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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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친구따라 낚시가기(투)

안동어뱅이 IP : d63f2a507b317f1 날짜 : 2003-08-06 18:40 조회 : 2417 본문+댓글추천 : 0

"너거 끼리 다 자 무라!!! 난 안 간다!!!"

어젯밤에 이렇게 큰소리를 쳤다.
오늘은 마누라 오니까 진짜 온천에 가야지.

퇴근시간이다.
또 전화가 왔다.
"형님요, 은천지 물 때깔이 뿌연기 쥑이니더. 바람도 슬렁~슬렁 불어오고 시~원하고 존니더. 지금 막 텐트 치고 닭고기 꾸버 묵니더. 올라머 오고 말라머 마소."
사람 꼬시는 것도 여러 가지다.
"아랏따!!!."

마누라 휴대폰을 때리니 지금쯤 영천을 통과하는 중이란다.
"내가 지금 낚시를 가는데 집에 혼자 있어. 금방 올테니까."
"낚시꾼이 우찌 금방 온다요. 그라머 밤 세우고 오소."
진담인지 악담인지 구별이 안 된다.
목소리 강도로 봐서는 진담 같기도 하다.
'모리겠다. 우선 가고 보는 거다.'

부르릉! 끽!
벌써 다 왔다. 20분밖에 안 걸렸다.
닭고기를 먹다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착한 사람들!
오늘은 2명을 더 데리고 와서 모두가 5명이다.
마음이 급하다.
소주한잔 마시고 닭고기 한 점을 입에 물고 사냥개처럼 터를 찾아 나선다.

좌측 포인터에 마름이 드문드문 있고 수심을 재니 미터에서 조금 더 나온다.
'음 오늘은 명당을 잡았군.'
재빨리 6대를 펴고 밑밥을 치고 메주콩을 달아서 던져 놓고,
옆에다 1대를 펴서 떡밥으로 놈들이 있나 없나 한번 불러보니 도무지 대답을 않는다.
'날씨가 더우니 좀 있으면 나오겠지.'

9시경 저녁을 먹는다.
역시 야외에서는 직접 해서 먹는 것이 제 맛이다.
닭고기와 함께 배부르게 먹고 다시 자리로 간다.
울산서 오신 부부가 차 위에 온통 모기장을 뒤집어 씌어 놓고 떡밥으로 4대를 폈건만 입질이 없단다,
'음, 요즘은 날씨가 더우니 새벽에 입질이 오겠지.'

마누라 걱정이 되어서 집에 전화를 하니,
"오늘은 친구가 놀러와서 같이 있으니까 밤 세우고 오소."
역시 꾼의 마누라는 뭐가 달라도 다르다.
"그래 오늘은 4짜를 잡아서 갈테니 기다려!"

열심히 찌를 노려보건만 눈에서 눈물만 난다.
'그래, 오늘은 새벽을 노리자!
피로를 풀어야 되기에 차에 들어가서 세상 모르게 잠을 잤다.
눈을 뜨니 새벽 4시, 조금만 더 자자.
다시 일어나니 5시, 이제는 본격적으로 쪼우자.
자리로 가 보니 낚시대가 온통 엉망진창이다.
3대가 입질을 했는데 튼튼하게 꽂아 둔 뒷꽂이가 비스듬히 누웠다.
'이건 분명히 4짜의 입질이다.'

대를 당기니 마름이 줄줄 달려나와 포인터는 엉망이 되고,
엉킨대를 정리하니 30분이 걸린다.
언킨대를 버려 두고 다른 대를 펴야 했는데....

새로 마음을 가다듬고 찌를 노려보지만 꼼짝하는 법이 없다.
먼 산에서 뻐꾸기만 울어댄다.
뻐꾸기는 여름에도 우는가?
코스모스는 여름에도 피는가?
계절의 감각을 잃었는지.......
세상이 하도 뒤숭숭하니 식물인들 동물인들 정신을 차리겠나?

울산서 오신 분까지 6명이 피라미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
아니 챔질을 한번도 하지 못했다.
6시, 대를 접으며 또 한마디한다.
"여기는 누가 가자고 그랬어?!!!! 다시는 안 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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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수파 03-08-06 19:08 IP : 60ddd5f9dd00543
그래요 누가 누가 캐봐도 나 때문인 걸!
참 글 솜씨 하나는 끝내주는구먼.
언제 봐도 재밌지유.

낚시하시는 걸 보면 건강은 좋은게지요.
계절 감각 잊어버린지는 오래지요?

그래도 이제는 조심도 해야지요.
연세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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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트레일러 03-08-06 22:34 IP : 60ddd5f9dd00543
헤헤^^*
안녕 하세요.꾸벅
고기 나올시간대는 주무시고(나하고 똑 같네)
못 탓만하네요.헤헤
담번엔 초저녁에 잠깐 주무시고 새벽시간때을 노려 보세요
잘 되면 제 덕임다.
월~~~~~~~~~~~~~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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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낚시꾼과선녀 03-08-07 09:21 IP : 60ddd5f9dd00543
월욜부터 연짝 술 입니다.
오늘은 조금만 마셔야 하는데 월척님들이 좀 도와주실련지...
엊그제 의사나리가 적당하게 경고를 주었는데...
아직 살만한가 봅니다.
어뱅이님!
친구따라 강남가...참,아니지 낚시가기...재미있어집니다.
몇탄쯤 워리 아님 4짜 등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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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어뱅이 03-08-07 10:36 IP : 60ddd5f9dd00543
수파님!
건강하시지요? 물가에서 또 소주 한잔 해야지요.

트레일러님!
새벽에 나올 것으로 생각을 했는데, 이놈들이 2시경 다녀간 모양입니다.
다음부터는 한잠도 안자고 버티겠습니다.

낚선님! (이름이 길어서...)
월요일 술을 마시면 일주일 내내 마시게 됩니다.
그래서 어뱅이는 월요일은 무조건 쉬는 날로...
워리를 만나면 다시 조행기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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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워리 03-08-07 13:50 IP : 60ddd5f9dd00543
어뱅이님이나 지나 고기 잡기는 글렀어요..
맛있는거 먹고 앉아 놀기 좋아 하고.. 맑은공기 마시며 자는걸 좋아 하고..떡치기 좋아 하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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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사 03-08-07 16:28 IP : 60ddd5f9dd00543
혹시나하며 갔다가
역시나하며 오는게
우리 꾼들이 아닌가함니다.
그래도 어쩔때는 한번씩
아주 가끔 한번씩 대구리를 안겨줄때도 있으니까
자꾸만 혹시나하면서 가방을 둘러메고 갑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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