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황/조행기 > 화보조행기 > 우중 출조(임하호)

토요일 일기예보대로 어김없이 비가 내립니다.
주말마다 고르지 않는 날씨로 인하여 꾼들의 발걸음이 무거워 지는데요.
우중에도 아랑곳없이 떠나는 열혈 꾼들이 수중 전을 펼치다가
덜커덕 덩치를 낚는 행운을 종종 봐 왔고
오후에 비가 그친다는 예보가 있어 지금 내리고 있는 비는
큰 훼방꾼이 되지는 않습니다.

데스크에서 만난 꾼(공작찌님, 조난단님, 떡붕어님)들은 이미 떠날 채비를 정리하며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에서 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합니다.
데스크 방장 물사랑님에게 오늘 실시간 멋지게 장식하겠다며
큰소리 치고 떠납니다.

임하호는 저에게는 고향과 같은 곳입니다.
근래 매년 허탕을 치지만 갈때마다 설레게 하는 첫사랑과 같은 달콤한 기억이 자리잡고 있는 곳입니다.

8~9년전 오토바이를 타고 임하호까지 왕복을 얼마나 했는지 모를 정도로
당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살림망을 채워주고
저로하여금 뻔질나게 드나들게 만들던 임하호입니다.
초보인 저를 단숨에 꾼으로 만들어 버린 잊지 못할 곳입니다.

가는 길이 멀지만 꾼들의 마음은 벌써 용계리 은행나무 아래에 가 있는 듯
모두가 한결같이 얼굴이 상기되어 있습니다.
저처럼 대박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용계 은행나무 지나쳐서 한 모퉁이를 돌아 들어온 첫 번째 골자리. 실시간팀이 점찍은 자리입니다.

임하호 꽃들이 만개하여 있습니다.

가랑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부푼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내리자 말자 상류쪽으로 붙은 공작찌님과 조나단님.

조금 늦게 합류한 새물찬스님. 마음은 벌써 콩밭에 가 있는 듯 합니다.

새물찬스님은 오시자마자 만반의 준비를 하시고....

날이 어둑해 지면서 저도 대편성을 마쳤습니다. 살림망이 조금 특이한데요 오늘 여기 한가득 채워 볼 참입니다.

저녁식사를 마친고 즐거운 커피타임.

오후에 그칠 줄 알았던 비는 저녁식사를 하고 대를 펴는 순간부터
주구장창 내리기 시작합니다.
마치 저희들과 같은 꾼들을 기다렸다는 듯이....

대를 편지 한시간
맨 먼저 어신은 받은 새물찬스님에게로 모두가 시선이 쏠립니다.
뭘까? 모두가 궁금해하는데 새물님 입에서 나온 "메기인지 빠가사리이지?"라는
말씀을 듣는 순간 허탈한 웃음이 나옵니다.

대부분 지렁이와 떡밥을 동시에 사용하는 짝밥체비인데도 입질이 더디기만 합니다.
빗줄기가 더 굵어 지는 가운데 바람마져 불어옵니다.
이런 와중에도 새물님과 떡붕어님은 집어를 하시는지
연신 대를 들었다 던졌다를 반복하며 분주히 움직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다렸던 첫 붕어는 떡붕어님의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25cm정도됩니다"라는 말씀을 듣는 순간 주위의 꾼들은 사기가 오르고
빈번히 집어를하며 찌를 예의주시 쳐다봅니다.

파라솔 밑에서 웅크리고 앉아 케미를 주시하는 떡붕어님 뒷모습

그러나 잠시뿐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기에는
솟아지는 빗줄기가 굵고 차갑습니다.
파라솔이 세는지 제법 굵은 빗물이 머리 위에 후드득 떨어지기도 하고
빗물에 젖은 떡밥은 꾼의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아침을 기약하고 차로 발길을 돌린 시각은 22:00.
자정 무렵 하나 둘씩 차량으로 들어와 새우잠을 자면서도
아침에는 괜찮아 질거라 스스로를 위안하는 꾼들의 모습에는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꾼들 특유의 끈끈한 미련이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