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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까?

IP : f005234bab57511 날짜 : 조회 : 4623 본문+댓글추천 : 8


늙은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까?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역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

젊은 사람들에게 돈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노파를 봤다. 

불쌍한 표정을 짓지만 이상하게도

그 얼굴에서 젊은 날의 어떤 모습들이 느껴졌다. 

얼굴에 그 과거가 그림으로 잠재해 있기 때문인가? 

며칠 후 다시 그 자리를 지나가다가 허공을 가르는 그 노파의 날카로운 소리를 들었다.

“저 년이 나보고 젊어서 뭐했길래 이렇게 사느냐고 그래요.

야 이년아, 너도 나 같이 되라.”

노파의 저주가 뼈에 사무치는 것 같았다. 

그 노파는 왜 늙음의 준비를 하지 못한 채 구걸을 하고 있을까. 

 

젊어서 노후의 준비를 못하고 인생의 절벽 밑바닥에 떨어진 노인들이 많다. 

얼굴만큼이나 다양한 사정이 있을 것이다.

인기 있던 가수가 내게 노숙자 합숙소에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내가 그 시설을 후원하는 걸 알고 부탁한 것이다. 

왜 그렇게까지 됐을까? 

나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때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원로가수 현인씨가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었다.

“공연장을 꽉 채운 관객이 앵콜을 요구하면서 나가지 않는 바람에

같은 곡을 아홉번이나 부른 적도 있어요. 부르는 노래마다 히트를 쳤었죠. 

그렇지만 인기라는 건 허망한 거죠. 

세월이 가니까 잊혀졌어요. 

미국으로 갔어요. 식당을 했지만 실패하고 아내와도 헤어졌어요. 

그리고 노인이 됐어요. 아무것도 남은게 없어요.”

 

늙고 가난한 것만이 불행의 원인은 아닌 것 같다. 

의과대학장을 한 저명한 칠십대 노의사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돈과 명예가 있다고 노후가 행복한가요? 그런 거 다 소용없어요. 

하루라도 따뜻하게 살고 싶어요. 

저는 가난한 의대생이었어요. 

부자 집 딸과 결혼했죠. 처가에서 작은 의원을 차려줬어요. 

매일 번 돈을 아내에게 바쳤죠. 아내도 의사였죠.

저에게 밥 한번 따뜻하게 해 준 적이 없어요. 

제 어머니가 아들을 찾아와도 역할이 식모였어요. 

어느 혹독하게 춥던 겨울날이었어요. 

집으로 돌아왔는데 어머니가 찬물로 며느리의 빨래를 하는 걸 봤어요. 

가난이 죄였죠. 

아내는 제가 번 돈으로 땅과 건물을 샀는데

칠십년대 부동산 경기를 타고 엄청나게 값이 올랐죠. 

 

난 돈이 목적이 아니었어요.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내 분야에서 권위자가 되려고 곁눈질을 하지 않고 살아왔죠. 

나는 노력해서 대학병원장이 됐어요.”

그는 모든 걸 다 가진 셈이었다. 

 

칠십대 노인이 된 그가 어느 날 모든 재산을 포기하고 가출을 했다. 

병원장자리도 그만두고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내게 그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제가 어느 날 단골로 다니던 한식당에서였어요.

수더분해 보이는 주인여자가 생선의 뼈를 발라주고

국이 식을까봐 안절부절못하는 걸 보면서 가슴이 울컥해졌어요. 

그리고 따뜻해지는 걸 느꼈어요.

그동안 산 건 산 게 아니었어요. 그런 건 삶이라고 할 수 없죠. 

그래서 집을 나와 작은 방을 하나 얻었죠. 

저녁이면 내 방으로 돌아와 빨래판에 팬티와 런닝셔츠를 놓고 빨래 비누를 개서 문댔어요. 

노년에 비로서 평안을 찾은 것 같아요.” 

그를 보면서 노년행복의 본질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았다.

 

아직 젊을 때 늦기 전에 노년의 삶을 미리 그려봐야 하지 않을까.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고 설계를 해보는 것이다.

노년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 삶은 자신만 힘든 게 아니라

주위 사람과 사회까지도 피곤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내남없이 젊음이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한다. 

젊음이 어느 순간 증발해 버리고 거울 속에서

자신의 늙은 아버지나 어머니를 보는 게 삶의 현실이다. 

나는 나이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수시로 음미해 왔다. 

그건 비관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잘 살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나의 과거가 쌓여 현재가 됐고 현재가 축적되어 미래가 되는 것이다. 

나는 주변 선배들에게 육십오세 이후 죽을 때까지 얼마의 돈이 있으면 행복할 수 있을까를 수시로 물어보았다.

나의 기준은 검소한 생활을 하면서 친구나 이웃에게 정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돈이었다. 

그 다음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취미가 겹쳐진 일이었다. 

나는 그걸 글쓰기와 독서로 삼았다. 

낮도 아름답지만 밤도 고요하고 안정되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곱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

(모셔온 글-엄상익 변호사)

 

가장 건강한 사람은 
잘 웃는 사람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어요.~
 


1등! IP : eb4c11a22a332aa
이른아침 나의 내일을 생각해 봅니다.
비록 돈은 없지만 사랑하는 가족이 있고, 남들이 욕을 많이 하지는 않을것 같아 행복할것 같아 다행입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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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11e2af96c148ca7
100세 시대라 말은 하지만,
50이라는 나이에 해놓은거 없는 제가 씁쓸할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아이들 모습을 보며, 힘내야지요....

이건 수많은 과학자들과 의료계에서 하는 말입니다.
앞으로 10년만 버텨라~
그러면, 의학의 힘으로 안되는게 없는 시대가 될것이다!
그럴까요?
그렇게 되더라도 돈이 없다면...
희망고문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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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33ccf5f99abb1b1
나이가들어갈수록
필요한것이 조금씩 없어지네요.
욕심도 조금씩 내려놓고 있습니다
다만 낚시는 맘껏 하고픈데
시간도 많지않고 체력도 달리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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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544f733d0572033
대부분 현재만 볼 수가 있으니 일단 머릿속에 미래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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