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도 이런중독이있을까
지난일요일 벌써 주둥이 짱짱한 모기들에게 온몸을바쳐 헌혈해가며
낚싯터에서 밤을새웠는데 겨우 하루지난 월요일 오후턱을 못넘기고
마음은 벌써 다시 낚싯터로 가있다
조우들이 올린 지난날 조행기를 보는데
한여름으로 치닫는 6월의 조행기이다보니 조행사진엔 키큰부들과 갈대그림들이
싱그럽다
문득 작년이맘때 한 계곡지에서 겪은 서늘한 기억이 생각나는데 .....
해질무렵 부지런히 달려가 조수지 한모퉁이에 자리를잡고
무더위에 진땀을 흘리며 채비를 다하고나니 해가 비스듬히 넘어가고있었다
수자원공사의 공식적인 명칭은 따로있지만 현지인들이 부르는 이름은 귀신못
왜 하필이름이 귀신못인지 알수없으나 오랜된저수지이고보니
근처동네이름을 (신리)빌렸거나 와전된 얘기가있을법도하겠다 짐작할뿐
그이름에 대한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
밤새 소진될 체력보강을위해 냉동해온 돼지고기를 해동시켜
소금간만한채 스테이크로 굽고 주량이라할것도없지만 가방모퉁이에 넣어둔
소주병을땃다
해질무렵 날벌레들의 군무를보며 작은잔에 술을따라 주욱 들이키는데
인적드문 계곡지이고보니 청해앉아 권주할만한 길손도없다
밤이되자 금새 키큰나무들사이로 한지에 번져가듯 검은 먹물이들고
작은랜턴불빛만 두세평남짓한 어둠을 갈라놓을뿐이다
물맑은계곡지이고보니 수초도별로없는데 골라자리한곳만 돌배나무와
부들이 자라있어 "꾼"의 느낌이닿는곳이 이곳이었다
간간이 목축이러 내려온 고라니발자욱소리도나고 산감자뿌리를 헤집어대는
멧돼지거친 숨소리도 들렸다
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자 등줄기가 서늘해지는데
찌만바라보는 낚싯꾼에겐 고라니도 멧돼지도 저수지의 일부일뿐
다를게없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그랬다
간격을 두고 움직임없이 도도한 캐미불빛
바람한점없는 한여름의 계곡지지만 밤이되니 두터운 점퍼를 걸치지않고는 이가부딪힐지경이다
입질이없자 등줄기로 느껴지는한기에더해 머릿속에서 가물가물 불길한생각들이
일어서는데....
한조우는 밤새 엄청난입질에 그야말로 대박을친후 새벽녁 낚시한곳을 자세히보니 인골이있어 ....
또다른조우는 인적없는 낚싯터에서 두세명동료들과 낚시하다 자기도모르게 물속으로 걸어가...
그리고 또다른조우는 한참 큰놈을걸어 힘겨루기를하고있는데 바로옆에서 "살살 끌어야지 .... "
정신차려보니 아무도없는저수지에 누가말했을까 ....
그저 웃자고하는얘기겠지..하고 흘려들었던 무용담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문득 뒤가 불안해지는느낌에 뒤를돌아보고싶어지는데
뒤돌아보면 그날낚시는 끝이다 ...선배들의 조언을 상기시키며 담배를 빼어무는걸로 무섬을 덜어본다
에헴 헛기침을 해보지만 한번 신경을 건드려버린 공포는 쉽게 나아지질않는데 ...
깜박 졸았을까
꿈인듯 아스라이 무언가 소리에놀라 움찔 눈을떠보니 아무도 없었던 건너편에 캐미가보인다
게다가 웅성거리는 사람들소리에 챔질하는소리까지 ..
금새 누가와서 자릴잡았을까
그러려니 여기고 피곤한몸에 몽환같은 밤을지새고 어스름이 새벽이오는데
밤새 붕어한마리 잡히질않았다
기지개를켜며 문득 건너편을보니 아무도없는 저수지엔 물안개만 가득하다
채비를 정리하며 문득 밤사이왔다간사람들이 입질이없어 먼저 철수했나싶어지는데
철수길 그들이 유했던 그자리를 지나쳤다
서너걸음 지나쳐 발걸음을 내딛다가 머릿속을 휘젓고지나가는생각 ...
발자욱이없다
아무것도 ..아무런 흔적도
그렇다면 어제밤 그소리는 .그캐미불빛은 .그챔질소리는 ...
노루발자욱도 멧돼지흔적도 모두있는데 ...
우똑서버린 발걸음이 땅에붙어 떨어지지가않는다
뒤에서 잡아당기듯 몸이 무거워지며 온몸이 떨려오는데 ...
허위적거리며 언덕을넘고 바위를 타넘었다
비오듯쏟아지는 땀으로 눈을 뜨기조차힘들다
멀리 저멀리 사람들이보인다 '
여기,...여기 ...
칠순을넘긴 어르신은 선뜻 담배를 권하며 어디서오셧수 ...하고
물끄러미 행색을 훓더니 쯪쯔...혀를차신다
일날뻔했어
여기가 어디라고 혼자와 밤을지새
저위 계곡엔 인공(6.25)때 사람들이 무더기로 총살당해 묻힌곳이어서
동네사람도 해지면 안오는곳이여
거기다가 저기 저수지문행기 위쪽에 새로쓴 묘 못봤어
젊은사람이라 고만했지 큰일치룰뻔했어 ...
아 가시나가 목을 달아버려서 어제 새로 묘쓴자린디
부모가 반대한 결혼을 할라고 했던모양이야
지몫을 다못살었으니 한이됬것제
그래도 젊은이가 밉지는 않었는모양이여 물속으로 끌고들어가지않은것본께 ...
돌아오는길 일부러 들러본 무덤가엔 초라한 들꽃만 무심한삽질에 부러진채 누벼져있었다
소주한잔 드소 잘가시오 그대 영혼이 편안해지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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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데, 밤새 뒤에서 누가 뭐라고 해서..
돌아보면 아무도 없고...
휴~~.그밤 어떻게 보냈는지, 지금 생각해도 머리칼이 쭈빗하네....
산속 깊은 계곡지만 가는데두.. 함 보구싶따ㅡㅡㅡ ?! ㅠㅠ 농담!!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