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괴기 사 묵겄제....

고향에서 봄맞이 이것 저것 일을 마무리 하고 느지막한 점심 때 옛 국민학교를 갔습니다. 왜 갔냐구요? “훌륭한 사람은 모교를 한번씩 방문 한다”는 이유랑은 전혀 상관 없이 그냥 밥 먹으러요. 사실 모교가 한우 전문 식당으로 바뀌었거든요. 두 동의 교사, 흔적만 남은 옛 사택. 그 중의 한 동은 식당으로 사용 되고 한 동은 흉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옛 것이라곤 겨드랑이에 책보를 차고 있는 빛 바랜 이 승복 어린이 동상뿐. 옛 교실 칠판은 횟 감 껍질 벗기듯이 드러나 있고 초 칠로 늘 반들 반들 하던 교실 바닥은 곳곳에 구멍이--- 그리고 그 구멍 사이론 칡넝쿨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5개 부락, 전교생이라곤 백 오십 명 남짓 .. 한 학년에 무조건 한 반,,, 졸업 후 10년도 되지 않아 분교가 되었고 그 얼마 후 폐교가 되었습니다. 2014년 2월 16일 동무들의 재잘거림이 모두 사라져 버린 옛 학교 교무실 식당칸에서, 전직 애향반 반장 소풍은 서리 꽃 같은 마블링 등심을 꾸역 꾸역 밀어 넣었습니다. “핵교 가마 머하노 ? 소괴기 사 묵겄제.” 표지 포함 딸랑 4페이지의 졸업 앨범 같은 동네 친구들(이미 둘이나 귀천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