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풍경

퇴근하고 집에 들어가면 자정까지 시간이 왜 그리 빨리 가는지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턱괴고 리모컨 돌리다 보면 금새 열두시인데 아내는 이리저리 걸레질을 해댑니다 커다란 궁둥이가 45인치 화면을 다 가려 오른손 스윙훅에 상대방이 나자빠진 장면을 놓치고 맙니다 욱 .. 하고 한마디 금방 나올뻔 한것을 겨우 목안으로 삼켜넣고 다시 집중 그사이 한바퀴를 돌고온 걸레질은 또다시 화면을 가립니다 코끼리궁둥이 .삼만평에 이어 몸매관리좀 해라 .. 다이어트 모르냐 .. 바깥에도 좀 나가라 .무신 밥을 그리 많이 먹냐 ... 은근슬쩍 올라온 것들을 잔소리로 내뱉고나니 좀 시원한것 같긴한데 금방 후회가 됩니다 대충 청소 못하는 성격을 아는지라 도와주지 못할망정 방해는 않해야 되는데 이미 내뱉은 말을 줏어담을수도 없어 후환이 걱정 됩니다 탁자에 엎드려 공부하던 딸아이는 눈치를 살살 해오는데 무딘 서방은 아내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지 않은채라 아직 분위기 파악전입니다 딸아이 눈짓에 슬쩍 아내 얼굴을 보니 입가에 물집이 잡혔습니다 아무것도 안하는것 같아도 집안일이 피곤한가 봅니다 그도 그럴것이 날마다 쓸고 닦고 빨래하고 ... 너무 깨끗해 불만인데 남의집 갔다 너무 지저분해 혼비백산 한후론 고맙다 생각했었습니다 가만 있을걸 ..괜히 코털 건드렸나 .. 복수는 늘 여자의 몫입니다 여잔 한번 되세김에 3년1095일동안 잘못한걸 다 떠올려 되새김합니다 이것저것 옷 꺼내놓고 옷마다 다 입고 던져놓은것부터 재작년 장인어른 병원 가실때 깜빡잊고 병원비용 도와드리지 않은일까지 .. 심지어 화장실에서 화장지 많이 쓰는것까지 시시콜콜 캐고 따지고 묻습니다 그래도 캐고 따지고 물을땐 괜챦은데 아내가 입다물면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아무리 사십대라지만 그래도 마눌 궁둥이라도 보듬고 자야 맘이 편한데 마눌이 분이 풀리지 않으면 뒷발에 채여 의분을 삭이고 자야 합니다 아빠 왜 그랬어 ..여자맘을 그리도 몰라? 아빤 목석이야 엄마가 아빠오시면 지저분한거 싫어한다고 청소하고 닦고 엄마 머리 다듬고 .. 근데 그것도 모르고 참 .. 아빠 큰일났어 어떻게좀 해봐 .. 딸아이 채근이 이어집니다 난감 .. 이눔의 주둥이 .. 주둥이를 쥐고 틀어비틀어도 줏어담을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연애땐 사슴목처럼 길고 가냘프다느니 .눈동자에 빠져 헤엄치겠다느니 어쩜 그리 깨끗한 성격을 갖어다느니 .. 설탕에 잰 무화과처럼 달콤한 말만 해댓다가 살다가 푸짐해진 마눌보고 삼만평이니 .집도 짓겠다느니 망발을 해댓으니 .. 연애적 사진 꺼내놓고 그땐 참이뻣느니 ..어쨋느니 해봤자 이미 떨어진 홍시고 지나간 버스입니다 내일 아침 먹다남은 시금치국 또 안먹으려면 어떻게든 풀어줘야 하는데 방법이 생각나질 않습니다 침실의 공포는 다가오고 .. 그러나 여기까지 보신 여러분이 기대하신 결과와는 달리 다음날 아침 새밥에 새 반찬에 밥 잘 먹었습니다 비결이 뭐냐구요 토라진 여자맘을 몸으로 푸는건 제일 하수입니다 그리고 사십대쟎아요 100미터 달리기도 힘든 .. 팔다리 주물러도 주고 .안마도 해주고 그리고 마눌이 감동할만한 결정적인 한마디 ...했습니다 당신이 너무 피곤해서 물집 잡혔는데 그 물집 내가 가져갈께 ... 그리고 아침 마눌은 왼쪽 입술에 서방은 오른쪽 입술에 보기좋게 잡힌 물집을 딸아이가 요상스레 쳐다 봅니다 뭐 ..임마 요상시리 보고 그래 그래 임마 엄마랑 아빠랑 어제밤 뽀뽀했다 우짤레 .. 목숨 부지하기 힘듭니다 요즘 이래 삽니다 정말 뽀뽀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