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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떨고 있니?

IP : c58893348f5e348 날짜 : 조회 : 6338 본문+댓글추천 : 0

오늘도 한 여름인 것처럼 슬쩍 반팔로 집을 나서려는 저의 등 뒤에서 아내는 또 잔소리를 합니다. "저 집 아낙네는 아직도 남편에게 가을 준비를 해 주지 않고 뭐 한다냐?" 이렇게 저 때문에 쏘아 진 화살은 자기가 다 맞아서 아프다고 합니다. 이 것도 다소 변형된 사랑인가 싶습니다. 핀잔같지만 결국은 깊은 애정의 표현이니까요. 시골에서 오랫만에 보는 손자들에게 할머니가 너무 기쁜 나머지 "아이고, 우리 잡것들 왔는가!"하듯이요.. 걸쳐 주는 점퍼를 손에라도 들면, 지칠 줄 모르는 잔소리에 대한 감동으로 발 걸음이 사뭇 가볍습니다. 도데체 지금 여름입니까? 가을입니까? 그 것을 알고 싶습니다. 십년이면 강산과 더불어 모든 것들이 변한다는 것은 속절없이 먹어가는 나이 때문에 속속들이 잘 아는 사실이지만, 이제는 달력으로 구분되는 계절이 아니고, 그 날의 온도로 구분되어야 하는 것인가.. 아리송합니다. 아내는 모릅니다. 꾼의 깊은 뜻이 있는 줄을.... 꽤 쌀쌀해도 반팔로만 나서려는 저의 의도가 <한 겨울의 밤낚시>에 대비하는 사전 준비라는 사실을.. 겨울밤의 물 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춥습니다. 한 줄기 매서운 바람이라도 불라 치면 자신도 모르게 목이 있는 힘껏 움츠려 듭니다. 엄청나게 춥습니다. 그래도, 멋있는 찌올림과 착하고 예쁜 우리 붕어 얼굴 한 번 보고, 만져 보고 나면 추위는 잠시 사라집니다. 그리고 나서 또 사시나무 떨듯 떨기 시작해야 합니다. 다음 입질이 올 때까지... 이렇게 춥고 긴 겨울 밤을 떨면서 보내고 나면 아침 햇살이 온 천지에 따뜻함을 전할 차례가 됩니다. 춥고 어두웠던, 두렵기도 했던 낚시터에 "고향곡 9 번"의 합창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집니다. 그 감격은 겨울 밤의 낚시꾼이 아니면 절대로 알 수 없는 신비스러운 평화로움으로 가슴에 새겨집니다. 햇살이 만드는 따뜻하고 밝은 움직임이 앉은 자리를 부드럽게 포용할 때까지의 기다림과 그 후의 안도감, 상쾌한 그 느낌을 꾼이 아니면 결코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영원한 철없는 낚시꾼인 저는 마냥 행복합니다.

1등! IP : 00cd752be57846f
아니 떨었사옵니다. ㅎㅎ

낚시가는 신랑 옷가지 챙겨주는 아내를 둔 철없는 붕어님!

행복하세요


누가 물었습니다." 언제 철들레?"~~~~~"안그래도 돌인데 철까지 들면 우짭니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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