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보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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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조행기] 울퉁불퉁 비포장 산길에서 허비한 3시간이 아깝지 않다.

월척 IP : 4325912c70b42a9 날짜 : 2003-05-05 02:05 조회 : 9412 본문+댓글추천 : 0

근무환경이 바뀌면서 적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어눌한 성격으로 인해 아무래도 새 환경에 적응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서 시간만 가면 될 일은 아니겠지요. 부지런히 업무파악을 해서 되도록 이면 빨리 새 식구들과 융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는데... 나이가 30을 훌쩍 넘어선 흔히 386세대라고 불려지는 이 나이에 아직 아이들처럼 얼굴을 가리고 있느니...

꾼들이 무지 기다렸던 화창한 주말입니다. 꾼들의 마음을 아리게 했던 지난주 지지난 주에 다량으로 내린 봄비는 분명 악재였으며, 꾼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했는데요. 5월 첫 주 계절의 여왕이 꾼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로 한 걸까요? 화창한 날씨에 봄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붕어들의 아우성 소리는 꾼들을 설레게 만들고 저수지로 줄행랑 치게 만들고, 더군다나 모처럼 찾아든 연휴는 꾼들을 더욱 미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제가 늘 해오던 방식은 아무생각 없이 발길 닫는 데로 떠나서 지천에 널린 저수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곤 했는데요. 오늘은 예외입니다. 월척님들 중에서 누군가가 권유하는 저수지(고죽지)가 있어 그리 마음을 정하고 데스크로 향합니다. 데스크엔 여러 월척님들이 안동호로 출조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저는 벽송님과 함께 고죽지로 향합니다. 아니 덕곡지로 출발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면 제가 고죽지를 덕곡지로 착각해서 1/25000 지도를 펼쳐들고는 덕곡지를 찾아가고 있었으니까요.

다리가 불편한 벽송님이 앉기에도 별 무리가 없는 도로사정도 괜찮은 저수지라고 했는데 찾아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네요.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따라 찾아간 곳은 지도상 덕곡지가 분명한데 도저히 벽송님과 같이 낚시할 여건이 되지 않는 소류지입니다. 무척 당혹스럽기도 하고 비포장 도로를 힘겹게 따라 들어온 벽송님게 죄송한 마음에 괜히 화가 나기도 합니다. 휴대폰으로 자초지정을 확인한 결과 분명 제가 고죽지를 덕곡지로 착각했음을 알고 나서도 화가 쉬 가라앉지 않는 건 평소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무턱대고 떠나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때문입니다.

이미 비포장 도로에 만신창이가 된 차를 끌고나오면서 다시 용성면을 빠져나와 현지인들에게 물어서 겨우 죽곡리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여기서도 또 한번 급한 성격 때문에 방향을 잘못 들어 엉뚱한 소류지를 찾아들었습니다. 역시 꼬불꼬불 산 중턱으로 난 비포장 도로를 얼마나 헤맸는지 이제 포기하고 싶은 심정도 들고 "아~ 이렇게 바보 같은 행동으로 아까운 주말을 망치는 구나" 허탈한 마음에 무척 괴로운 순간을 맞기도 했지만 여기까지 따라오신 벽송님이 이런 과정도 재미있다는 듯이 떡하니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시며 천천히 가자고 하시네요. 그제서야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다시 고죽리로 나와서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 우리들의 목적지 고죽지를 찾아 갈 수 있었습니다.

무려 장장 3시간이나 저수지 찾는데 시간을 허비하고 들어선 고죽지의 첫 인상은 꼬불꼬불 산길에서 허비한 3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풍광이 빼어났습니다. 1만평 정도의 중형급 저수지로서 중상류에는 물에 잠긴 옛제방이 하나 더 있는 특이한 저수지로서 옛(구)제방위에는 물 밖으로 가지만 뻣어나온 물버들이 저수지의 풍경을 더 아름답게 하고 상류에는 민가가 없어 수질 또한 아주 양호하여 벽송님과 제가 격은 고초가 한꺼번에 날려버리기에 족한 그런 멎진 저수지입니다.

주말 저수지마다 몸살을 앓을 정도로 붐빌 거라는 예상을 했는데 여긴 예외입니다. 닐낚가 들낚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는 단 한분의 꾼 외에는 아무도 없어서 저수지를 통째로 얻은 것 같습니다. 오는 길에 물반 꾼반으로 발 디딜틈도 나지 않던 적재지(너블못)와는 대조적인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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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 앉은자리에서 제방을 바라본 전경. 물 가운데 옛제방 위로 물버들이 운치를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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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송님도 차에서 내려서면서 저수지가 마음에 드셨는지 환하게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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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앉을 자리인데요. 가장자리에 뗏장이 분포하고 뗏장너머로는 아직 말풀이 자라지는 않고 있습니다. 닐을 치시던 조사님의 말씀으론 황톳물이 가라앉으면 여기도 말풀이 빼곡이 자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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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방 좌측 최상류 지대입니다. 여긴 이미 물속에 말풀이 자라고 있으며 농번기(배수기)가 되면 이 저수지 최고의 포인트가 된다고 합니다. 상류를 우회해서 건너편으로 들어서면 좋은 포인트가 형성된다고 합니다.(닐아저씨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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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번에 출조하면 좌안 상류지역 중에서 그림에서 보이는 큰 버드나무 아래에 들러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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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를 줌으로 당겨봤는데요. 앉을 자리가 넉넉하고 굉장히 운치가 있을 것 같죠?


제방 맞은편 무덤 아래 부근에서 자리 한 벽송님과 저는 대 편성을 마치고 저녁을 데스크에서 준비해간 김밥과 벽송님이 별도로 준비해온 맛깔스런 밑반찬으로 포식을 하고 도란도란 입낚을 하고 나니 벌써 21:00가 넘어 섰습니다.

이 저수지를 소개해 주신 분이 초저녁 입질이 없으면 새벽 시간(03:00~)을 노려야 좋은 조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해서 초저녁부터 긴장을 해 봅니다. 초보가 9대나 편성하고 찌를 예의 주시하자니 이거 장난이 아니네요.. 기대했던 초저녁 입질은 없었지만 긴장은 쉬 풀리지 않습니다. 오는 길에 너무 험난(?)해서 스스로 자정을 넘기기 힘들 거라 예상을 했는데 의외로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찌를 응시합니다. 약간 탁한 물색, 뭔가 터질 듯한 분위기 그리고 조용한 고즈넉한 저수지에서 모처럼 얻은 시간을 잠으로 날려보내기가 아까워서입니다. 하지만 자정을 조금 넘기면서 의자에 기댄 체로 까무룩....

눈을 떠 보니 03:15 찌는 미동도 하지 않았으며, 한 대를 건져보니 새우가 아직 살아서 꿈틀. 다시 투척후 새벽 피크시간을 알차게 쪼아 보았지만 기대했던 덩치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침 날이 훤히 새면서 부드럽게 밀어 올린 첫 입질에 거북이가 붙었을 뿐 붕어는 비늘도 보지 못했습니다. 세사람 중 벽송님만 아침 지렁이 미끼로 5치 붕어를 낚은 것이 이날 유일한 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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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제방에서 상류를 바라본 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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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벌써 세 마리 쨉니다. 첫 번째 올라온 넘은 입질을 얼마나 근사하게 하던지 챔질순간 붕언줄 알고 기뻐했는데.... 낮시간 새우를 꿰어두면 청거북과 만나게 될 확률이 높으니 밤낚하시고 빨리 철수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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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넘은 다시 방생하고 세 번째 올라오 넘은 닐아저씨가 뒤집어 두라고 해서 뒤집어 놨더니 목을 길게 빼서 용을 쓰는 모습이 애처로워 다시 돌려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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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가 불편하신 벽송님이 차량을 주차하고 낚시하기엔 그다지 무리가 없는 상류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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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홀씨. 입으로 불면 씨앗이 날아갈 것 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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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죽지 중상류를 가로지르는 옛제방입니다. 곧 배수철이 되면 제방이 들어나고 제방위에서 상류(새우) 혹은 하류(떡밥)를 향하여 서로 등진 상태로 이색적인 낚시가 가능하며, 이 제방으로 인하여 상류쪽에는 배수철에도 수위변동이 적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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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앉은자리입니다. 무려 9대를 편성하여 새우 콩 옥수수 다양한 대물미끼를 상용해봤는데도 밤새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물이 꾀나 빠졌다고 합니다. 벌써 농민들이 모내기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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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수지를 작년에 자주 찾았다는 닐아저씨 자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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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초지역을 굉장히 선호하시는 걸로 봐서 벽송님도 점차 대물낚시에 관심을 가져가고 있는 듯합니다.



* 일 시 : 2003. 5. 3(토)
* 장 소 : 경산 용성 고죽지
* 날 씨 : 맑음
* 동 행 : 벽송님
* 앉은자리 : 제방 맞은편 과수원 및 무덤 앞
* 수 심 : 0.8m(2.3칸 기준)
* 대편성 : 1.5 ~ 3.2 칸 9대(벽송님:5대)
* 채 비 : 원줄(5호), 목줄(케블라3,4합사), 바늘(지누4,5호)
* 조 과 : 1수(15cm)←벽송님. 청거북3마리 ← 월척. 꽝 ← 닐아저씨
* 미 끼 : 새우, 콩, 옥수수, 지렁이

추천 14

1등! 부들45 03-05-05 06:10 IP : 60ddd5f9dd00543
카~ 분위기 죽이네요
손맛이 없어서 아쉽지만........
추천 0

2등! 환경 03-05-05 06:31 IP : 60ddd5f9dd00543
고생 하신덕에 맘에 드는곳에서 수렴한 분위기속에 낚시대로
도를 낚으시고 맘을 다스렸으니 그보다 좋을수가 있나요.

안동팀도 고생 무지했슴다.
조과역시 어리버리 해구요. ㅎㅎ
엮시 댐 보다는 저수지 분위기가 좋으네요.
그림 질보고 갑니다.
다음에는 월 하십시오.
추천 0

3등! 공작찌 03-05-05 07:08 IP : 60ddd5f9dd00543
월척님,벽송님 수고하셨네요
분위기 좋습니다 저 역시 꽝 입니다요 위로 삼으세요
추천 0

별지기 03-05-05 11:12 IP : 60ddd5f9dd00543
오랫만에 보는 고죽지 역시 아름답습니다. 월척님이 다음번에 앉고싶다고점찍어신 그 버드나무, 고죽지 최고의 포인트입니다.

낚시일지를 보니 94년도로 되어있네요. 버드나무 아래서 5월 중순에서 말경(가뭄으로 인해 수위가 다소 낮았슴)무더기 월척을 기록했던 곳입니다.

비록 4짜는 못했지만 초릿대가 물속으로 처박히는 엄청난 놈을 만났던곳입니다.(바늘이 뻗어버려 잡지는 못했지만요)

이후로 낚시꾼들에게 초토화 되다시피 했구요, 일부 몰지각한 낚시꾼들이 상류 포도과수원을 건드리는 바람에 주민들과 마찰이 심했었습니다.

몇해전에는 상류에 공사를 한다고 시멘트물이 다량 유입되어 상류일부분이 심한 오염이 되었기도 했습니다. 지금쯤은 자연 정화가 다 되었겠지요.

오랫만에 보는 고죽지 그리고 버드나무, 그때의 아련한 추억이 다시 생생히 떠 오릅니다.

월척님 덕분에 좋은 추억하나를 다시 끄집어 낼수있어서 너무 감사 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한 낚시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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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척 03-05-05 20:38 IP : 60ddd5f9dd00543
다들 고맙습니다.
곧 본격적인 배수철이 다가 오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고죽지는 가운데 제방이 하나 더 있는 관계로 배수철 상류일대가
수위변동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저수지는 배수철에 피크시즌 맞이하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닌 해마나
농민들과 마찰을 일으키는 불미서런 일을 종종 벌어지고 이로인해 급기야 농민들이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원인은 두말 할 것 없이 꾼들의 몰상식한 행동이겠지요
쓰레기 투기는 물론 급기야 농작물을 훼손하고 어처구니 없는 짖을 서슴치 않는다면
운치가 빼어난 저수지에서 낚시를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걸 아셔야 합니다.
저수지는 농민들을 위한 농업기반시설이지 꾼들을 위해서 만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저수지 축조에는 분명히 사용처가 정해져 있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요.
누가 저수지 주인인지 꾼들은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가끔 농민들에게 "이 저수지가 당신(농민)꺼냐"라고 시비를 거는 꾼을 보는데요.
그 저수지 농민들 것입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부디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절대 삼가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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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교 03-05-05 23:09 IP : 60ddd5f9dd00543
고죽지좋습니다포인트는사진에보이는버드나무좌우,맞은편두자리,흙탕물이맑아야되고,새우.콩.일이전에밑밥주어야됨,그리고포도가익을때월을볼수있읍니다
추천 0

육향 03-05-06 00:21 IP : 60ddd5f9dd00543
웬만하면 엄과장(?)을 낚시계로 입문시켜 보심이 어떠실런지요..... ㅎㅎㅎ
도통 지 말은 않들으니깐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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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사리 03-05-27 20:48 IP : 60ddd5f9dd00543
반갑습니다
월척님오랜만이내요
시조회때보고못본것같내요
언제한번기회가되면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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