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벵상 날짜 : 2012-04-25 17:15 조회 : 2039 본문+댓글추천 : 0
어제 밤부터 기미가 보이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침에 눈을 뜨고 바라본 베란다 너머의 풍경은 싸늘한 봄비로 대구의 도시를 칠하고 있었다. 오후가 되면서 거칠어 진다 싶더니 불현듯 며칠 전 중고로 모셔온 낚시대 3자루가 생각이나 트렁크에 고이 모셔두고 무작정 지하주차장에 파킹해둔 차에 시동을 걸고 운전을 시작한다.
미리 속으로 찜해뒀던 장소, 월드컵경기장 옆 작은 저수지를 향해 조심히 빗길을 헤치고 삼 십분을 달렸을까 도로 너머로 생각보다 크지 않은 저수지가 보이고 둑 위로 살짝 삐져나온 파라솔 한 개와 우산을 들고 낚시하는 빗속의 강태공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7년 전 군대를 졸업하고 대학에 다시 복학하면서 해외여행비를 벌고자 우연히 교차로 아르바이트 구인란을 통해 시작하게된 실내낚시터관리...태어나서 미꾸라지 잡는다고 반도들고 미역감던 어린시절의 경험만 있을 뿐 낚시는 취미도 아니었고 물고기는 저녁상에 가끔 올라오는 고급 반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우연히 시작한 낚시터 아르바이트는 몸이 좋지 않아 모든 가계업무를 내게 인수인계 해주신 사장님을 대신해서 낚시채비, 어장관리, 손님들관리, 낚시대회진행을 하다보니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리고 어느덧 방학이 끝나고 일을 관두게 되었다. 그때의 계절이 비가 많이 오는 장마시즌이었으니 꼭 오늘처럼 비가 억수로 내리던 날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문득든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가끔 휴식이 필요할땐 실내낚시터에서 쏟아져 나오던 형광 케미의 불빛만 있으면 되는 조용한 곳을 찾게 되었고, 그 바램이 오늘 무작정 낚시대를 들고 비를 뚫고 조행을 나오게 된 것이리라...
지금 나이 서른 하나...프리랜서일로 생활을 하다보니 마침 오늘은 오후 늦게까지 시간이 빈다. 마침 잘 됐다 싶은 마음에 미루고 미루던 낚시를 혼자서 하필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날씨에도 똥고집을 피우며 여기까지 왔던가싶다. 마치 뭐에 홀린 것 마냥...
그곳에 도착하니 빗 속에서 벌벌 떨며 낚시를 하시던 분들 중 한분은 벌써 짐을 꾸리고 있었고 입질이 없다는걸 눈치챌 수 있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리자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차가 있는 곳으로 왔고, 몇 분을 갈팡징팡하다 낚시대 하나와 떡밥만 급하게 몇 덩이 만들어 다시 그 분들이 있는 곳으로 다시 향했다.
대강 높이 맞추고 떡밥 꼽고 던지니 찌가 누워버린다. 수초에 걸린거 같아 낚시대를 당기니 팽팽하게 대가 구부러진다. 아오시~~!! 1초 동안 월척이다라고 생각한 기쁨은 잠시 후 수초에 걸린 낚시바늘만 보인다. 삼십 분 혼자 끙끙거리다 결국 낚시대를 접어버렸다. 온몸이 흠뻑 젖은 것도 몰랐나보다. 옷도 다 흙으로 튀고, 삼 십 분을 열심히 집중했던 것 같다. 다음에 날씨가 좋을 때 친구와 오기로 결심한 채 쓸쓸히 자리를 떠난다.
이것이 조금 전 나의 어리버리했던 첫 조행기이다. 앞으로 많이 배워야 할 것 같다. 얼른 몸을 말리고 본업으로 복귀해야 할 시간이다.
P.S. 모바일로 전송하니 찍은 사진이 업로드 되지 않아 여러분의 상상력이 맡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