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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조행 3박4일(둘째날;정동지 이야기)

IP : 6a241f488635071 날짜 : 조회 : 8273 본문+댓글추천 : 0

둘째날 시즌에는 언제나 내 옆자리에는 6년을 같이 다녔던 형이 타고 있거나 근래에는 내가 명경지수의 옆자리에 흔들리며 장거리 출조의 지루함을 달래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찬바람이 불고 부터 형은 낚시를 삼가고 있다 뇌졸증으로 쓰러져 왼쪽이 부자연함으로 찬바람 쐬는 것을 꺼려하여서이다 혼자 달리는 두시간을 넘는 긴여정에 외로움을 달래는 길은 외로움을 느낄 경황이 없도록 180-200km로 핸들 한껏 틀어쥐고 발가락에 쥐가 나도록 밟아대든지 아니면 눈쌓인 야산 지나는 차창에 얼비치는 얼어붙은 강바닥이나 소류지를 곁눈질하며 듣는 음악이다 음악..... 음악보다는 오디오 만지기를 좋아하는 오디오광이고 팝이나 클래식보다는 뽕짝을 좋아하는 시골출신 초로이지만...... 지금 내차에서 가장 많이 울리는 음악은 묘하게도 한때는 그리 싫어하였고 왜색이라는 말을 들으며 그곡이 야릇하면 방송금지를 시켰던 엔가를 많이 듣는다 그도 경음악쪽으로 밀바라는 산 레모가요제출신의 미녀가수가 있다 지중해의 암호랑이라는 별명을 들을 정도로 걸출한 여인 잘생기고 그 기개가 호랑이를 연상하여서 그런 별명이 붙을 터이지만 목소리가 굵직하고 헌걸차게 노래를 부른다 <울지마라 알젠타나><지중해의 장미>등의 히트곡이 있고 그를 사랑했던 어느 배우는 버림받고 자살을 하였다는 말이 들릴 정도로 매력이 있는 여자인 모양이다 요즈음 내가 가장 많이 듣는 곡이 항구의 부르스라는 일본 엔가이다 테너 섹스폰의 흐느낌이 너무 기름지고 느끼하다 싶을 정도이지만 스윙조의 노래를 좋아하는 내가 부르스풍을 좋아하게 만들고 항구의 부르스라는 경음악 음반을 십여장을 모으게 한 곡이다 정작 이 곡을 부른 원래 가수의 음반을 나는 접하지 못하였고 밀바가 來日공연시 녹음하여 부른 곡이 우연히 내게 입수되어 그곡을 녹음하여 듣는데 남자테너가수의 목소리를 압도할 정도의 성량과 굵직한 톤으로 뽑아내는 데 아주 기막히게 멋지다 그래서 요즈음 테이프 양면에 경음악연주를 연속으로 두번 밀바의 노래로 세번을 항구의 부르스를 녹음하여 장거리 여행시 지루함을 위로해 주는 단짝이 되었다 각설하고..... 첫날 잠을 설치고 다음날 일어난 시간이 여덟시를 조금 넘긴 시간 전날 밥을 굶겨서인지 아주머니가 아침 일찍 출근을 하여 티코가 식당앞에 얌전히 서있다 나는 샤워실에서 대충 눈꼽을 떼고 바로 뚫어논 구멍을 향하였다 하얗게 얼어붙은 낚시대를 수건으로 닦아내고 바로 떡밥을 뭉쳐 달아 내리는데 최사장"식사하러 오이소" 식사를 하고 바로 일어나 자리에 앉기 바쁘게 입질을 한다 한시간 반가량 잉어 세마리를 더 당기고 나는 어제 부터 내 머리속에 갈아앉아있는 정동지 생각을 떨치려는 듯 조어삼매에게 전화를 넣는다 "여기 성준데 지금 출발하려는데 어디로 가야 되지요" "가까운 길은 다부동인터체인지로 오시는게 가까운데 길이 헷길리기 쉽습니다" "그럼 고속도로로하여 일단 군위시내에 들어가면 전화 하지요" 그리고는 최사장부부에게 작별인사를하고 나는 군위 정동낚시터를 수일전 인수하여 낚시터사장이 된 조어삼매를 찾아 길을 나섰다 왜관 외곽도로를 끼고 우회전을 하여 경부고속도로 왜관톨게이트로 진입하던 네거리 정면에 다부동IC라는 이정표가 시선을 잡길래 그럼 바로 다부동으로 가자하고 직진하여 국도를 따라 군위를 향하였다 구절양장의 꼬부랑 산길도 나오고 좁고 한적한 시골도로를 주위경물 구경을 하며 시속60KM로 여유롭게 달린다 조행길 20수년 그렇지만 지금껏 나와 가까운 인척이나 지인이 낚시터사장을 하는 이는 한사람도 없기에 만난지 얼마지않은 아우지만 그 짧은 동안에 단둘이 이런 저런 삶의 이야기 낚시이야기 월척을 명멸한 별들의 이야기를 두런 두런 4-50년 불알친구보다 더 길고 많은 날들을 나눈 사이였다 군위 톨게이트를 벗어나자 채바님 전화가 왔다 "군위 톨게이틀 벗어나 지금 군위 군청에서 기다리면 마중 나오겠다고하여 군위군청으로 가고있습니다"라고 답을 하고 나는 군위군청에 차를 세워 기다린다 얼마지않아 마중 나온 아우님의 꽁무니에 붙어 나는 새주인을 맞은 정동낚시터에 도착을 한다 나무와 풀들이 푸른 옷을 입은 늦봄이나 여름이라면 조금더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새주인의 형이되는 나를 맞았을 터이지만 지금은 나무나 풀들이 모두 궤를 벗은 상태 허옅게 얼어붙은 얼음짱만이 수심 10M를 육박한다는 가장 깊은 곳 어디를 얼음끌로 찍고 싶은 마음만 일게한다 동쪽 정면에 산성처럼 거대한 건물이 나를 압도한다 아하! 하우스가 있다더니 저 웅장한 건물이 하우스인 모양일세 조어삼매의 안내를 따라 하우스를 들어가자 젊은분 한분과 조어삼매연배나 되었음직한 분 두분을 보고 "월척회원입니다.인사하이소" "여기는 월척중독자" 그리고 다른 한분은 아이디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조어삼매와 몇번 낚시를 다녔던 월척을 통하여 알게된 지인 한분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하우스를 살피는데 20수년전 대구 모처의 실내낚시터를 연상한 내게는 그 큰 규모에 야! 이정도면 그의 둠벙수준인데 "수심이 얼마나 되지요?" "예,물을 꽉 채우면 3m가까이 나오는데 지금은 2.5m정도 될겁니다" 식당으로 들어가 점심식사를 하고 바로 나는 "낚시터에 왔으마 낚시를 하는게 도우는거 아인가" 하며 낚시를 하겠다고 하자 "여기는 주로 짜게를 쓰는데 형님은 그냥 떡밥으로 하시지요"라며 삼색떡밥 한봉지를 건네준다 나는 주는 떡밥을 받아들고 하우스를 나와 바로 노지쪽으로 향하여 가장자리가 따스한 날씨에 녹아내리는 저수지 얼음판에 들어섰다 얼음 두께를 가늠해보니 얼음끌이 없이는 구멍 뚫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뚜껍게 얼어서 얼음낚시는 포기하고 짧은대 두대를 꺼내들고 하우스로 들어서서 몇사람이 건너편에서 대를 드리운 자리를 피해 중앙쯤 호젓한 곳에 찌를 세웠다 2m를 훨씬 넘긴 수심 가운데 턱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26대 미만을 사용하여야 그턱을 넘기지 않는다는 말을 하여준다 품질을 하고 얼마를 기다리는데 맞은편에 앉은 나이 지긋한 조사님 쎅소리가 나도록 힘찬 챔질을 하는데 2칸남짓의 짧은대가 거의 유자로 꼬부라져 찌익 찌익 소리를 낸다 부러운 눈으로 보는데 한참을 줄다리기하다가 뜰채로 뜨는데 50cm는 넘어보이는 엄청난 체구의 향어다 아이구 저놈은 3kg가량 나갈텐데 아까버라 저걸 가져가면 어쩌나하는데 다행히 수건으로 싸서는 물에다 텀벙 던져 넣는다 "아이구 다행이다" 향어1kg에 6천원정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여서 그놈 한마리면 돈이 얼만가하는 생각에 벌써 낚시터주인이 된 동생생각에 마음이 알싸해진다 그리고 잠시후 또 걸어내는데 이번에는 한참을 싱갱이를 한다 엄청 큰 놈인 모양인데 다행이 가져가지 않는 사람이어서 마음이 놓이는데 뜰채에 담긴 녀석은 두자가까운 잉어다 그러는 가운데 내찌도 움직이기를 시작한다 조어삼매도 내 옆자리에 앉아 꼬물거리는 찌를 보고 있는데 찌가 좌측으로 주욱 끌린다 "왔다"라며 챔질을 하자 바로 쳐박으며 앙탈하는 폼새로 봐서 잉어같다 하우스이지만 깊은 수심 지하수를 용수하여 맑은 물로하여서인지 힘이 장사다 시즌에 노지에서 당기는 기분이다 얼음낚시를 하며 묵직하게 좌우로 틀어대는 그맛과는 또 다른 손맛이 하우스낚시의 맛이다 잠시후 모습을 들어낸 녀석은 45cm가량되는 향어 그래서 나는 정동하우스에서 첫인사를 향어와 나누었다 그리고 조금후 다시 잉어 한수 입질 받기가 까다롭다는 하우스에서 바로 두마리를 걸어 내는 걸 본 조어삼매 "역시나"라는 말로 박수를 대신한다 오후 느지막하여 채바님이 도착하여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한마리도 못 잡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래도 손맛을 보셨다니 대단하십니다"라는 특유의 너스레...... 지난번 정동지를 아내와 들려서 얼음끌 사용하는 시범을 보이다가 손목에 차는 끈이 삭아내려 정동지 속에 얼음끌을 수장시켰다는 이야기를하며 얼음구멍을 꼭 뚫으려면 내일 아침 얼음끌을 준비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며 "지난번 우리집사람과 같이 와서 조어삼매를 보고는 처음 시작하는 일에 생경하기도하고 사람이 착하기만 해보여 측은하였다며 맛있는 고기 사주라고 하였다"며 나가서 고기 사먹자는 이야기를 조어삼매에게 건네자 지난번 음식 먹다가 어금니가 깨어져 고기 못 먹는다고 고사를 하자 "그러면 하는 수 없지.여기 맛있는게 뭐가 있나" 하길래 "돼지고기 두리치기 먹읍시다"하여 깨잎냄새가 특이한 식당의 돼지고기 두리치기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내 낚시대 두대를 사이에 두고 세사람이 나란히 앉아 도란 도란 이야기 꽃을 피운다 그사이에도 녀석들은 감질나는 신호를 계속 보내지만 계속 헛챔질만 해댄다 밤 열시를 넘어서서 그만 숙소로 가자고하여 노지식당옆에 있는 숙소로 셋이서 내려가보니 호텔같은 숙소에 두사람이 잘 수 있도록 가지런히 잠자리가 펼쳐져있다 "얼음끌만 있으면 군위 산골짝에 좋은 장소가 있는데" 라며 채바님은 밤열시가 넘은 시간에도 어디 골짝 얼음구멍 뚫을 생각에 여념이 없다 나는 그냥 지나는 얘기거니 하였는데 다음날 들은 이야기는 그게 그냥 한말이 아닌게 들어났다 열한시가 넘자 "두사람이 쉬시고 나는 내일 아침 얼음끌을 준비해서 들어와 정동지 가장 깊은 곳에 얼음구멍을 한번 뚫어서 이곳에 대두어가 제법 들어 있다니 그 대두어나 걸어내야겠다"라면서 채바님은 어두운 밤길에 붉은 미등을 흔들며 떠나갔다 떠난후 우리 둘이는 불을 끄고 누워서는 새로 시작한 낚시터가 잘 되어야할텐데하는 걱정으로 부터 이런 저런 이야기로 두어시간을 잠 못들어 뒤척이다 한시가 가까워서야 혼곤히 잠들었다

1등! IP : 940b9826262d358
잔잔하면서도 감칠맛 나는 조행기!

내가 하고 있는한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손맛이 그리워 집니다.
추천 0

2등! IP : 7516402579f3347
엉아님이 정확하게 제가 드리고 싶은 걸 다 말 하셨네요. 감사합니다.

세미나라 하나요? 가방끈 긴 학삐리 친구들 이야기가,
말잔치를 하다보면 앞의 사람들이 다 말해버려 마지막에는 할 말이 없는 경우도 생긴다네요. 이건 딱 한분이 먼저 말씀 하셨는데도 저는 별로 할 말 없는 경우입니다.

밀바, 벤베누토밀바. "눈물속에 피는 꽃" "축배의 노래" 등등 축배의 노래는 송착식 윤형주, 트윈폴리오의 축배의 노래의 원곡이기도 하겠죠?

언젠가 우리나라 내한공연을 와서 (일본 들렸다가 내친김에 우리나라로 넘어온 것인데, 그때 김포공항에서 한국에 대해 김기수라는 복싱선수를 안다고 하여 화제가 되었기도 했고, 국내에 자신의 팬이 거의 없는 줄 알고 공연 때 몇 곡 준비 안했다가 앵콜로 온갖 본인의 노래를 외치는 관객들에게 미얀하다 마얀하다는 말을 반복했던 공연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이 납니다. 몇년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와서 그녀의 대표곡과 함께 우리나라 가곡겸 가요라 할 수 있는
보리밭을 불러서 그 녹음이 남아 있지요. 그때 보리밭의 국내 오리지날은 문정선인가 하는 가수로 기억되고요.

밀바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되게 좋아하는 칸소네 가수죠. 실비바르땅이라는 샹송가수와 같이 한국인이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죠.

언젠가, 고가마사오라는 엔카의 황제로 불렸던 사람의 전자올갠 연주 경음악 엘피를 들어본 적이 있는데, 제 취향은 아니더라도 들을 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봄봄님의 음악취향은 거의 그 방향 전문가 수준이십니다. 줄줄 꿰고 있는 듯한 내공이 느껴집니다. 초로라 하셨지만,

"老" 가 개입될 틈도 없는, 봄 같은 청춘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추천 0

3등! IP : cd21cbba02c140f
봄봄님은 음악을 좋아하고
상당한 수준의 음악지식도 풍부한줄 알고 있습니다만,
맞장구 치시는 파트린느님도 상당한 수준이시군요.
어제1편에 이은 2편 조행기 뜻깊게 잘 읽었습니다.
마음이 푹 베어있는 글에 공감을 많이합니다.
정동지 새주인님이신 조어삼매님을 생각하셔서 건너편에서 향어 걸어 올릴 때의 꾸밈없는 솔직한 느낌의 표현은
마음에 많이 와 닿습니다.
다음편 기다리며 조어삼매님의 정동지가 활기로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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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c1c3adb33b4b3a8
다 읽고 나니 벌써 다음편이 기다려집니다.

지나온 날을 잔잔히 되뇌이듯 세세하게 적어주시니

마치 제가 그 자리에 있는 것 같구요,

봄봄님 지나가신 길에는 사람냄새가 많이 베어있을 것 같습니다.

잠 푹 주무시고 얼른 다음편 올려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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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367aeb4a51e16b1
아이고~

밤낚수에 그곳에서 주무시는줄 알았다면...

늦게라도 출발할껄 그랬습니다...

채바님이 쪽지까지 주셨는데...

내 놀다가(?) 그날만 바빴어요~ 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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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0d4431d573d2576
미늘님 헌티버림 받구 붕순이헌티 채이구 .. 캑

추적추적 비는 내리구 .... 질척한 얼음판우에서 반성마이 했심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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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3b2031857169471
가까운데 봄봄님의 띄밭처럼 좋은곳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근거리에 저수지가 서넛 있지만 봄봄님의 손맛엔 비할바가 못되니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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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f183ee7ea2f9275
틔밭에서 정동지로....

둘째날에도 손맛은 보셧네요...

셋째날은 혹여 얼음낚시....
추천 0

IP : 4c3407b2f37fa6f
풍류와 배려의 알싸함이 우러나는 마음 ...

그 깔끔한 표현에

눈에 훤한 조행기록.

맑아지는 기분을 느끼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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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 : 6a241f488635071
붕애엉아님,파트린느님,소쩍새우는밤님,SORENTO00님 감사합니다
미느리님과 채바님 통화하시는 걸 듣고 오셨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바쁘신것 같아 서운하였습니다,다음에 정동지에서 한번 뵈었으면 합니다

채바님 늘 감사합니다
바쁘신데도 찾아주시고 챙겨주시는 그 정
늘 마음에 새겨둡니다

은둔자님 저도 가까운 곳에 그런 정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참으로 좋겠습니다만 한번 갈려면 왕복 300km가 넘으니
그래도 좋은걸 어쩌겠습니까

못안에달님
얼음낚시는 마침 추적이는 겨울비로 접어야 했습니다

호이님 따스하게 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