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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어르신....

IP : 428081f4a090821 날짜 : 조회 : 6490 본문+댓글추천 : 0

며칠전 양평의 어느 유료터에서 만난 노조사님의 이야기입니다. 지난주 밤낚시를 마치고 아침 7시경 대를 걷고 있을 즈음 봉고트럭 하나가 입구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밤낚시를 하려나 하며 무심한 눈길을 보내는데 서른이 채 안되어 보이는 젊은이가 내리며 낚시보따리를 챙기고 그 뒤를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께서 따라 내리신다. 그리고는 곧바로 내가 있는 수상좌대쪽으로 젊은이를 앞세우고 부지런히 발검을을 옮기는 것이었다. 낚시를 좋아하는 부자지간에 오롯이 낮낚시를 하러 오셨나 싶었지만 내 옆에 짐을 풀면서 "이따가 5시에 오면 되지요?"하며 돌아서는 젊은이를 보고는 어르신 혼자 낚시를 하신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짐을 다 꾸린 나로서는 바로 일어서려고 했지만 웬지 어르신의 범상치 않은 낚시장비하며 짐보따리가 나를 주저 앉히고 말았다. 젊은이가 놓고간 짐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장절낚싯대가방 2개,대형 뜰채 1개,대형 프라스틱제 공구박스 1개,떡밥/어분류가 가득 든 양은 바스켓1개, 음료/간식류가 들었음직한 비닐 봉지 2-3개등이었다. 짐을 다 꾸린 채로 어르신께서 받침틀을 조립하는 모습을 보다가 하도 거창하고 우악스런 받침틀/빋침대를 보고는 궁금함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몇칸대를 펴시는 건지요?' 조심스레 여쭈었는데....되돌아온 말씀에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덟칸 반"하는 짤막한 대답에 내가 잘못들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쳤지만 조립하고 있는 받침틀/빋침대의 모양새가 여덟칸반하고 잘 맞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질문을 던질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 그 때부터 여쭤 보지도 않은 이야길 술술 하시는 것이었다. "내가 내일 모레면 백수인데 이제 힘이 부쳐서 더 낚시도 못하겠고 오늘이 아마 마지막 낚시일 것같다"고 하시는 것이엇다. 아니 이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바로 되묻지는 못하고 그저 받침틀 조립하시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었다. 어른 손목 굵기의 몸통을 지닌 1단 받침틀/받침대를 조립하시고 설치를 마치는가 싶었는데 연이어 같은 굵기의 1단 밭침틀/받침대를 또 하나, 그리고는 대략 (내가 쓰는) 6칸 정도의 낚시대를 올릴 만한 1단 받침대를 두개....이렇게 해서 모두 4개의 대형 받침틀/받침대의 설치를 마치셨다. 서을에 일이 있어 곧 일어서야 하는데도 도저히 어르신께서 낚시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일어설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르신께서는 내 관심사와는 무관하게 느긋이 다음 작업에만 몰두하시는 것이었다. 낚시대를 펴실 생각은 아니 하시고 어분/떡밥을 개시는데 또 한번 눈이 휘둥그레질 수 밖에 없었다. 양은 바스켓에 아쿠아텍 2봉,찐버거 2봉,신장떡밥 1봉,그리고 또 무슨 무슨 가루를 두어봉 더 넣으시곤 물을 조금씩 부으며 팔뚝까지 넣어 휘휘 돌리며 반죽을 하시는 모습이라니.... 얼핏 짐작에도 내가 한번 반죽하는 양의 열배 아닌 그 이상이 되는 듯 싶었다. 반죽을 마치시고는 드디어 낚싯대를 볼 수 있는 대망의 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여덜칸반의 낚싯대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그런 초대형 장대를 어르신께서는 어찌 휘두르실까...등등의 궁굼증에 침을 꼴깍 삼키며 순간 순간을 기다리는데 어르신께선 내마음을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아직도 느긋하시기만 하시다. 짬이 나기를 기다려 잽싸게,하지만 마냥 겸손하게 여쭤 본다. "어르신께선 춘추가 어찌 되시는지요?" "내 나이? 내가 23년생이니까,한국나이로 88세,미수지." 허걱 숨이 막히는 순간이었다. 내 모친께서도 23년생이신데....어찌 이 연세에 낚시를 하신다는 말씀이신지...게다가 여덟칸반 쌍포라니....,더해서 6칸 쌍포라니..... 처음 뵐 때는 그저 일흔 후반이시려니 했고...백수가 내일모레라는 말씀에도 그저 그렇게 흘려듣고 말았는데... .....하는 이런저런 생각이 스치는 것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제 막 여덟칸반대가 케이스를 벗어나며 그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른 손목 굵기의 손잡이대,14호 본줄,케블러 8호 목줄,작은 대추알 만한 봉돌등등...난생 처음 보는 초대형 채비였다. 이걸로 도대체 무엇을 잡으시겠다는 것인지....이곳은 보통 40-60쎈티급의 잉어/향어가 주로 잡히고,가끔 미터급이 나온다고 하던데... 이 장비로는 미터급이라면 몰라도 아마도 60 쎈티급 정도는 짚신 끌려나오듯 질질 끌려 나올 것같다는 생각을 하니 묘한 웃음이 새나오는 것이었다. 어르신의 느긋하심에 조바심을 치다가 서울의 약속 때문에 결국은 휘두르시는 모습까지는 못보고 여덟칸반대의 수심을 맟추시는 모습까지만 보고는 작별 인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오늘(그날)로 낚시를 접으시다니요....아니 되시옵니다. 더욱 건강하신 모습으로 오래오래 낚시를 즐기실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에 여덟칸반대를 휘두르시는 모습을 꼭 다시 뵙기를 기원합니다. [이 게시물은 운영자님에 의해 2010-09-21 00:52:05 습작 조행기에서 이동 되었습니다]

3등! IP : 6a98f68da5d26fa
우와..................

저연세에...대단한 어르신이시네요....

힘넘치는...어린나이에 저도 8칸못돌려 7칸돌렷는데......우와..................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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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d841323168071aa
어떤 분인지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저두 양평쪽으로 가끔 낚시를 갔는데 그때 용성석조 8칸 처음 나올때 그분이 사용하고 계셨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목요일인가 출조를 했던거 같습니다. 발목에 모레주머지 차시고 스윙하시는 모습은 안보시면 거짓말이라고 할 것입니다. 양평 안간지도 오래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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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af834f85a002fe7
정말 대단 하시다는 말밖에는,,,

저는,,,,3.0칸대도 무거워,,,,,,

2.9칸대가 최고 긴대입니다.


말이 8.5칸대이지,,,,

구경도 아직 못해봤습니다.



나는 언제,,,5.0칸대 함 휘둘러보나,,,,생각했는데,,

절로 고개가 숙여지네요,,



어르신,,,,항상 건강하시고,,,,,,

안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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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7bec01782dc85c1
서독님의 실감나는 글에 푹 빠져들었습니다.

그 어르신의 건강을 빌며

오래오래 낚시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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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9c7dd4c15c53e1
저도6칸대휘두르는거보고 뭔 전봇대를 휘두르나..

하면서도 힘들겠네..했는데40~50되는잉어를 허공에 붕~띄워 버리더군요..

저게 장대의 매력인가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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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76d3d5085e16bb
아~ 이거 이래도 됩니까?
이렇게 궁금하게 해놓구서리.....
서독님....미워유
증말 궁금하네유 ㅎㅎㅎ
담에 그곳가면 관리소에 한번 물어보세요
보통분이 아니시니깐 아마도 관리소에서도 알고 계실듯 합니다
얼른 물어보구 올리셔유...궁금해유 궁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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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2ed586ac97917b3
이런사연이...후아...대단하시네요...ㅎㅎ

정말 대단하신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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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93078f126b06e0
맨먼저 댓글을 올리신 낚시와 상처님..여러가지로 도와주셔서 많은 분들이 좋은 이야기를 함께 나눌수 있었습니다.
연이어서 붕어저수지님...아쉽게도 1등은 놓치셨지만...그 어르신의 건강을 함께 비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고 하겠습니다.
재재님...7칸은 휘둘러 보셨다고요? 역시 대단하십니다.이번에 8.5칸을 보기 전까지는 저도 남이 휘두르는 7칸을 본 게 전부였답니다.
wkddusrms님...무에 그리 어려운 아이디를 지니셨는지요?그 어르신은 요즘도 그곳에 가끔 출몰(?)하시니 한번 뵈러 가보심이?
연봉일억님...백문이 불려일견이라 했습니다.한번 가보셔야지요.
SORENTO00님...애정어린 관심 감사합니다.함께 어르신의 건강을 비십시다.
부처핸섬님...호쾌한 캐스팅과 온몸으로 맞서는 챔질동작...그게 장대의 매력이라고들 하더군요.
미지랑님...맞습니다.그분은 그 낚시터의 산증인이자 상징이라고 하니...한번 가셔서 직접 뵙는 것도 좋을 것같군요.
스퐁이님...맞지요.대단하시고 엄청난 분이시고 제가 소개한 것 말고도 많은 사연이 있을 것같습니다.
이상 많은 관심을 가지고 댓글을 올려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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