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들 ..

밤 열시.. 그당시 우리들의 문화(* 술 마시고 디스크 사고)를 유지하기 위한 자금줄은 일명 깨 털이였다 목포극장에서 상영하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기위해 학교를 빼먹고 달려갈때도 .소주댓병 두어병 차고 멤버들과 산에올라 주체할수 없었던 열정을 삭힐때도 어김없이 필요한건 돈이었다 너나 할것없이 가난한 촌부들의 아들들 학생과와 대치하느라 빡빡 깍은 머리에 눈썹 까지 밀어버린 녀석들 시골 태생들이니 좀 얌전할만도 한데 당췌 주변에 모여든 친구란 녀석들이 한결같이 색깔이 강하고 특색있는 녀석들 뿐이었다 아지트에 모여 소주 댓병 뚜껑을 따기전 할일은 안줏감 마련이었다 늘 주머니가 궁색하니 과자 부스러기마저 쌓아두고 먹을만큼 넉넉치 않았지만 지천에 널린게 먹거리고 안줏감 이기도 했다 금방 다녀 온다며 기름 줄줄 새는 오토바이를 타고 태식이가 나갔다 오면 금방 토끼 한마리를 들고 온다 그사이 친구들은 수확 끝난 대파밭에서 대파뿌리 몇가닥 줏어들고 앞마당에 가마솥을 걸었다 된장 .고추장 ,고춧가루 .간장 등 상시로 준비된 양념들 금새 솥이 끓고 나면 단단한 육질의 토끼탕이 한솥 준비된다 댓병 뚜껑을 따 국그릇에 한잔씩 나눠 마시고 우석이 가이네 얘기 .태식이 가이네 큰가슴 얘기 들도 해대다 무료 해질쯤 악동들의 자금모으기가 시작 된다 태식이 오토바인 소리가 커서 젬병이다 대신 양계장 하는 우석이 아부지 징발이가 오늘의 운송 수단이다 계란 열판을 싣고도 끄떡없는 우석이네 징발이는 수박밭에 갈때도 깨밭에 갈때도 돼지 우리에 갈때도 악동들의 운송수단이 되주곤 했었다 동네 어귀의 깨밭이 오늘 목표다 어제 이미 사전 탐색을 해놓은지라 작업하긴 수월할 것이다 신속 정확 필요한건 스피드 .. 자전거를 한쪽 풀숲에 눕혀놓고 태식이와 우석인 길 가운데 앉아 얘기 나누는 척하며 망을 본다 현복이와 난 행동조 재빨리 밭으로 달려가 포장 펴고 세워진 깻단 20단쯤 털고 대강 싸들고 나오는데 10분이면 충분하다 그날밤 아지트 .. 아궁이에 불 넣고 달궈진 아랫목엔 선풍기로 죽정이를 골라낸 깨 알곡이 소복하다 한이틀 볕에 말리고 장날 들고나가 팔면 한되에 팔천원은 받는다 최소 열되정돈 모았으니 팔만원 그정도면 촌놈들 방학때 꼭 가보자던 서울 나들이도 충분하다 다음날 학교가는 태식이의 가방안엔 깨가 세되다 현복이도 우석이도 .. 수업시간 책을 거내면 책갈피에서 깨알이 쏟아진다 탱자나무 몸둥이로 머릿통 두어대 맞고 뿔이 날쯤 학교가 끝난다 부리나케 달려간 장터 거의 파장인 장터엔 요행 깨 사고 파는 아짐씨가 아직 남아있다 우리 오매가 지난번 장에 한되에 팔천원 받았었는디 육천원이 뭐다요 쫌 더 주씨요 깨가 마르지도 않고 안좋아서 더 못쳐준다는 아짐씨와 우석이의 밀고 당기는 거래가 끝나고 두녀석은 지름집 (방앗간 )으로 깨 팔러간 다른 두녀석과 함세 깨털이로 번 자금을 두고 히히닥 거리다 아지트로 돌아간다 우석이네 깨밭을 두번 털었으니 다음번엔 태식이네 깨밭을 털기로 했다 태식이네 토끼도 두번 잡아먹고 승연이네 돼지도 몰아다 꿔 먹었다 동네 동창녀인 미선이네 토끼 다섯마리 몰아다 잡아먹었다가 육상선수인 미선이 오빠에게 잡혀 뒈지게 얻어 터지기도 하고 .. 좁은 닭장에 닭털러 갔다가 현복이 아부지 기침소리에 다섯놈이 한꺼번에 달아나다 흙담을 무너트리기도 했다 (나중에 친구놈들이 모두 복구했지만 ) 며칠후면 현복이네 제사다 돼지머리 .떡시루 바깥에 내놓은 제사상도 아마 우리네 아지트에 저녁거리가 될것이다 그땐 그랬다 걸려도 터지면 그만이었던 시절 그때 그 악동들의 뼈와 살이 돼준 토끼 .닭. 돼지 .맴생이 (염소) .꿩 ..들에게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