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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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울퉁불퉁 비포장 산길에서 허비한 3시간이 아깝지 않다.
꾼들이 무지 기다렸던 화창한 주말입니다. 꾼들의 마음을 아리게 했던 지난주 지지난 주에 다량으로 내린 봄비는 분명 악재였으며, 꾼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는데요. 5월 첫 주 계절의 여왕이 꾼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로 한 걸까요? 화창한 날씨에 봄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붕어들의 아우성 소리는 꾼들을 설레게 만들고 저수지로 줄행랑 치게 만들고, 더군다나 모처럼 찾아든 연휴는 꾼들을 더욱 미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제가 늘 해오던 방식은 아무생각 없이 발길 닫는 데로 떠나서 지천에 널린 저수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곤 했는데요. 오늘은 예외입니다. 월척님들 중에서 누군가가 권유하는 저수지(고죽지)가 있어 그리 마음을 정하고 데스크로 향합니다. 데스크엔 여러 월척님들이 안동호로 출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저는 벽송님과 함께 고죽지로 향합니다. 아니 덕곡지로 출발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제가 고죽지를 덕곡지로 착각해서 1/25000 지도를 펼쳐들고는 덕곡지를 찾아가고 있었으니까요.
다리가 불편한 벽송님이 앉기에도 별 무리가 없는 도로사정도 괜찮은 저수지라고 했는데 찾아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네요.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따라 찾아간 곳은 지도상 덕곡지가 분명한데 도저히 벽송님과 같이 낚시할 여건이 되지 않는 소류지입니다. 무척 당혹스럽기도 하고 비포장 도로를 힘겹게 따라 들어온 벽송님게 죄송한 마음에 괜히 화가 나기도 합니다. 휴대폰으로 자초지정을 확인한 결과 분명 제가 고죽지를 덕곡지로 착각했음을 알고 나서도 화가 쉬 가라앉지 않는 건 평소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무턱대고 떠나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때문입니다.
이미 비포장 도로에 만신창이가 된 차를 끌고나오면서 다시 용성면을 빠져나와 현지인들에게 물어서 겨우 죽곡리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여기서도 또 한번 급한 성격 때문에 방향을 잘못 들어 엉뚱한 소류지를 찾아들었습니다. 역시 꼬불꼬불 산 중턱으로 난 비포장 도로를 얼마나 헤맸는지 이제 포기하고 싶은 심정도 들고 "아~ 이렇게 바보 같은 행동으로 아까운 주말을 망치는 구나" 허탈한 마음에 무척 괴로운 순간을 맞기도 했지만 여기까지 따라오신 벽송님이 이런 과정도 재미있다는 듯이 떡하니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시며 천천히 가자고 하시네요. 그제서야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고죽리로 나와서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 우리들의 목적지 고죽지를 찾아 갈 수 있었습니다.
무려 장장 3시간이나 저수지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들어선 고죽지의 첫 인상은 꼬불꼬불 산길에서 허비한 3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풍광이 빼어났습니다. 1만평 정도의 중형급 저수지로서 중상류에는 물에 잠긴 옛제방이 하나 더 있는 특이한 저수지로서 옛(구)제방위에는 물 밖으로 가지만 뻣어나온 물버들이 저수지의 풍경을 더 아름답게 하고 상류에는 민가가 없어 수질 또한 아주 양호하여 벽송님과 제가 격은 고초가 한꺼번에 날려버리기에 족한 그런 멎진 저수지입니다.
주말 저수지마다 몸살을 앓을 정도로 붐빌 거라는 예상을 했는데 여긴 예외입니다. 닐낚가 들낚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단 한분의 꾼 외에는 아무도 없어서 저수지를 통째로 얻은 것 같습니다. 오는 길에 물반 꾼반으로 발 디딜틈도 나지 않던 적재지(너블못)와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상류 앉은자리에서 제방을 바라본 전경. 물 가운데 옛제방 위로 물버들이 운치를 더해줍니다.
벽송님도 차에서 내려서면서 저수지가 마음에 드셨는지 환하게 웃습니다.
제가 앉을 자리인데요. 가장자리에 뗏장이 분포하고 뗏장너머로는 아직 말풀이 자라지는 않고 있습니다. 닐을 치시던 조사님의 말씀으론 황톳물이 가라앉으면 여기도 말풀이 빼곡이 자란다고 합니다.
제방 좌측 최상류 지대입니다. 여긴 이미 물속에 말풀이 자라고 있으며 농번기(배수기)가 되면 이 저수지 최고의 포인트가 된다고 합니다. 상류를 우회해서 건너편으로 들어서면 좋은 포인트가 형성된다고 합니다.(닐아저씨 말씀)
다음 번에 출조하면 좌안 상류지역 중에서 그림에서 보이는 큰 버드나무 아래에 들러 봐야겠습니다.
버드나무를 줌으로 당겨봤는데요. 앉을 자리가 넉넉하고 굉장히 운치가 있을 것 같죠?
제방 맞은편 무덤 아래 부근에서 자리 한 벽송님과 저는 대 편성을 마치고 저녁을 데스크에서 준비해간 김밥과 벽송님이 별도로 준비해온 맛깔스런 밑반찬으로 포식을 하고 도란도란 입낚을 하고 나니 벌써 21:00가 넘어 섰습니다.
이 저수지를 소개해 주신 분이 초저녁 입질이 없으면 새벽 시간(03:00~)을 노려야 좋은 조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해서 초저녁부터 긴장을 해 봅니다. 초보가 9대나 편성하고 찌를 예의 주시하자니 이거 장난이 아니네요.. 기대했던 초저녁 입질은 없었지만 긴장은 쉬 풀리지 않습니다. 오는 길에 너무 험난(?)해서 스스로 자정을 넘기기 힘들 거라 예상을 했는데 의외로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찌를 응시합니다. 약간 탁한 물색, 뭔가 터질 듯한 분위기 그리고 조용한 고즈넉한 저수지에서 모처럼 얻은 시간을 잠으로 날려보내기가 아까워서입니다. 하지만 자정을 조금 넘기면서 의자에 기댄 체로 까무룩....
눈을 떠 보니 03:15 찌는 미동도 하지 않았으며, 한 대를 건져보니 새우가 아직 살아서 꿈틀. 다시 투척후 새벽 피크시간을 알차게 쪼아 보았지만 기대했던 덩치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침 날이 훤히 새면서 부드럽게 밀어 올린 첫 입질에 거북이가 붙었을 뿐 붕어는 비늘도 보지 못했습니다. 세사람 중 벽송님만 아침 지렁이 미끼로 5치 붕어를 낚은 것이 이날 유일한 조과입니다.
다음날 아침 제방에서 상류를 바라본 전경입니다.
아침 벌써 세 마리 쨉니다. 첫 번째 올라온 넘은 입질을 얼마나 근사하게 하던지 챔질순간 붕언줄 알고 기뻐했는데.... 낮시간 새우를 꿰어두면 청거북과 만나게 될 확률이 높으니 밤낚하시고 빨리 철수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두 넘은 다시 방생하고 세 번째 올라오 넘은 닐아저씨가 뒤집어 두라고 해서 뒤집어 놨더니 목을 길게 빼서 용을 쓰는 모습이 애처로워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벽송님이 차량을 주차하고 낚시하기엔 그다지 무리가 없는 상류 포인트입니다.
민들레홀씨. 입으로 불면 씨앗이 날아갈 것 만 같습니다.
고죽지 중상류를 가로지르는 옛제방입니다. 곧 배수철이 되면 제방이 들어나고 제방위에서 상류(새우) 혹은 하류(떡밥)를 향하여 서로 등진 상태로 이색적인 낚시가 가능하며, 이 제방으로 인하여 상류쪽에는 배수철에도 수위변동이 적다고 합니다.
제가 앉은자리입니다. 무려 9대를 편성하여 새우 콩 옥수수 다양한 대물미끼를 상용해봤는데도 밤새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물이 꾀나 빠졌다고 합니다. 벌써 농민들이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저수지를 작년에 자주 찾았다는 닐아저씨 자립니다.
수초지역을 굉장히 선호하시는 걸로 봐서 벽송님도 점차 대물낚시에 관심을 가져가고 있는 듯합니다.
* 일 시 : 2003. 5. 3(토)
* 장 소 : 경산 용성 고죽지
* 날 씨 : 맑음
* 동 행 : 벽송님
* 앉은자리 : 제방 맞은편 과수원 및 무덤 앞
* 수 심 : 0.8m(2.3칸 기준)
* 대편성 : 1.5 ~ 3.2 칸 9대(벽송님:5대)
* 채 비 : 원줄(5호), 목줄(케블라3,4합사), 바늘(지누4,5호)
* 조 과 : 1수(15cm)←벽송님. 청거북3마리 ← 월척. 꽝 ← 닐아저씨
* 미 끼 : 새우, 콩, 옥수수, 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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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맛이 없어서 아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