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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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어느 소류지에서

고기가시 IP : 85c1e2437316087 날짜 : 2002-10-02 20:39 조회 : 4161 본문+댓글추천 : 0

항상 님들의 글만 보고 대리 만족을 하고 있자니 너무 염치가 없는 같아
망서림 끝에 저의 조행기를 적어 봅니다. 너그러히 봐 주십시오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요일이다. 낚시갈 약속은 해 놓은 상태인데
부부 계모임이 있는 날이다. 어떻게 빠져 나갈 방법이 없을까 궁리
타가 "오늘 숙직이다"하고 17시30분경 집을 나서는데 뒷 통수가
근질근질하다(물론 그 전날 밤낚시 준비물은 미리 차안에 모셔
두었음)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아무래도 집사람이 눈치를 챈 느낌이다.

그러나, 그런 마음도 잠시 뿐 마음은 못가에 가 있다.
항상 함께 출조하는 윤형의 공장에 도착하여 먹을것과 미끼를 준비하고
18시30에 출발하였다. 퇴근길이라 차는 막히고 마음은 급하다.

20시경에 하양읍에 있는 소류지(약 1천평 : 이름모름)의 상류 산 중턱에
차를 세우고 10분 가량을 걸어 못에 도착했다.
이 못은 오염원이 없는 청정지역으로 작년 늦 가을에 새우를 미끼로
크지는 않치만 7치 정도의 고른 씨알로 손맛을 본곳으로 항상 대어를
잡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같게하는 곳이다.

저번 비로 못은 앉을자리도 없을 정도로 만수위이다. 그 동안
사람들이 별로 오지 않았는지 수초가 가득하고 던질자리도
마땅잖다. 할수없이 그나마 찌가 들어가는 자리를 찾아 수초에
붙여 찌를 맞추니 수심이 2미터가 넘게 나온다.
3.3대,3.0대,2.6대,2.3대,1.9대를 편성하고 새우망을 던져 놓았다.

새우를 잡을 동안 오늘의 조황에 대하여 나름대로 기대감을 서로
이야기 하면서 라면과 막걸리로 민생고를 해결하니 21시쯤 되었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낚시로 돌입한다.
새우망을 보니 작은 것에서부터 큰것까지 한주먹 가득하다.
이만하면 미끼는 최상급이다. 5대에 탄알을 장전하고 느긋하게
의자에 기대니, 그제서야 못 주위의 풍경과 못 전체의 윤곽이
눈에 들어오면서 포만감과 행복감이 젖어든다.

그런데, 전혀 입질이 없다. 작년에는 20시부터 무 차별로 입질이
있었는데.. 역시 조금 이른 것인가?!
옆에 있는 윤형은 가끔 심심잖게 잡아내고 있지만, 씨알은 7치를
넘지 못한다. 24시를 넘어도 입질이 없다. 오늘도 누렇게 뜨는구나

고요한 못에 사랑의 볼레로가 울린다. 오라는 입질은 아니오고
집사람의 입질이 왔다. 집사람 왈 "아까 잔화 했는데 왜 안 받아요"
"산속이라 통화가 일시적으로 안된 것이 겠지"라고 무심코 말하고 나니
"아차!"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라 다를까 "당신 그기 낚시터지"
닥달을 한다.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고 거창하게 저녁을 사기로
하는선에서 사태를 수습했다. 언제 이런 눈치 안보고 마음껏 낚시할
날이 올라나.. 에구

팔공산 너머에는 비가 오는지 번개와 천둥이 치고 있다.
그 소리가 점점 까까이 들리더니 결국 비가온다. 한 10분 정도
소나기성 비가 오더니 그친다. 다행이 아닐수 없다.

지루하니 잠이 쏟아진다. 비몽사몽간에 3.3칸대의 찌가 솟구치는 것이
보인다. 반사적으로 챔질. 6치다. 6치인데도 불구하고 힘이 장사다.
그후 2시경에 7치를 한마리 추가하고는 다시 잠잠하다.

잠도 오고 어깨도 쑤신다. 내가 왜 이러고 있는가 싶다.
닭 우는 소리와 함께 4시경, 3.3칸대의 찌가 2마디쯤 올리더니 주춤,
다시 한마디 올린다. 순간, 큰놈일거라는 예감이다. '그래, 천천이
씹어라' 그러나 10초후 원위치 복귀다. 실망~

5분후, 3.3칸대에서 다시 서서히 찌가 떠오른다. 환상 그 자체다.
이맛에 새우낚시를 한다. 60센티의 찌가 다 올라가고 더 이상 올라갈
수가 없어 망설일때, 챔질. 저항이 대단하다 옆의 수초로 머리를 쳐
밖지만 외바늘이라 걱정없다. 지긋이 당기니 수초를 뒤집어 쓰고
딸려온다. 때갈 좋은 8치다. 그후 잔쟁이로 몇수 더 하고는 끝이다.
옆의 윤형은 10여수 했지만 모두 잔쟁이다.

해가 뜨면 안되는 못이라 6시경에 대를 접고 차 있는곳으로 오르막을
오르니 힘겹다. 조황이 좋은날은 힘도 적게 드는 것 같은데 오늘같이
몰황일때는 힘이 배로 드는 법이다. 다시는 오고 싶은 생각이 없어
진다. 이 무슨 고생인가?

차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어제 저녁에 수초에서 꿈틀대든 놈이 분명
대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어느덧 다음 토요일에 다시 한번 도전
하고 싶은 마음인 것은 웬일일까?
이것도 병이라면 병일 것이다.

-이상 지난 토요일 조행기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신데 감사드리며
항상 어복이 충만 하시길.......
추천 2

1등! 잉어 02-10-03 08:46 IP : 60ddd5f9dd00543
글씨를 양념을 쳐가면서 마싯게 잘쓰시는 구만요..
추천 0

2등! 동화 02-10-03 22:50 IP : 60ddd5f9dd00543
글 잘 읽엇습니다,허나 요센 제 경험으로 가을이 깊어갈 수록 오전8시에서10시께에 늦깍이 대물낚일 듯..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