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첫날, 휴가다.
최근 열흘동안 휴가 3일째 조금 눈치는 보이지만 메뚜기도 한철인 관계로
염치 불구다.
간만에 늦잠을 자고난 후 어디로 갈까(?)고민 중인데, 마누라가 딸랑구 예방
접종 하러 가잔다.
대충씻고 출발하려는데 시계를 보니 2시가 다 되간다.
짧은 해가 아쉬운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딸랑구는 늑장을 부리고.....
"ㅇㅇㅇ 들어 오세요."
"열을 없네 어쩌고 저쩌고,.."
"어 컴퓨터가 왜 이러지?"
조금전까지 잘되던 컴퓨터가 갑자기 먹통
아 짜증나네 아는 안면에 막말 할수도 없고 시간은 자꾸 가고 난감하네
어찌 어찌해서 컴 다시 살려 주사 맞히고 집에 오니 4시 정도,
"차를 왜 여기 대요?"
"...."
평소 애들 등살에 나만의 주차공간을 자주 애용하는데 그곳이 아닌 집앞에
대충 차를 대는걸 보고 마누라가 이상한 눈빛으로 한마디 한다.
집에 들어 오자마자 주섬주섬 바지를 갈아 입어면서 눈치를 살피니 오늘은 좀 심각한 것 같다.
그래도 어쩔수 엄찌!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이런 황금 찬스를 구들목에서 눈팅만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지.
"국 좀 데워봐라"
"..."
"머하노 국 좀 데우라 카이!"
대꾸도 없던 마눌 차가운 눈초리로 한번 째려 보더니 티디딕하고 가스 불을
켠다.
분위기는 별로지만 우쨌기나 칼을 뽑았으니 썩은 무시라도 베어야지!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다음에 또 가면 그땐 집에 들어오지 마세요"
최근 한달동안 열흘가까이 물가에 갔으니 그러는 것도 무리는 아닌듯,...
에이 괜히 겁주고 그래 말만 그렇겠지하며 집을 나선다.
평일이라서 인지 하극락지에 도착하니 나홀로 저수지다.
옳다구나!
오늘 만큼을 갖은 수모 다 겪고 출조를 감행한지라 독기를 품었다.
서둘러 대를 펴고 평소 한봉지로 구색만 갖추던 겉보리도 두봉지로 늘렸다.
그런데 원하던 곳으로 잘 투척이 되지 않는다. 급하게 뿌리다 보니 솔직히 한봉지는 의외의 장소로 날아가고,...
좋은 밤을 위해 철저히 파라솔 텐트도 쳤다.
대충 마무리를 하고 있는데 풀섶을 헤치며 조사 한분이 오고 있다.
"안녕하세요"
"밤낚시 하실건가요?"
"아임니더 좀 앉았다가 갈려고요 직장이 이쪽이라서요"
며칠전에 잠시 앉았다가 한번 입질에 8치 한수 했다고 하는디 분명 사기를
올려주는 한마디 였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앉으니 7시가량
케미를 꺽고 하늘을 보니 유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곳에 올때마다 하늘을 보면 반짝 반짝 하늘에서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어디로 가는 비행기인지 모르겠으나 분명 이쪽 하늘이 항로인 모양이다
고요하면서도 촘촘히 박혀 있는 수많은 별빛 그것만으로도 흐뭇한 기분 물가에 나온 사람만이 즐길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마이 잡으이소"
"예"
조금전 오셨던 그분이 철수를 하신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물 낚시를 하는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요즘같은 비수기에 한두시간 앉아서 괴기가 올라오나 보아하니 떡밥낚시는 아닌것 같더만. 너무 날로 먹으려는것 아이가?
처음부터 혼자라고 마음먹었지만 괜히 있다가 가니 마음이 싱숭생숭.
각설하고,
이따금 깔짝거리는 입질이 무료한 마음을 달랠뿐 이렇다할 입질이 없다.
겉보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좀더 있어야 될게야 스스로 위안을 한다.
시계를 보니 11시가 막 지나가고 있었다.
중앙에 30대의 찌가 이상타.
물안개 속에서 희미하지만 물속에 잠가둔 찌가 제자리에서 옆으로 움직인다.
믿져야 본전 확 잡아땡기니,
이런! 뭐꼬이기 손맛은 없고 수초만 한 뭉티기 질질질 땡기온다.
니미럴!
발앞에 온 수초더미를 씩씩대며 잡아땡기는데,
오예!
수초더미 속에 7치 붕어가 있는게 아닌가!
찌맛도 손맛도 없지만 우쨋기나 일단 꽝은 면했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최조사가 어쩌다 이렇게 약한 모습을...쯧쯧
잘나갈땐 붕어가 알아서 물어주더만
이상하게 올해는 어복이 없다.
맘에 안들어 옮긴 자리에서 동행한 조사가 나보다 나은 조과를 보이고
제대로 된 입질에 손맛을 느낀 놈은 집행도중에 빠져버리기 일수...
내년을 기약해야 하나?
11시에 한수 했으니 오늘밤은 기대해도 좋은가!
좀더 집중을 하고 분위기 전환차 캔맥주도 일병까고.
급하게 마시니 알딸딸 하다. 그러나 추위에는 도움이 되는 듯하다.
조용하던 저수지에 갑자기 저멀리 산에서 씩씩 켁켁 짐승들이 난리다.
처음 밤낚시를 할땐 무척 신경쓰였는데 이젠 이것도 어느덧 익숙한 느낌이다.
멧돼지 가족이 야참을 먹는지 난리 법석이다. 두두두둑.꽤애액-꽤애액-
소리로 나름대로 그넘들의 행동을 상상하니 재밌다.
얄미운 넘들 저넘들이 고향의 고무마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지.
새벽으로 접어들자 시간이 점점 빨리 흐른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2시가 넘어섰다.
언제나 느끼지만 또다시 밀려오는 적--- 잠
입질이라도 있으면 참을 수 있으련만 조우라도 있으면 같이 입낚으로 시간을 때우련만, 미치겠네
자꾸 작년 이맘 때가 생각난다. 지난해 10월23일 바로 이자리에서 그날도 오늘과 같은 밤을 보내며 감행과 철수의 기로에서 갈등했었지.
물론 작년에는 눈물을 머금고 야밤 철수를 했지만 오늘만큼은 물러설수 없다.
반드시 좋은 결과- 워리가 날 맞아 줄 것이다.
다시 한번 다짐을 하며 눈에 힘을 주는데 감겨 오는 눈꺼풀이 한없이 무겁다.
5분자고 10초 깨고 그러기를 반복 반복
또다시 5분자고 눈을 뜨는데 찌가 번쩍!
순간 홱 그야말로 붕날라 띡차뿌다.
잠결에 얼마나 세가 땡겻는지 8치 붕어가 파라솔 텐트 뒤로 날아간다.
대충 수습하고 다시 자리로,
몇분정도였을까?
그렇게 무겁던 눈꺼풀이 올라간게 또다시 밀려오는 잠 눈을 뜨니 저수지가 하얀 물안개로 덮혀있다.
손맛을 둘째치고 총알이라도 몇게 걸어놓기를 바랬지만 무심한 하극락지 붕돌이 붕순이!!!
시계를 보니 6시.
눈을 비비고 7대를 모두 회수하고 케미를 반다디씩 올리고 생새우 갈아끼워 다시 진지를 구축하니 6시30분.
너무 많이 잤나?
그새 입질은 없었겠지!
올려놓은 케미가 물안개사이로 희미하게 보이지만 눈에 쌍심지를 켜고 혼신을 힘을 일곱개의 찌에 싣는다.
11시에 첫수를 안겨준 30대의 찌가 움찔움찔 회애액-
또다시 7치
도대체 이못은 7,8치밖에 없나?
몇번을 왔지만 그와같은 사이즈 ,...의구심. 왕짜증.
"여보세요?"
"내다 지금 출발한대이"
"알았어요" 딸깍
마누라 반응이 냉랭하다. 우짤고 워리라도 몇마리 땡겼으면 체면이라도 설낀데,,, 열받네!
"밥좀도!"
"사 먹고 들어오라니까 왜 그냥 왔어요!"
겉으론
먹쩍은 웃음을 보이며 히히히...
속으론
워메 나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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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없어도 님의 자세한 글속에서
충분히 현장감을 듬뿍 느끼며 보았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구수한 청국장 같은 조행기 잘 보았구요,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조행이 늘 이어지시길 기원합니다
7,8치면 어떠합니까,,,
귀한 붕어 얼굴 보는기 어딘데여,,,,,,,,,,,,
수두룩한 꽝 조사들도 엄청많은디,,,,,,,
요즘은 면꽝 하기 참 어럽습니다,,,,,,,,,,,,,,,
잘 감상햇습니다,,마나님 좀 따습게 해드려야 될것 같습니다,,ㅎㅎㅎ
하극락지 재 도전 하셨군요
어자원은 엄청 있는데요
기회를 주지 않는군요
다음에는 붕순이 붕돌이 항복 받기를 바랍니다
실감나고 구수한 조행기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