빠가사리가 올려다 놓은거여?
대를 잡고 드는데 (채는것도 아니고...)무겁다.뭔가 묵직하게 달린 느낌이다.어라? 그제서야 한번 더 챔질 하듯이 대를 세우는데
아이고,안 세워진다.대물이다.꿈에도 그리던 대물….
놈이 이리치고 저리 가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희끗희끗 보이는 놈은 분명히 35이상은 되어 보였다.
몇차례를 붕순이 노는대로 끌려 댕기다 물 가장자리 까지 끌어내는데 순간적으로 들렸던
놈이 그네를 타듯이 앞쪽으로 휘청이다 그냥 제껴 놓은 갈대에 걸려 버리고 순간 놈이 한번 푸드덕 한번 하자 물속으로 풍덩!!!!
하이고 하느님! 멍하게 물속을 보니 떨어진놈이 잠시 가만 있는다.(저도 정신이 없었나?)그러고는 유유히 물속으로 사라진다.
이후 입질은 다시는 없다.
속상한 마음에 집 사람에게 상황을 대충 설명하고 뚝새에게 전화를 했더니 웃는다.헐헐.....
암! 놓친 고기는 다 큰 법이지.허허허허.............
돌아오는길에 다시 한번 산천을 여유롭게 바라보았다.
이렇게 사월의 황금 휴일은 꽃잎처럼 바람처럼 흘러 가버려 영원히 내 앞에 다시 오지 않으리...........
-fine-
추신.조행기에 올리고 싶었지만 역시 붕어가 안나와 그냥 자유 게시판에 올립니다.^^
* 황기택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4-07 15:52)
|
|
|
|
|
|
|
|
|
|
|
|
|
|
|
|
|
|
|
|
|
|
|
|
|
|
놓친 붕순이 더 크 보이고 아깝겠지만 손 맛은 보셨으니 방생한 샘 치세요
요즘 같은 보리 흉년에 그게 어디입니까
그게 다 가정을 위해 봉사하신 빅뚝새님을 어여삐 여기신 용왕님 뜻인기라요
오매 글 쓰다 잠깐 나갔다 왔는데 그새 글이 옮겨졌네요
자칫 그냥 날릴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