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탄에 이은 이야기--제3탄>
어르신께서 잉어를 거시고 다시 투척을 하시는 동안 나도 5칸대 하나를 펴고 수심을 맞추고 어분을 개는 등
모든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투척도 해 놓고 비로소 찾아온 잠시 동안의 여유로움.
그리고는 궁금한 관심사를 여쭤봤다.
"지난번엔 재미 좀 보셨나요?"
"뭐,그냥 저냥 몇마리를 했었수.그러고는 추석 전날 또 왔었는데 물폭탄을 맞고 죽는 줄 알았다우."하시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서울 경기지방을 강타한 기상관측이래 103년 만의 기록이라던 그야말로 대단했던 폭우가 생각났다.
그 비 속에서 낚시를 하셨다니.....하기는 비가 그리 올 줄 아시고도 출조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그리 올 줄 알고도 그리 무모한(?) 출조를 감행할 사람이 있을까....하며 어르신의 출조가 수긍이 가는 것이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굴리다가 문득 어르신의 모습을 "월척"에 올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올라
성능이 다소 떨어지지만 아쉬운 대로 휴대폰카메라에 맡겨보기로 하고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어르신의 다음 동작을 기다린다.
어르신께선 무슨 생각에선지 5칸대쯤으로 보이는 짧은대 하나를 더 펴신다.
마치 내가 편 5칸대와 보조를 맞춰 보시려는 듯이.
그리하여 짧은대(5칸) 하나와 긴대(8.5칸) 두개.....토탈 3대를 펴신 모양이시다.
5칸대가 여느때같으면 장대 취급을 받았을텐데 운수 사납게도 8.5칸 장대 곁에서 어린이 취급을 받는 게 우습게 느껴진다.
그때 곁눈에 들어온 것은 어르신의 모습.
입질이 왔나 보다.
순간 나도 반사적으로 곁에 놔뒀던 휴대폰에 손이 갔고,
이어서 쓩!하는 굉음과 함께 여덟칸반대가 들려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또 한마리를 거셨나보다.휴대폰에 손이 갔지만 시간이 워낙 급박했던 탓에 제대로 담지를 못했다.
짧은 시간에 챔질 동작을 제대로 담는다는 것,게다가 갑자기 다가온 순간을 휴대폰카메라로 잡는다는 것이 한계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좀더 기다려서 캐스팅 동작을 담아 보기로 하고는 느긋이 기다린다.
곧이어 캐스팅.
캐스팅 동작을 담는 것은 일단 성공인 듯하다.
그런데 잠시 스쳐가는 생각.
어르신의 챔질을 몇번 봤지만 3칸 전후의 짧은대를 휘두르는 다른 조사들보다 챔질의 성공률이 높은 것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다른 조사들은 대략 서너번의 챔질에서 한마리를 거는 데 비해 어르신께선 서너번 중 두번은 성공하는 듯 보인다.
그 이유가 궁금한 터라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본다.
첫째로는, 어르신의 장대로 가두리 부근까지 채비를 보냄으로써 잔챙이들의 접근을 막고 대짜들의 확실한 입질만을 받는 때문일까?
둘째로는,어르신의 채비가 워낙 육중하고 둔탁하여 대짜들의 초기 입질은 무시된 채 확실히 삼킨 후의 입질만 전달되기 때문일까?
셋째로는,어르신의 챔질 솜씨가 탁월한 때문일까?
하는 의문에 대한 결론은......세가지 모두의 합작품이 아닌가 하는 결론을 내리고 다시 낚시에 열중해 본다.
그 뒤로도 어르신께서는 몇마리를 더 끌어내셨고 그 사이사이 어르신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었다.
5시가 좀 지나자 어르신께서 대를 걷으신다.
그 육중한 대를 정성스레 수건으로 감싸고 물기를 닦아내며 한마디씩 접는 모습도 참으로 보기에 좋다.
5시 반쯤 되니 흰 봉고트럭이 입구에 나타난다.
그사이에 모든 짐을 가방과 도구함에 정성스레 수납하시고는 주변의 떡밥그릇하며 의자들을 가지런히 정리하시는가 하면
자그마한 흔적까지 깨끗이 청소를 하시고는 젊은이가 올 때까지 내 곁으로 오신다.
"오늘 이렇게 또 만나서 반가웠소"
"오늘 안녕히 가시고 다음에 또 여기서 뵙겠습니다"
"내가 힘이 부쳐서 올해안에 또 올수 있을까 싶소"
"이렇게 건강하신데 무슨 말씀을....부디 건강하셔서 올해도, 내년에도 계속 좋아하시는 낚시를 한참 더 하셔야죠."
"올해는 모르겠지만 올겨울 넘기고 나면 쇠약해져서 내년 봄엔 다시는 더 못할 것같다오."
그런 말씀을 하시고는 불쑥 초대형 찌를 두개를 내미시는 것이었다.
"이거 내가 쓰던 것인데 내가 더 낚시를 해봤자 얼마를 더 한다고...그래서 드리는 것이니 다음에 여기에 올 때는 이 찌를 써보시오"
어르신의 손때가 묻었음직한 초대형 장찌 두개를 쥐고 뭐라 사양도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는 내게 손을 내미시며
"부디 건강히 관리 잘 하고 오래오래 낚시를 즐기시오"하시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홀홀히 봉고트럭쪽으로 발길을 옮기신다.
한편, 봉고트럭을 몰고온 젊은이는 어르신의 짐꾸러미를 옮긴 후에 두번째로 와서는 어르신의 살림그물과 그 안의 포획물을 커다란 프라스틱 함지에
통째로 담아 넣는데 보니 잉어/향어가 대략 십여마리가 푸닥거리는 것이 보인다.
저 많은 고기를 가져다가 무엇에 쓰시려나...하는 궁금증도 잠시, 어르신의 봉고트럭이 시야에서 사라져 간다.
어르신을 또 다시 물가에서 뵈올 수 있도록 내내 건강하시길 바란다는 소망과 함께 마음속으로 배웅을 한다.
어르신,또 뵙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건강하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
<후기>
1.찍어온 휴대폰 카메라의 사진을 어떻게 이곳에 옮기는 지를 몰라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방법을 찾는대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나중에 유료터의 사장님께 그 어르신에 관해 물어본 즉,
그 어르신께서는 그 유료터에 오래도록 다시신 단골손님인데 단골손님 이전에 그 유료터의 "상징"이라는 말을 하더군요.
3.어르신의 8.5칸대는 국내의 "Y"사의 주문제작품이라고 합니다.일본제 돌돔용 낚싯대보다 품질이 우수하여 일본의 많은 꾼들에게도
판매된 제품이라고 합니다.
4.받침대는 "Y"사의 장절바다낚시대를 개조해서 만들었고,받침틀은 부속품을 사다가 일부외주/일부자작 하셨다고 합니다.
5.어르신께선 이천에서 자그마한 축산농가를 하시고 계시답니다.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앍어 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를 드리며 함께 그 어르신의 건강을 빌어 드리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감사합니다.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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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제 서른갓넘었는데도 6칸 장대한답시고 끄적이는데 힘들어 죽을맛인데 말이죠..
조행기 잘읽고 갑니다~~
어르신의 장엄한 모습을
언능사진으로나마 보고싶네요
어르신 항상 건강하시고
내년 그 후년에서 장엄한 모습을
볼수있기를 바랍니다
어르신의 건강과 함께 모든 월님들도 건강챙기시고....
우리도 90꺼정 해야죠~~~
내년에도 그 어그신의 건강하게 낚시하시는 모습이
서독님을 통해 전해지길 소원해봅니다.
어르신의 장대 휘두르는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어르신 건강하시고, 기력 부치시면 8.5칸만 아니라
2칸대로도 좋아하시는 낚시 오래 되도록 즐기셨으면 합니다.
저도 언젠가 그런 무림 고수 분을 만나 볼수있는 날이 올때까지 열심히 댕겨볼렵니다..
혹시 다음에 뵙게 될지도 모르니 박카스라도 준비 하셔서 다니십시오^^
또 대단한 광경이구요...
이 기분좋은 가을아침에
나이가 들고 관록이 생겨나는것에 뿌듯한 희열을 느낍니다.
붕어땜에담배두갑님...맞습니다.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어르신의 낚시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즐거움님...노년까지 건강하게 즐겁게....어르신을 본받아 우리 모두 건강괸리 잘 하십시다.맞는 말이지요?
까칠한깜비님...멀리 계신가 봅니다.8칸을 쓰신다니 역시 엄청나십니다.다음에 어르신과 한번 겨루어 보시면 어떨까요?ㅎㅎㅎ
SORENTO00님...격려 고맙습니다.
별사랑님...맞는 말씀입니다.정도는 없고 기인은 많다.....맞지요?
낚시와 상처님...덕분에...덕분에...재삼 감사드립니다.
구경꾼님...님의 정진이 기대됩니다.그리고...조언 감사드리고요.
위잉님...청명한 가을에 고목의 향기가 느껴지지요?그렇습니다...
무적전설님...위잉~쓩~!그게 장대의 매력인가 봅니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어느 유료터 조행기 보다 흐뭇하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신 모습으로 내년에 다시 서독님과 낚시하시길 빌어 봅니다.
왜인지 모르게 가슴 뭉클한 글 잘 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마치 제가 현장에 있는듯한 느낌 이며
낚시 하시는 어르신의 모습이 눈에 선할정도 입니다
어르신께서 부디 건강 하셔서 내년에 한번 8칸대 휘두르시는 모습 뵙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