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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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흩날리는 꽃바람 속에 봄날은 간다.(식목일 연휴 조행기)2

입질!기다림. IP : 45965cbc53147a8 날짜 : 2003-04-09 18:41 조회 : 2592 본문+댓글추천 : 0

다리 교각 근처라서 수심이 꽤 깊이 나온다.
"커피 한잔하자."
아내는 봉지를 풀어 커피를 따르면서
"건빵으로 식사부터 하고 커피를 마시지."
"아니야. 아침부터 마른 식사는 안 할란다."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담배 한 대를 빼 물었다.
구수한 냄새와 맛이 죽인다.
그런데 금연이 어쩌고저쩌고 우이쉬......
입질은 없다.
40여분의 시간이 흘러갔다.
아내는 낚싯대를 들고는 또 순행을 시작한다.
"밑에 고기가 없는 모양이다. 내 한 바퀴 돌아보고 올게."
담배를 꺼내 불을 다시 붙이는데
"금방 피웠잖아. 이 공기 좋은데 나와 자꾸 오염시켜요?"
낚싯대를 들고 가는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오늘 입질이 없으면 애로사항이 많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다리는 입질은 없고 담배를 피우며 어제 꽝 조사들을 생각했다.
한 선수는 오늘 아침에 모친 산소에 간다고 했었고, 그럼 한 선수에게 전화를 해서
중계 방송을 하며 뻥을 좀 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번호를 눌러 나갔다.
신호음이 들리더니 여자가 무엇이라고 궁시렁거린다.
'전화기가 꺼져 있어 어쩌고저쩌고....'
그 순간 중간 대에 붙은 모양이다.
찌 끝이 꼼지락거린다.
전투식량을 들고 아침부터 달려온 성의를 봐서라도 한번 서서히 밀어 올려다오.
이건 내 입장의 요망사항으로 눈에 힘을 주고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한 바퀴 순행을 한 선수가 낚싯대를 들고 곁으로 다가온다.
"왜? 잘 안 되던 모양이지?"
"입질 한번 받긴 받았는데, 지렁이만 빼먹고 도망가 버렸다. 내 밥 좀 꿰어 줘요."
"에이, 지렁이는 안 문다니까."
"내가 먹을 것 챙기려면 지저분하잖아요. 처음 만진 사람이 끝까지 만져야지."
바늘을 쥐고 지렁이를 달다가
"여기는 수심이 깊어 여름에는 되겠지만 봄에는 좋은 자리가 아니다. 이사 옮기자."
가방을 대충 정리해서 보따리를 싸서 짊어지고 피난 가는 것처럼 하류로 이동을 했다.
본류와 연결되어 있고 바람이 불어도 지장이 없을 것 같은 굴곡진 자리를 발견하고
안착을 했다.
"우와! 명당이 따로 없다. 여기가 바로 명당이다."
"낚아 봐야 알지 뭐."
"사람이 기대를 가져야 하는 게야."
세 칸 반대는 지류와 본류의 경계점에 길게 투척을 하고, 나머지 두 대는 지류의 물 유입 부와 수초 가에 안착을 시켰다.
배꼽시계라더니 시장기보다는 늘 먹던 시간대에 먹지 않아 허전한 느낌이 들어 마른 건빵을 우적거리며 씹었다.
"물 좀 마시고 먹지요?"
"어, 당신꺼 입질 온데이."
챔질을 하더니
"당신 건빵 먹는 것 보다가 늦어 버렸다."
이사를 옮긴 후 30여분이 지나가자 가끔 입질 구경은 할 수 있었다.
세 칸 반대 찌가 올라오며 환상적으로 기어가는 게 보였다.
아싸! 챔질!!
아! 기쁨에 겨운 이 감격!!
붕순이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구나.
한 마리를 걸었는데 이놈이 쏜살같이 옆으로 째고 있었다.
"우와!  손맛 정말 죽인다."
"당신 첫판에 월척 낚은 것 아니가?"
바늘을 빼며 보니 정확하게 위턱에 걸려 있었고, 손 뼘으로 길이를 재어보니 8치 정도였다.
아직 강에는 산란을 하지 않아서 붕어의 배가 빵빵하다.
유입구 쪽에 던진 대가 한눈을 살피는 동안 솟아올랐다가 잠수를 해서 초릿대 끝이 물 속으로 딸려 들어가고 있었다.
잽싸게 챔질을 했다.
낚싯대 끝이 휘어진다.
낚싯줄이 우측으로 당겨지며 거울같이 조용한 수면을 가르고 있었다.
"어! 당신 아까 낚은 것 보다 훨씬 큰 모양이다. 당겨 오지를 않네. ○○아빠 오늘 혼자
손맛 다 본다. 좋겠다."
"어, 이것 봐라. 두 마리 같이 물고 나온다."
다섯 치와 세 치 사이즈가 동시에 물고 늘어졌나 보다.
아내는 낚싯대를 걷어 던져 놓은 위치를 다시 수정을 하면서
"전에 같이 갔을 때는 내가 여덟 마리 잡을 동안 당신은 한 마리도 못 잡았잖아.
그런데 오늘 보니 확실히 당신이 잘한다."
"왜? 자리 좀 바꿔줄까?"
"아니 괜찮다. 안 되는 날은 자리 바꿔도 안 된다."
연달아 네 마리를 걸어내고 담배를 빼물었다.
아내는 방향을 다시 바꾸다가
"당신은 스트레스 받아 담배를 피운다 했는데, 오늘 보니까 그게 아닌 것 같다.
즐거워도 담배를 연달아 피우네......"
이것은 담배만이 아닌 열 받아서 내게 짜증을 부린다는 게 완연하다.
"지금 당신은 입질이 없어 약발 받은 게 틀림없지?"
"아니 입질 안 온다고 뭐 화나고 약발 받을 게 있나. 다 당신 건강 때문이지."
잠시의 소강 상태가 있고 난 뒤 입질은 계속 오고 있었다.
두서너 번은 헛챔질을 했다.
여덟 마리쯤 잡았을 때 보니까 아내는 좀 열 받아 있는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난 열심히 빌었다.
"붕어 나리! 제발 내 것만 물지 말고 마누라 낚싯대도 입질 한번 하여 주십시오. 애타게 비 옵니다. 잘못하면 이 몸은 나리의 불찰 때문에 괴롭게 될 수도 있사옵니다."
정말 비는 게 효험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내의 낚싯대에 입질이 들어오고,
화가 난 조사가 챔질을 한다.
"드디어 나도 한 마리를 잡았다. 크기는 당신 잡은 것 보다 적은데 색깔은 완전 황금색이다."
"정말이네. 황금 붕어다."
어이구 황금 붕어님 정말 정말로 감사하구먼요. 감사의 인사를 하는데
"아! 입질 멋지게 들어왔는데 놓쳐 버렸다."
"우와! 입질 보니까 억수로 크게 보이던데 아깝다. 그런데 기회는 또 오는 거야.
낚시의 묘미가 기다림, 끈기, 인내지 뭐. 안 그래."
자꾸 들어오는 내 입질에 신경이 쓰여 아내 비위를 맞추어 주기 위해 노력을 했다.
이렇게 조행기를 쓰다가는 이틀 낚시 갔다 온 것으로 한 달은 쓰겠다.
또 조사님들께 돌팔매질 당하겠다.
결론을 맺고 결과를 보고하자.
*일시: 2003년 4월 6일 08시경~13시까지
*장소: 영천시 금호읍 금호보
*미끼: 지렁이
*조과: 총16마리
*사이즈: 붕어 8치 1마리, 6치 2마리, 나머지는 5치 이하, 꺽치 1마리.(자로 정확하게 계측한 수치는 아닙니다.)
이상입니다.
낚시를 마친 후, 대구로 귀가하면서 운전으로 인한 부부간의 해프닝은 생략합니다.
조사님들 건강하시고 안전한 조행길 되시길 빌면서 재미없는 허접한 조행기를 끝까지
읽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추천 1

1등! 탈퇴한회원 03-04-09 19:34 IP : 60ddd5f9dd00543
오랫만에 님의 글을 대합니다
역시 글솜씨는 녹슬지 않으셨군요

붕어도 있고 부부애도 있고 친구도 있는 조행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자주 들려 주세요
추천 0

2등! 대박 03-04-09 20:55 IP : 60ddd5f9dd00543
우와.. 정말 재미있습니다...(재미있어야하는게 맞죠?ㅎㅎ)
순간순간 상황이 그대로 머리속에 그려지며 사모님 성격, 분위기까지 다 파악이 되는데요..하하하
멋진 조행기 잘 봤구요..
혹, 금호강에 다른 포인트가 있다면 꼭 한번 보따리를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낚시 가고 싶다~~~~~~~~
추천 0

3등! 다워리 03-04-11 00:20 IP : 60ddd5f9dd00543
ㅎ~~ 화면을 본는듯한 ...장면 장면이 너무 소상히 떠 오릅니다...

사모님이 억수로 귀여운듯 합니다..(이런표현 해도 되나??)
추천 0

수양버들 03-04-15 13:15 IP : 60ddd5f9dd00543
낚시도 좋심다만 부부금술 자랑합니까? 하하하하하하 ...허나 우리가 꼭 고기만 잡겠다고 낚시하는건 아니 잖아요 우지당가 두분이 오붓한 풍경을 그려 주셔서 감사 하니더
추천 0

강태공 03-05-10 00:00 IP : 60ddd5f9dd00543
저기여
사진 좀 올려드리면 안될까여?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