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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만 가지수로...

IP : 4acfcdbef4191d8 날짜 : 조회 : 3037 본문+댓글추천 : 0

산란철이면 몰래 대물 관고기 손맛 보는 곳이 있습니다. 대호만 가지수로인데 말 그대로 <느믄 월척>입니다. 부들 잔재가 빽빽하고 바닥은 완전 감탕인데 수중에 턱이 있어 바닥이 깨끗한 턱 몇 자리에 찌를 세워야됩니다. 홍수 때 올라온 붕어들이 갇혀있다 산란철에 반짝 입질을 합니다. 낚시철에는 수초가 빽빽해 찌를 세울 수 없을 뿐더러 붕어가 있겠다는 생각마저 안드는 곳입니다. 입질은 산란 직전 딱 한 주 여명 부터 오전 10시 정도에만 들어옵니다. 수로 옆이 바로 논이라 접는 의자 하나면 됩니다. 몇 자리 안나오는 곳이다 보니 매년 가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입니다. 말그대로 <지들끼리 빼먹는 곳>이죠. 드디어 그 날이 왔습니다.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새벽 3시에 일어나 준비를 합니다. 낚시짐이 있는 창고 쪽문을 열고 나가면 옆집과 우리집 사이 주차장에 차 꽁무니가 있습니다. 조용하지만 신속하게 빠른 몸놀림으로 짐을 싣습니다. 치고 빠져야 하기에 최대한 간편하게 추렸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짐입니다. 다 싣고 들어와 간밤에 꺼내놓은 옷을 챙겨입습니다. 부시럭 거리는 소리에 깬 마누라가 실눈을 뜨고 지나가며 한 마디 합니다. <단단히 미쳤어…> 평소같으면 한 마디 거들텐데 마음이 바빠 안들립니다. 일단 달립니다. 어디에 카메라가 있는지까지 간밤에 로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둬서 거침이 없습니다. 화곡동 몽땅 부부가 먼저 자리 잡으면 헛방입니다. 이 부부는 꼭 자리 셋을 차지합니다. 처남네 자리라고 받침대 꽂아두면 말도 못하고 부글부글 속만 끓습니다. 도착해서 보니 다행히 차가 한대도 없습니다. 아직 어둑어둑합니다. 일단 짐을 들고 1급 포인트로 갑니다. 수로에도 사람 기척은 없습니다. 물속에서 시커먼 철갑 붕어들이 스물스물 돌아다니는 기운이 느껴집니다. 의자와 파라솔을 원하던 자리에 내려놓자 비로소 회심의 미소가 지어집니다. 차로 가서 나머지 짐을 들고 옵니다. 입질시간 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느긋하게 파라솔을 꽂고 의자에 앉습니다. 포인트를 한 번 둘러보고 받침대를 꽂으려는데 뭔가 허전합니다. 낚시 가방이 안보입니다. 차에서 가져오지 않았나 싶어 차로 가봅니다. 트렁크에 없습니다. 차 안도 보지만 차 안에도 없습니다. 갑자기 불길한 느낌이 밀려옵니다. 의자밑에 있나 생각해봅니다. 무슨 낚시가방이 서류가방도 아니고 의자 밑에 있을리가 없습니다. 간 크게 6시도 안된 시간에 마누라에게 전화를 합니다. 안받습니다. 머리맡에 전화기 두고 자는거 아는데 분명 쌩까는 겁니다. 한 10번을 하니 받습니다. <왜?> 뭘 빼먹고 갔느냐는 말투입니다. 낚시가방 있는지 보라고 했더니… 투덜거리며 창고로 갑니다. 없답니다. 주차장 한 번 보라고 하니 짜증 무지냅니다. 쪽문은 나 말고는 아무도 쓰지 않습니다. 마지 못해 나가더니 발로 툭툭 차는 소리와 함께 <여기 뭐 있네>라고 합니다. 순간 다리에 힘이 쭉 빠집니다. 고민이 시작됩니다. 자리를 잡아두고 집에 갔다와? 왕복 4시간인데… 그래도 일년에 딱 오늘 하루인데… 갔다오면 이미 끝인데… 말 그대로 짧은 순간 오만 생각을 하다가 다시 차에 짐을 옮겨 싣습니다. 짐을 싣고 차를 돌려 출발하는데 희뿌연 여명속에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입니다. 점점 가까이 와서 지나치며 보니 화곡동 몽땅부부네 카렌스입니다. 그날 이후로 대호만으로 낚시 안갑니다. (전에 써 다른 카페에 올린 글을 심심풀이 삼아 읽어보시라고 올렸습니다~)

IP : ef3521f8ade1d67
어차피 그날도 꽝이었다고 편안하게생각하시면될듯합니다.ㅎㅎ

그래도 아꾸븐거는 어쩔수없겠지만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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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79b0f0eef7b4f39
뚫어보믄, 유치원 앞마당 이요~
물가에 도착해 보믄 가방 안챙겨와..

에효!~
물가에선나무님만 생각하면,
참!~ 안타깝지 말입니다요! ㅡ.ㅡ

?

근디...
이 껄적지근한 낯설지않은 이느낌은...모지?

동질감 ?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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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fc88eda8bfcfa93
화곡동 몽땅부부가 철수하시는 차를보면서..

과연 어떤생각을 했을까도 무척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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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6ab889c7f552e13
철수하실 때, 얼마나 뒷맛이 쓰셨을까 짐작이 갑니다.
애(간)가 다 녹으셨을 테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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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4acfcdbef4191d8
두달님도 허허실실
초절정 경지에 가까이 가셨군요~

아무튼
자꾸 복수할 저수지만 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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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a0e6b6b59944ed7
한여름에 수풀 다 깍고 길내서 생자리 만들어서 전을 필려니 받침틀을 안갖고 왔네요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뒤꽂이가 주리주리라 받침대가 짧아서 낚시대는 손잡이가 하늘로 올라가고 땀은 비오듯 흐르고 도저히 안되서 주변에서 간신히 받침대만 빌려서 낚시했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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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b568e8606f1544b
ㅋㅋㅋ 거기가 어딘지 살짜 귀뜸좀 부탁합니다. 남의 고통이 나의 행복이 될지도 모르는 순간입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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