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켤코 늦지 않았다
때로 우리는 자신의 길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정확히 그 길을 따라 맹렬한 속도로 달려나가는 듯한 그런 사람을 보게 된다.
내게는 불가능해 보이는 무언가를 너무도 쉽고 간단하게 처리하고
내게는 지치고 짜증나는 어떤 것을 환하게 웃으며 무리없이 해내는 그런 사람
내 자신을 그런 사람과 비교하다보면
마치 진행 신호가 켜진 도로에 멈춰선 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교통지도를 펼쳐보는
그런 초행길 운전자가 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스무 남짓한 시절 절친한 선배인 L모씨를 볼 때마다 내가 느끼던 감정 역시
바로 그 초보운전자와 같은 조급함과 당황스러움이었던 것 같다.
내가 망설이며 선택에 고심을 거듭하는 것을 그는 추호의 주저함 없이 선택할 줄 알았고
나에게는 커다란 고민이었던 것이 그에게는 단순하고 손쉬운 별 것 아닌 일이 되곤 했다.
그런 경우가 왕왕 벌어지곤 하면서
나는 으레 L모 선배를 볼 때면 자연스레 주눅이 들었고
선배는 그런 나를 몹시 안타까워 하였었는데
그것은 훗날 내 자신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낼 때까지
두고두고 나를 괴롭히던 숙제 중의 숙제였다.
세월이 쏘아놓은 활과 같다는 말까지는 아니어도
시간이 점점 빨리 흘러간다는 것 정도는 조금씩 느껴가는 나이가 되고 나서
가끔 L 선배와 술자리를 하며 그 때 이야기를 한다.
"너 그때 그런 걸 어떻게 떨쳤다고 했지?"
"뭘요?"
"너 왜 전에는 나한테 주눅들었다고 그랬잖아"
"아...그거요? 아버지랑 어느날 지방에 갈 일이 있었는데..."
언젠가 아버지와 지방에 가야할 일이 생겨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아버지는 내게 운전대를 맡기시고 조수석 시트를 뒤로 젖힌 채 잠이 드셨다.
그리고 오전 7시 40분까지 도착해야 할 목적지에 .우리는 오전 9시 30분이 되어서야 겨우 도착했다.
다 도착한 후에야 아버지는 잠에서 깨셨는데 시계를 한 번 보시더니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빙그레 웃으셨다.
"너 이제 여기 오는 길은 확실하게 외우겠다."
중요한 약속에 늦었으니 아버지께 타박을 듣겠구나 생각했던 내게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은 그게 전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너무 서둘렀다.
그리고 나는 너무 조급했다.
서두르고 조급하지만 않았어도 2시간 씩이나 늦지는 않았을 것이란 걸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으며
아버지는 진작부터 잠에서 깨어 계셨다는 것을 알아채는것 또한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조금 늦을 수도 있다.
다만 그것에 너무 조급해하고 당황하면 내가 가야할 길을 찾는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터
지금 길을 몰라 헤매는 것은 어찌보면 아버지의 말씀처럼
훗날에 다시는 잊어버리지 않게 머리에 지도를 만들어가는 일일런지도 모른다.
때로 우리는 자신의 길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정확히 그 길을 따라 맹렬한 속도로 달려나가는 듯한 그런 사람을 보게 된다
내게는 불가능해 보이는 무언가를 너무도 쉽고 간단하게 처리하고
내게는 지치고 짜증나는 어떤 것을 환하게 웃으며 무리없이 해내는 그런 사람
그런 사람과 마주칠 때 마다
나는 항상 그 날 아버지께서 보여준 웃음을 떠올린다.
난 결코 늦지 않았다.
지금은 다만, 지도를 완성해가고 있을 뿐이다
p.s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20대였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사업차 약속이 있어 제가 운전대를 잡았었는데요
그 날, 제가 고속도로를 잘못 타는 바람에 한참을 돌아돌아 가느라고 2시간이나 약속 시간을 어겼어요.
그 때의 일인데 정말 엄하시고 시간 약속에 철저하신 분이라 많이 혼날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단 한마디 꾸중도 안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_________^
참 좋은 말씀 듣습니다....
가끔 내가가는 이길이 바른길인가 자문할때도 있지만 현실이라는 커다란 벽에 숨도 못쉴때가 있었죠
내가가는 이길.....
답은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뒷모습을 남기고 싶을뿐입니다
좋은 글 잘읽고 갑니다
어쩐지 필이 오더라구요....ㅋㅋㅋ
이번에 훌륭한 스승의 선발에서 선택?되신 한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네요..
자신의 돌봐주신 스승의 본을 따랐을 뿐이라고...
우리가 이렇게 잘커왔는게...^^~
날이 좀 풀렸는데 그래도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셔요.
漁水仙님// 아직도 많은 부분이 모자라고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어린 사람이라
매번 좀 혼란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를 떠올려보곤 하지요.
선배님 말씀대로 답을 모를 이 길. 저도 뒷모습이 아름다웠으면 좋겠습니다.
붕어우리3님// 글솜씨는요... 그냥 있었던 일 정리해서 올리는 것이고
월척에 글솜씨 좋으신 분들이 정말 많으니 저는 조용히...숨겠습니다.
평온하고 여유로운 그런 하루 보내셨으면 해요. 후배 분 승진 관련 이야기 인상 깊게 잘 읽었습니다^^
박라울님// 휴... 아버지는 훌륭한 사람이신데 제가 정말 반이나 따라갈런지 모르겠어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저와 아버지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것 같아요.
에이고~ 둔재라 어쩌겠어요. 하하하 그래도 열심히 열심히~
그림자™님// 옙. 말씀 잘 새겨들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잘 커왔던 것은 부모 덕분임을...
크나큰 마음의 유산으로 남겨질 것 같습니다.
저의 아부지께서도 큰소리 한 번 내신 적 없었지요.
아랫입술만 지그시 깨물 뿐이었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인생이란게 서둔다고 능사는 아닌것 같더라고요.
때론 한걸음 늦추는게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걸 지금도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멋진 아버님과 아드님이십니다~^^
황금빛잉어님이 운전해주는게 편안하고 대견스러웟나 봅니다ᆢ^^
턱은 견고해지시고 아랫입술 지긋...하게 ^^
헤헤헤 덧글 감사드려요. 깊은 밤 평온한 잠자리 드시길 바랍니다.
대구심조사님// 선배님 과찬이십니다.
그냥 있었던 이야기 글로 바꿔놓는 것 뿐인데요...
날이 많이 풀렸어도 항상 감기 조심하시고요
오늘 밤도 나른하고 행복한 밤 보내세요~
밤하늘엔별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도 항상 한 발 옆으로 비켜서서 지켜볼 수 있는 그런 여유나
아니면 참을성 그런걸 기르고 싶네요.
내일부터는 또 추워진다니깐 어디 다니실 때 옷 단단히 여미시고
항상 길조심하시고요~^^
매화골붕어님// 선배님~~~ 어떻게 아셨어요!!
아부지가 그 당신에 처음 빼곤 거의 안주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냥 눈감고 누워있다가 어디쯤인지 확인하시느라 고생하셨다고요..
하하하하 선배님 출조 안가세요? 나중에 혹시 얼음 낚시 하러 가시면 저 좀 가르쳐 주세요~
아버지 글이라 잠깐 외면했답니다. ^^"
타자의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가끔 그렇게 하고 있죠?
곧 얼음얼면 석화구이에 이슬이 잡으며 빙박해보죠ᆢ^~^
안그래도 오늘 빙판길에 자빠져서 쪽팔려 죽을뻔 했는데 어케 아셨나요?~ㅎ
저 어깨 수술할 지 모르는데
그래도 쫓아가서 커피심부름 할께요
밤하늘에별님/ 꼭 조심하셔야해요
항상 주의하시고 안다치셔야 낚시하러 가지요
꼭이요~~~~~!!
효천님/ 형님 ㅜㅜ 저 어깨 정밀검사하러 병원 가고 있어요 아파도 너~~~~무 아파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