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2003년 첫 밤낚시 출조.
전날까지 뿌리던 비에 대한 부담을 조금은 안고 경산으로 향했다.
내심 천마지로 가고 싶었지만(공친적이 없어서) 확인차 낚시와 사람에 들러 조황을 묻자 사장님은 천마지는 전혀 움직임이 없다며 경동신지를 권하신다. 그런데 미끼가 지렁이란다. 지렁이 미끼는 다른 미끼가 전혀 먹지 않는 이른봄을 제외하곤 쓰고 싶지않다. 다른곳을 묻자 기리지를 추천해 주신다. 상류로 가는 약도를 그려 주시며….
굵은콩과 겉보리를 사서 나왔는데 가다보니 그려주신 약도를 가게에 두고 나왔다. 그래도 어렵사리 상류에 찾아갔는데 바람에 파도도 치고 물도 탁해보여 별로 대를 담그고 싶지 않다.
돌아나와 처음 계획대로 천마지로 향했다. 3년 전 이곳에서 콩낚시를 배운 후 나를 콩낚시에 빠져들게 한 바로 그곳. 천마지.
굵은 놈들이 끝까지 밀어올리는 찌맛, 그리고 손맛. 그맛을 생각하며….
식당 건너편 새물 유입구 옆자리에 앉아 23대부터 30대까지 8대를 폈다. 밑밥을 치고 가다림의 시작.
혹시나해서 왔는데 자정까지 입질이 없다. 그리고 사방에서 철퍼덕 소리가 계속해서 난다. 이제사 산란을 시작하는건지.
산란기에는 입질을 하지않는다는 얘기들을 하는데 이러다가 붕어 구경도 못하고 밤만 새는게 아닌지?
한시간 반쯤 졸다가 추워서 깼다. 새벽 1시30분. 찌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혹시나 해서 조금 기다려봤는데 움직임이 없다. 꺼내 보니 현장채집한 새우가 머리만 떨어져 있다.
갈아주고 기다리니 입질은 없고 점점 불안하다. 이럴바에야 일찍 대를 접고 집에가서 잠이나 잘까?하고 있는데 23대에서 잠시 움찔한다. 긴장하고 기다리니 곧 찌가 스믈스믈 올라와서 멈춘다. 좀 늦었나 싶어 찌를 주시하니 올라온 찌가 움찔움찔한다. 챔질. 잠시 째나 싶더니만 곧 힘없이 딸려온다. 7치붕어. 새우미끼다.
바로 콩에서 새우로 미끼 교체. 희망을 갖고 다시 기다림.
그러나 야속한 찌는 미동도 않는다. 추위를 못이겨 커피 한잔을 끓여마시고 있던 새벽 4시30분 경 다시 26대에서 찌가 움찔한다. 그리고 올리기 시작한다. 챔질. 또다시 7치붕어. 이것이 전부.
이후로 7시 철수때까지 입질은 없었고 찌에 알만 잔뜩 붙여놨다.
새벽 6시경 왠 몰상식한 보트꾼이 내 30대 찌 바로옆을 지나며 새물 유입구로 들어간다. 그리곤 30분쯤 방해만 하더니 헛탕치고 나간다. 몰상식한 인간, 자기도 들낚시를 먼저 배웠을텐데 저럴수가. 기분 나빠 서둘러 철수.
나오면서 확인해 보니 나말고 다른 조사님들(대략 다섯분 쯤)은 입질도 한번 못 봤다고 한다. 그나마 나는 운이 좋았던 것.
천마지도 산란이 끝나면 좀 더 좋아지겠지. 또 다시 토요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