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생각의 산란

기대하며 기다린다. 비 올까 바람 불까 빠진 게 없나 며칠 전부터 체크하고, 가끔은 미리 나가 물색도 살펴본다. 지극정성이다. 포인트의 바닥 상태와 수심을 체크하고, 발판은 앞이 높아야 하고 수평이 맞아야 하고, 앞받침대를 꽂으며 기대를 부풀리고, 낚싯대 절번은 비틀어 뽑고 원줄은 꼼꼼하게 살피고, 수심은 거듭거듭 확인하고, 담배 냄새 밸까 미끼는 왼손으로 만지고, 찌는 꼭 반목으로 노출하고, 기침 참고 불빛 조심하고 뒤척임도 자제한다. 다시 말하지만, 참 지극도 정성이다. 나의, 아니 우리의 오매불망 갈망은 처절히 외면 된다. 포기해도 되건만 우리는 미련을 놓지 못한다. 다시 또 기대하고 기다리고 기원하고 갈망한다. 고달픈 행위지만, 불평하지 않는다. 따라서 불만도 없다. 낚시. 우리는 낚시란 놈에게 낚였다. 우리는 낚시의 손바닥 위에서 파닥이고 있다. 완벽하게, 자발적으로. 소류지의 새벽이 철벅이고 있다. 그토록 겁 많던 놈들이 발 옆에서 몸을 뒤집고 있다. 목숨을 담보한 그들의 본능이 숭고하기까지 하다. 소류지를 울리던 산란 소리가 죽비처럼 내 가슴을 때렸다. 이 기대와 설렘의 반만큼이라도 그랬다면. 이 정성ㆍ기다림ㆍ집중ㆍ 받아드림의 십 분의 일이라도 그랬다면. 책임과 의무가 아니라 이렇게 기꺼이 자발적이었다면. 그랬다면. 그렇게 그 순간들을, 그 사람들을 대했다면. 그랬다면 나는 나를 사랑했을 텐데. 지난 날들에게, 이미 떠나고 없는 사람들에게, 메추리 알 같은 내 가족에게, 친구였던 사람들과 아직도 친구인 사람들에게, 연인이었던 사람들에게, 그리고 인연이었을지도 모를 그 많은 우연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해 정말 미안해 아니 죄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