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문득 눈을 떠 보니 아이쿠야 이게 뭐야.
3시 반을 가리켜야 할 시계가 6시 반을 가리키고 있는 게 아닌가.
아~~~
클났다 클났어.
새물찬스님과 아침에 문경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새해 첫 출조부터 지각이라니....

대충 씻고 옷 갈아입고 집을 나서니 7시다.
이른 아침의 상쾌한 공기가 어슴프레한 새벽을 열어제낀다.
집에서 문경까지는 대략 200km 정도, 빨라야 9시 쯤 도착할 것 같다.

약속 시간에 늦은 죄로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자판기 커피 한 잔 마시는 즐거움도
마다하고 그저 돌격 앞으로만 외칠 뿐......
장거리 출조에서의 즐거움 중 하나가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자판기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얼마나 좋은 지.....

예정대로라면 새물찬스님과 만나서 부들밭을 비롯해 몇 군데 장소를 탐색해본 후 그 중
한 군데에 대를 펼 생각이었으나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된 상태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

참, 아침 출조길에 물사랑님의 전화를 받았다.
이런저런 준비물에 대해 물어보는데 아무래도 이 뚝새가 영 미덥지 못한 모양이다.
대물꾼은 못 믿겠지만 새물찬스님이 있으니까 좀 안심이 된다나 어쩐다나...
오!
이런 대물꾼 체통 안 서는 일이 있나. 쩝!
얼른 사구칠을 땡겨서리 화보조행기에 올려삐면 대물꾼으로 인정해줄꺼나....
4호 원줄에 케블러 목줄 3호와 감성돔 3~4호 바늘, 5호 바늘도 구비 되어 있다.
게다가 낚싯대가 25대 정도, 대선이 10개를 비롯한 기타 잡다한 찌가 30개가 넘고 지롱이와 메주콩 정도의 미끼를 갖추고 난로와 모포, 텐트까정 준비했다면 이야말로 대물꾼 채비요
대물꾼이 아니고 그 무엇이란 말인가?
아! 슬프다.

9시 8분.
드디어 회룡지에 도착.
관리소 앞에 서서 저수지를 살펴보니 최상류에서 관리소 우측까지는 아직 얼음으로 뒤덮혀 있는 가운데 관리소 앞쪽 중앙부에 얼음낚시 하시는 분들이 몇 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아직 많은 부분이 얼음판이다.
관리소 우측 간이화장실이 있는 그 부분에서야 겨우 물낚시가 가능한 정도.
썩 내키지는 않지만 이 시간에 다른 곳으로 옮기기도 그렇고 해서 직벽 부근에
대를 편성하기로 하고 바삐 걸어 이동하였다.

절벽쪽으로는 내가 자리하고 왼쪽편으로 새물찬스님이 자릴 잡았다.
"새물찬스님 어느쪽에 앉으실래요? 혹시라도 자리탓 하시면 안 됩니다."
"뚝새님 좋을대로 앉으세요. 마 우린 그런 거 없습니다."

햇살이 얼마나 좋은 지 두꺼운 잠바를 입지 않아도 될 정도이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푸른 물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작년 한해 형님과 함께 한 순간들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간다.
지금 옆에 계신 새물찬스님이 앉은 자리에 형님이 앉았었는데....
기대에 부푼 회룡지 첫출조에서 무덤 앞에 자리잡고 앉아 밤새 폭우와 함께한 때부터
마지막 물낚시까지 우리 형제는 그렇게 줄기차게 회룡지를 찾았었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