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그곳에 가고 싶다... 전북 익산시 / 금강 지류, 충남 서산시 / 천수만 본류

큰 붕어님, 전화받으세요 이렇게도 해 보고 저렇게도 해 보고 제 역할에 충실하게 노력하여 마음에 닮으려도 요즘 아무런 변함없는 망태기뿐.. 마음의 전화기를 들었나니 큰 붕어님, 종의 전화를 받아주소서...

 

 

2009년 4월 11일

 

전국이 건조주의보..

누군가의 마음에 불을 싸지르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내 마음에 불을 지르고 싶었는지 모른다. 붕어를 찾아 고속도로를 달리며 가슴속에 휘발유를 끼얹었다.

성냥만 그어대면 한순간에 타버릴 정도로 내 가슴은 바싹 메말라 있었다.

사실... 여러 동지님들께 자랑 할 만큼 큰 붕어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나홀로 새벽운전..

어제 저녁을 무얼 먹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시간에...

서두를 마음조차 없는 이 새벽 기온의 차가움이 몸으로 느껴진다. 더욱 외롭다고 느껴지는건 왜 일까?

 

이렇게 굴리고 저렇게 굴려 용안면에서 중신리 방향을 잡아 쭈욱 가면~~

그곳엔 아직도 뿌연 황토 먼지가 휘몰아치는 황막한 흔적만 가득하다.

 

이때의 즈음 찾아가는 곳이지만 함께 하는 소품들이 다르니 여정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몇 번을 간들 싫증이 날 장소는 아니다. 작년 조행기에 소개한 적이 있다.

수로에 들어선다.

전날 기온이 많이 떨어져 물이 아직 차가워 붕어가 나올까 하는 의구심도 들지만 분위기는 좋았다.

붕어의 등지느러미에 흔들면서 일렁임에 따라 흔들리는 수초 고즈넉한 움직임들...

 

문득...

종종 낚시를 함에 있어서 양다리를 걸치다 둘 다 놓치고

가슴을 치며 후회를 한다. 붕어도 좋고 사진도 좋다.

하지만 둘 다 가지겠다는 욕심에 정작 낚시를 망치는 일을 하지 말자. 나는 붕어를 낚는 그저 낚시꾼이다.

내가 찾은 자리 수심은 28대 기준으로 80cm, 물색 또한 수로 환경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다.

오늘은 반관통 채비로 된 낚싯대... 첫 입질은 오전 7시가 넘어서 왔다.

내가 앉아 있는 앞 배경에서 해가 뜨고 약한 바람이 분다는 걸 느껴질 무렵 지렁이 미끼에 큰 입질이 왔다.

35cm급 붕어 이후 무료한 시간이 이어지고..

오전 아홉시가 다 되어갈 무렵에 점잖게 옆으로 끄는 찌에 흥분하여 채어보지만 큰 매기가 나를 보고 웃는다.

그 행위로 보아서 땅에 던져 놓고 싶었지만 웃는 모습이 참 귀여워 물속으로 보낸다. 힛!

그리고 간혹 이어지는 입질에 준척급들.. 

 
오후로 넘어 가면서 입질은 없다. 깐죽 거리는 잡고기 조차도 다 어디로 갔는지 조용하기만 한 수로...

따스한 기온이 햇살과 함께 주위를 감싸는 봄날에 그저 고요함이 하품만 몰고오고 있다.

저 넘어 논에 흩 뿌려놓은 지푸라기에 농사짓는 이들이 불을 붙여놓아 연기가 피어오르고...

어느 낚시꾼들이 저녁을 준비하느라 시장끼를 끌어내는 구수한 찌개냄새가

집로 돌아가고픈 생각에 채비를 걷는다.

 

그렇게 끝났다.

붕어가 만들어준 작은 선물을 하나 품에 안고 그렇게...

 

 

2009년 4월 19 - 20일

천.수.만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나를 부르는 그곳으로...

향기가 난다. 그 진한 비린내의 맛이 제대로 풍긴다. 나는 그 익숙한 냄새를 잘 안다.

넓은 호수로 둘러 쳐진 깊숙한

곳곳에 온갖 수초들이 터전을 메꾸고, 그 향기

찾아드는 물고기들 그래서

수만 마리 새들이 머물다 간다는 그 곳

깊어가는 봄날이면

그 곳에 내가 앉아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말도 많아지고 농담도 잘하게 된다.

그 곳에

아주 작은 소리로 호흡에도

큰새가 꽥꽥 거리는 곳..

 

내가 앉아있는 곳이 천.수.만...

충남권에서 현재 1순위에 배정되어 있는 천수만...

서둘 것 없이 적당한 수심을 찾아 채비를 던지는데 힘들지 않은 그런 낚시자리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면 된다.

주변이 모두 포인트며, 월척 자원이 풍부한 만큼 굳이 생미끼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대물 교과서적인 패턴이 별 의미가 없다.

흔히 볼 수 있는 떡밥과 글루텐을 사용하면 마릿수와 월척 타작도 가능하다. 운만 따라주면 거의 천하 무적[天下無敵]이다.

 

하지만..

월척도 월척 나름이다. 보다 큰 붕어를 낚고자 하면 또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래서 저에게 잡았다는 것은 그리 중요치 않다. 어디서 어떻게 낚았다는 것만이...

 

* 동지님들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을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오후 4시 40분, 바로 그때.. 갑자기 가슴이 뛰고 얼굴이 화끈거린다.

화면상으로 왼쪽 2번째의 39대에서 올듯 말듯 추파를 던지며 찌가 논다. 내 품에 확 안기면 좋으련만, 서두르지 말자.

"파다닥"... 그리고 아찔한 오르가즘에 도달하기까지 불과 3분. 모든 것을 순식간에 제압하여야 했다. 짜릿했다.

가쁜 숨소리와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나는 한동안 충격 속에 멍하니 서 있었다. 방금 내가 본 게 현실이었나, 착란이었나?

작년에 이맘쯤 만난 그 혹부리 큰 붕어다.

 이것이 바로 대물이다.

그렇다. 평생에 한번 볼까 말까한 혹부리 큰 붕어가 내 품에 있다. 좋다. 힛!

이렇게 

이렇게 

그렇게...

극심한 가뭄 끝에 모처럼 전국에 단비가 내린 월요일의 봄날 여정은 마무리되었다.

요즘 마음속 숙제를 하나 가지고 다녔다.

그 숙제는 제게는 늘 마음속 빚으로 남아 제 마음에 짐이 되었다.

이제 그 숙제를 마쳤으니.. 월척 동지님께 숙제 검사를.. 받는 것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침대 위에 길 게 누워 감은 눈 속으로 천천히 올라오는 찌를 보며 잠에 빠져들면서... 행복하다. 행복하다.

 

그리고, 일일이 거명하지 못하지만 주위에서 축하 격려를 주신 많은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