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 화보조행기 - 작품조행기와 습작조행기가 화보조행기로 통합되었습니다(19.10.11)
· 동영상 조행기는 동영상 게시판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화보조행기] 살림망 안에 붕어가 없는 이유는?

탈퇴한회원 IP : 11c64228492000c 날짜 : 2002-11-12 22:30 조회 : 5496 본문+댓글추천 : 0

아!
낚수를 갔다 왔으니 조행기를 쓰긴 써야겠는데 막상 쓰려니 이것도 일이다.
사구칠이나 하나 땡겼으면 상황이 달라졌을텐데 안 봐도 뻔한 조행기를
또 올리자니 이것도 참 넘사스러운 일이다. 쩝!
그렇다고 그냥 버팅기자니 혹시나 직접 출조할 형편은 안되고 그마나
넘의 조행기로 대신 위안을 삼으려는 분들이 계실까 염려되어 그러지도
못 하겠고...
하이고 이것 참 죽갔다.
하긴 뭐 이젠 이짓도 마지막이 될 터인데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생각으로 또 써봐야겠다.
 
좌우지장지지간에 날씨가 협조를 안 해주는데야 제 아무리 열혈남아 골수
대물낚시꾼인 나인들 어쩔 도리가 없다.
에혀~~

지난 토요일 9시 경에 출발해서 12시 쯤 대구형님댁에 도착하였다.
아마 낚수갈 준비 다 해놓고 내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계시겠지 생각했는데
막상 도착해서 보니 이게 뭐여....
낚수갈 준비는 안 하고 엠피쓰뤼 굽느라고 정신이 없네 구랴.
아이고 이게 뭔일이랴?

"형님, 빨리 가야죠"
"야야...조금만 있어 봐라, 이거 마저 굽고 좀 있다가 밥이나 먹고 가야지"
"오늘 날씨가 좋아서 서너시 정도면 입질할 것 같은데..."

나랑 증세가 거의 용호상박, 용쟁호투하는 격인 형님이 오늘은 웬일일까?
놀라운지고....

바람은 다소 불지만 근자에 보기 드문 좋은 날씨에 이렇듯 형님이 만만디를
외치고 있으니 성질 급한 넘 애가 탄다. 

"야! 날씨 좋다. 우와! 저 하늘 좀 봐 구름이 하나도 없네?
어라, 이젠 바람도 자는구만."
온갖 수사를 동원해서 전혀 예기치 못한 이 엄청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우회작전을 시도하였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형님이 움직이려고 한다.
"그래, 나 얼른 옷 갈아 입고 나올께. 갈 준비하자" 
그럼 그렇지....

서둘러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청통의 새미골못으로 출발.
참, 원래 목적지는 문경의 우본지였으나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사일못 근처
새미골못으로 변경함.
마침 형님이 이곳 지리를 알고 있는 터라 딴데로 새지 않고 한 번에 잘 찾아왔다.
오, 용하기도 하지.^^
제방에 다다라 상류를 바라보니 우와...
부들이 쫘악 깔린 게 옳다꾸나 싶다.
상류에 도착해서 보니 가장자리는 부들밭이요 그 우측으로는 연밭이다.
이야호~~~
비록 다 삭아서 줄기만 앙상하게 남은 연밭이지만 그 사이로 대물이 슬금슬금
기어 나올 것만 같다.
군데군데 낚시자리가 잘 닦여 있다.
그 중 한 자리를 골라서 대편성을 하였다.
형님은 건너편 산밑 자리나 상류 수초 없는 쪽에 대를 펴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러나 따로 떨어져 있기도 그렇고 해서 결국 내 옆에 자릴 잡으려 했지만
이미 그 자리는 먼저 오신 조사님이 앉아 계신다.
혹시 또 주위에 괜찮은 데가 있나 싶어 여기저기 둘러보았지만 마땅한 데가
없다.
할 수 없이 형님은 이 분이 철수할 때 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새로 수리한 대에
줄을 매면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동안 나는 부지런히 대편성을 하였다.
밤새 안 얼어죽으려고 옷을 얼마나 많이 껴입었는 지 조금 있으니까 
더워서 땀이 날 지경이다.
하늘엔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다만 바람이 좀 세게 분다.
연밭 주위로 바짝 붙여 부채살 모양으로 대를 편성했는데 어쩌다가 9대나
펴게 됐다. 아직까진 8대가 최고였는데 이렇게 해서 또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나저나 나는 이미 대편성을 끝내고 미끼까지 달아서 던져놨지만
형님은 아직 자리가 나질 않아서 대를 못 펴고 있다.
이거 참 낭패로다. 어두워지기 전에 대편성을 끝내야 하는데...

이런 속사정을 알기라도 하신 듯 옆조사님께서 흔쾌히 자릴 내주시고 철수하신다.
아이고, 고마우셔라...^^
낚시하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서성거리면 정말 부담스럽지 않은가?
이것 참 본의 아니게 죄송한 마음이 든다.

형님이 대편성을 모두 끝내자 서서히 해가 넘어가면서 어둠이 몰려온다.
때맞춰, 간간히 불던 바람도 잔다.
이제 케미도 꽂아놨으니 모든 준비가 끝난 셈이다.
또한 하루종일 햇볕이 들었으니 수온도 좀 올랐을 거란 생각이 들고
오늘은 정말 큰일 낼 것 같은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러나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찌불은 꿈쩍도 않는다.
혹시나 싶어 물에 손을 대보니 웬걸 무지 차다.
에이구...
낮에 계속해서 불던 바람이 웬수다.

밤 열두 시가 넘어 새벽 한 시가 다 되간다.
결국 안되겠던 지 형님은 좀 주무시겠다고 한다.
아무래도 불편한 의자 탓에 계속 버틸 수가 없는 모양이다.
나는 조금 더 버텨 보기로 하고 계속 찌불의 움직임을 살폈지만 미동도 않는다.
난로 위로 모포를 덮고 있으니 따뜻한 게 자꾸 졸립다.
비몽사몽 꾸벅꾸벅 졸다보니 어느새 닭 홰치는 소리가 들린다.
꼬꼬댁 소리에 정신이 퍼뜩 든다.

"아직 입질 없냐?"
잠에서 깨어난 형님이 차 밖으로 나오면서 묻는다.
"네, 아직요. 이제 곧 나오겠죠"
아침이 되니 저수지 전역에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저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듯 하더니 이윽고 내 앞쪽 조그만 공간에까지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여덟시 쯤 되었을까.
제일 왼쪽 2.4칸 대의 찌가 살짝 올라온다.
온 신경을 곤두 세워 쳐다보니 계속해서 꾸물꾸물 올라온다.
비록 짧은 대지만 두손으로 움켜쥐고 힘껏 잡아챘다.
빈바늘이 아니길...

좀 힘을 쓰는 것 같은데 언뜻 보니 배스 같아 보인다.
어라, 여기도 배스가 있나?
철퍽거리는 소리를 들었는 지 형님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선 이쪽으로
달려온다.
물 밖으로 꺼내서 보니 20cm 쯤 되는 붕어인데 빵이 엄청나다.

바로 주둥이 검사 실시.
그런데 이놈이 입을 꽉 다물고 주둥이를 안 보여주려고 한다.
어 이놈 보게.
그렇다고 포기할 우린가.
기어이 형님이 놈의 입을 벌리는데 성공하였다.
주둥이를 확인한 형과 나는 서로 마주보며 낄낄낄 웃을 수 밖에.....
크하하하....

놈을 한 켠에 눕혀놓고 살림망을 꺼냈다.
밤새 얼마나 추웠는 지 살림망이 꽁꽁 얼어붙어 있다.
제대로 말리지 않고 그냥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물을 묻히니 금새 다 풀어져서 제 모양을 갖춘다.
뒤꽂이 하나를 꺼내 살림망을 걸어 놓고 얼른 자리에 앉아서 다음 놈을
기다렸다.

한참 이러고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그런다.
"밤낚시 했능교? 야, 빵 좋네!"
"네?"
아니 살림망에 들어 있는 붕어가 저 사람 눈에는 보인단 말인가?
더군다나 물색이 탁해서 살림망 속의 붕어가 전혀 안 보일텐데.... 놀라워라!

누군가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전형적인 대물꾼 복장의 조사님이 서 계신다.
"고기는 왜 꺼내놨능교?"
"네?"
어이쿠 맙소사.
붕어가 왜 저기에 있지?
아까 살림망이 얼어 있어서 그거 편다고 신경쓰다가 결국 빈 살림망만
걸어놓고 붕어는 안 넣은 게 아닌가?
아, 이런 일이....
밤새 한 마리 걸어내더니 너무 기분이 좋았나보다.

날이 밝자 갑자기 또 바람이 거세게 불기 시작한다.
막 시작되려던 입질도 끊긴 것 같다.
아! 이놈의 웬수 같은 바람아 제발 좀 멈추어다오.
물결이 마구 일어서 찌 쳐다보기가 어렵다.
햇살은 따뜻한데 바람이 부니까 조금 춥다.
다시 또 모포를 덮고 앉아 있으니 스르르 눈이 감긴다.
밤에 서울 올라갈 일을 대비해서 틈틈히 자둘 필요가 있다.

내가 눈 뜨고 있으면 형님이 졸고 형님이 눈 뜨고 있으면 내가 졸면서
우린 이렇게 해 넘어갈 때 까지 낚시를 하는둥마는둥 잠만 잔 것 같다.
또 다시 어둠이 찾아오고 두어 시간 더 지키고 앉아봤지만
깔짝거리는 찌올림 한두 번 뿐 찌는 움직이질 않았다.

에이고...
이번이 올해의 마지막 출조일 것 같은데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구나 싶다.
결국 7시 경에 대를 접으면서 형님과 난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이번이 마지막이겠죠?"
"몰라, 주중에 계속해서 날씨가 좋고 그게 주말까지 이어진다면 모를까
 이게 마지막이겠지"
...........

아쉬움을 남긴 채 이렇게 우리 두 초보형제의 멀고도 험한 대구경북지방
대물낚시는 이렇게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성원해 주신 모든 선후배 조사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는 사구칠이와 함께 하는 조행기를 올려드릴 수 있겠지요? 
추천 1

1등! 물사랑 02-11-13 10:18 IP : 60ddd5f9dd00543
뚝새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친절하고 재밌는 조행기로 무뚝뚝한 경상도 팬을 많이도 확보 하셨는데
마지막 조행기 였군요.

(또 함 꼬셔볼까??)
경남일원에 거미줄처럼 얽힌 수로와 사이사이의 늪지에선
겨울내내 물낚시가 가능 하지요.
지렁이도 좋고
한껏 실력자랑 할 떡치기도 좋고...

햇볕 따사로운 갈대밭 사이에 앉아서 땡겨내는 겨울 수로붕어는
평균 7치가 넘어서지요.
땡기시면 형님과 잘 의논 해보시지요....
추천 0

2등! 설촌넘 02-11-13 10:32 IP : 60ddd5f9dd00543
역시 뚝새님이십니다...

저도 사실 다녀는 왔지만...
조과가 없어서...글고 무진장 추운 밤만 낚다 와서....
마눌님도 힘겨워 하고...

조행길 못 올렸습니다...

뚝새님 멜 어드레스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설 조사분이랑... 언제 함 기회가 된다면...
제 멜은 ekmoon@grapecomm.co.kr 입니다...

물사랑님도 글로나마 반갑습니다...
즐낚하시기 바랍니다...

글고 출조 때 도와주신 붕새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너무 늦게 인사드립니다...
추천 0

3등! 뚝새 02-11-14 11:56 IP : 60ddd5f9dd00543
물사랑님!
이제 좀 쉴까 했더니 또 슬슬 꼬시는군요..^^
오! 하늘이시여..
어쩌자고 저를 이런 시험에 들게 하시나이까?
에구구구구..
말씀을 듣고 보니 이제는 또 수로를 파볼까 하는 생각이 저 밑바닥에서 부터
불끈 솟아오르는데 이것 참 큰일입니다.
폐가망신에 쪽박 차고 거리에 나 앉으면 물사랑님이 거두어 주세요...
아흐흐흐흐흑...

설촌넘님!
역시 예상대로 또 다녀오셨군요..ㅋㅋㅋ
추운밤만 낚고 오셨다니 동병상련의 처지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크흐흑..
형님이 또 국우터널 어디론가 저를 꼬셔서 출조하려고 하는데
참으로 붕어에 눈이 먼 형제지요? 에혀~~~
제 멜 주소는 forktpia@kt.co.kr 입니다.

언제고 꼭 한번 물가에서 만나뵐 수 있길 바랍니다.
설조사들 만세~~~~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