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 죄가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가난해서 부자나라에서 20년 사용하다 매각한 배를
사들여 우리 아이들와 가족들을 태우고,
그 배가 침몰했을 때 구해낼 장비와 인력과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발만동동 굴렀습니다.

더 아픈 건 우리가 실제 그렇게 가난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질이 가난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가난해서 내 가족의
생명을 건질 장비와 전문 인력과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삼면이 바다인 나라, 북이 가로막혀 섬이 되어버린 나라.
바다에서 사람들이 죽어갈때마다 발만동동 굴렀습니다.

돈이 없어 노후선박을 사들여 운항을 해야 한다면
최소한 구조 시스템만이라도 완비되어 있어야 됩니다.

우리 바다에 조류가 세다는 걸 모두가 압니다.
조류가 세서 구조가 어렵다는 말은 핑계도 되지 않습니다.
조류가 세다면 그 바다의 특성에 맞는 구조 장비들이 마련되었어야
하는 것을, 해상사고가 터질 때 마다 조류가 세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합니다.

만약 일부 아이들이 에어포켓에 살아 있었고, 그들을 구해내지 못해
죽게 했다면 그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무능한 우리들이 죽인 것 입니다.
마음이 가난해서 구조시스템을 제대로 준비해 놓지 못한 우리들의 탓일겁니다.

제발 이제라도 세계 어느 나라도 갖지 못한 수준의
해상 구난 시스템이 완비되길 기원해 봅니다.
달나라도 가고 화성에도 가는 세상에서
연안에서 좌초된 아이들이 탄 배에 진입하는데
몇일이 걸리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꽃다운 이들이여 부디 영면하시길.....
단 한명이라도 기적처럼 살아서 돌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