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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유랑자

구름이흘러가는곳 IP : 1c0272b0351c6cb 날짜 : 2022-10-15 00:36 조회 : 17760 본문+댓글추천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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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의 어느 이른 아침.
샘물처럼 맑고 차가운 설레임이 가슴에 고인다.
기다릴 그 무엇이 있어 아직도 마음은 식지않는가.
두근 두근....
나는 아내가 준비해준 도시락 보퉁이를 품에 안고 집을 나선다.
바람을 따라 구름이 흘러가는 저곳에 가면 오랜 세월 감춰두었던 내사랑을 풀어놓을 수 있을까.
그 때 전해주지 못했던 따뜻한 나의 눈물을 그대의 하얀 손위에 떨구어 줄 수 있을까.

연륙교를 건너 섬의 북동쪽 민통선 안쪽에 있는 호수로 찾아가는 길은 깊어가는 계절속에서 쓸쓸하고 고요하다.
들녁의 풀들은 시들고 들꽃인 쑥부쟁이와 구절초,산국이 한창 피어나고 있다.
철새들이 내려앉는 들녁을 바라보며 얕은 고개를 넘자 해안가에 자리잡은 각지형 저수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바다에 면한 제방쪽은 민간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삼엄한 철조망이 길게 둘러처져 있고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초소 안팎을 오가며 경계근무 중이다.
이곳 강화도 ㅅ면 ㄷ 저수지는 군 작전지역으로 2005년 이후로 출입이 통제되고 호수에서의 어로행위가 금지 되었던 곳이다.
그 기간이 17년 가까이 되었는데 최근 해병 2사단 예하부대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게 되어 지금은 해안 철조망 지역을 제외하고 민간인의 출입과 낚시가 허용되고 있다.
오랜 관록의 저수지에는 각종 수초가 밀생하고 그 은신처 속에는 가슴 설레는 대물들이 우글우글하다.
호수로 향하는 비포장 길로 들어서서 물가에 도착하니 갈대와 코스모스가 한창인 논둑에 낚시자리가 군데군데 닦여있다.
그 중에 한군데를 차지하고 차를 주차한 다음 파라솔을 피고 낚시대를 설치했다.
떡밥을 개어 던지니 바로 입질이 오는데 외래어종인 블루길이 끝도없이 달려 나온다.
아무래도 낮낚시는 힘들거 같아 낚시대를 접어두고 식사를 겸한 낮술을 한잔 하기로 한다.
내가 낚시를 다니는 가장 큰 즐거움이 바로 자작으로 즐기는 이 혼술이다.
누구의 관심도 간섭도 받지않고 그저 여유자적하게 햇살과 바람을 벗삼아 즐기는 나만의 깊은 행복감.
아내가 매번 싸주는 도시락이 끼니고 안주다.
오늘 메뉴는 섭산적(이크~~^^),오이 소백이,멸치볶음에 고추장아치다.
이만하면 왕후장상의 밥상이 부럽지않은 진수성찬이다.
종이컵에 소주를 가득 부어 밥과 함께 먹으며 자연 속에서 현재의 내 삶을 곱씹어 본다.
저녁이 가까워 오면서 바람결이 차가워지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두터운 파카를 덧입고 작은 가스난로를 피우자 따뜻한 온기가 위안처럼 온몸에 스며든다.

다니던 곳에서 일을 그만둔지 한달이 다 되어간다.
돼지고기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의 매니저 일이었는데 사업주의 인성이 참 많이 실망스러웠다.
영업은 순조로운 편이고 직원들과의 친분도 좋았는데 사업주의 관심이 다른데 있는거 같았다.
어쨋든 사업주가 자의로 폐업을 하게 되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어버렸다.
다행히 새로 인수한 사업주가 간곡히 요청하여 다음주 월요일(10/17)부터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마음을 가다듬고 결의를 다지기 위해 2박3일 나만의 낚시여행을 준비했다.

꿈 같이 달콤한 이틀 밤이 지나갔다.
텐트속에서 취침을 했는데 새벽에는 너무 추워서 침낭속에 충전 손난로를 품고잤다.
우리 아들,딸이 하나씩 넣어 준건데 배부분에 품고 잤더니 따뜻하게 꿀잠을 이룰 수 있었다.
충전식이라 5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서 아주 요긴했다.
그리고 이틀동안 오매불망 기다리던 그리운 님을 만났다.
딱 두번의 입질.
우리 토종붕어 40cm한마리,41cm한마리.
너무 그리웠던지라 눈물이 났다.
첫쨋날 새벽에 40한마리를 낚았고 둘째날 초저녁에 41 한마리를 품에 안았다.
고맙고 사랑스러워서  깊이 포옹하고 쓰다듬은 후에 저희들의 물속 고향으로 흔쾌히 돌려 보내주었다.

지금 귀가후에 가족들과 한 잔하고 있다.
요즘 제철인 전어회와 내가 즐겨찾는 산오징어가 오늘 안주다.
건배하자.
그래 그래 다시 시작이다.
짠~~~화이팅~~ 화이팅^^~.

2022.10.13.

추천 5

1등! 大物추격자 22-10-15 06:31 IP : f4b7975c08f5651
얼굴이 찡해 오네요

도사락 사진이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듭니다

잘보고 갑니다
추천 0

2등! 폰드 22-10-15 08:52 IP : 1965860c875d244
대물상면 축하합니다~
추천 0

3등! 하루를즐겁게 22-10-16 09:49 IP : 55e5fb62d7fa42d
도시락 싸들고 낚시다닌지가 언제인지
까마득 하네요~~~
참 부럽습니다
추천 0

태빈이아빠 22-10-17 11:13 IP : 3b08923198af7b1
물가에 앉아 아내가 싸준 반찬에 밥에 거기에 이슬이 한잔 똑~~~
다시 출근 하신다니 축하드리고
새롭게 출발하시는 길에 늘 행운과 행복이 함께 하시길 기원드리며
오징어회, 전어회 너무 먹음직 스럽습니다.~~~
추천 0

구름이흘러가는곳 22-10-22 02:49 IP : 51d2758ce65332f
님들 공감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실직을 하고나니 참 막막하고 허탈했지요.
그래도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오랜만에 주어진 소중한 자유의 시간을 참 의미있게 보냈습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세상의 시간은 계절처럼 어김없이 순정하게 흐르더군요.
아웅다웅 하지않고 붕어를 기다리며 정성을 쏟는 낚시터에서의 시간처럼 진정성있게 최선을 다해 살렵니다.
날씨가 부쩍 추워저 물낚시를 마무리 해야할 시기가 다가왔네요.
조사님들 늘 건강에 유의하시고 대물을 품에 안는 만족한 조행길,행복한 인생길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추천 0

갈대붕어 22-10-25 11:57 IP : e8aaa08224be9dd
공감이 많이가는 얘기네요.
잘 보고 흔적남기고 갑니다.
추천 0

스테고사우르스 22-11-15 15:27 IP : 3af8fdb11149312
소주 안주가 캬 대박입니다 ^^
붕어까지 대단하십니다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